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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에마 Oct 25. 2024

성숙기, 고정관념을 흔들다


고정관념이란 말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된다. 이는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 잡아 마치 오래된 소파처럼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바꾸기 어려운 사고방식이다. 고정관념은 사회와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편안하고 익숙한 것은 바꾸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종종 고정관념이 우리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고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 힘들지 않을까?’, ‘창의적인 일은 재미있기는 하나 불안정해.’, 또는 ‘서양인은 개방적이고 동양인은 보수적이다.’와 같은 이런 생각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계단을 오를 땐 조심해야지.’와 같은 생각이나 ‘매운 음식은 건강에 안 좋아.’와 같은 일상적인 것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를 보호하기도 하고, 일상에서의 선택을 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쌓아온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이 생각들이 정말 맞는지 물어볼 기회를 가질 겨를도 없이 그냥 살아가곤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며, 그것을 당연하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시작     


고정관념에  도전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철학자가 소크라테스다. 그는 대화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는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치며, 우리에게 스스로의 믿음을 다시 들여다볼 것을 강조하였다. 소크라테스가 현대에 살았다면 아마도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철학 유튜버였을 것이다. 

     

그의 대화법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내가 당연하게 여기며 행했던 것이 고정관념일 수 있구나.”라고 깨닫게 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개념들을 다시 검토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는 단순히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사고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질문들은 구체적이고 깊이 있으며, 대답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 이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만든다. 그는 이 방법으로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으며, 우리가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연한 시각

    

고정관념은 때로는 우리를 보호해 주는 든든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계단을 조심해야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안전을 위해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이 우리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려 다른 생각과 타협하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갇힌 사고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생각은 자신을 억압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고정관념은 빠르게 결정을 내리게 도와주고 복잡한 상황을 쉽게 정리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가리고, 우리의 시야를 제한하는 문제도 일으킨다. 선입견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타인이나 상황을 고정된 시각으로 해석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군에 대해 “저 직업은 남성적이야.”, “그건 여성적인 거잖아.”라고 규정하며,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제한하고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도 방해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래, 그 상황에서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고

 

나이가 들었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유연하지 못한 생각을 깨닫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노화와 학습의 과정에서 어떻게 우리의 사고 능력이 변화하는지에 레이먼드 캐텔(Raymond Cattell)은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을 제시하였다. 유동성 지능은 새롭고 낯선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 이를 빠르게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이전의 학습이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순간적인 사고나 창의성을 통해 발휘되는 지능이다. 유동성 지능은 젊을 때, 더 강하게 작용하며 높은 학습과 적응 능력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결정성 지능은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 학습을 바탕으로 쌓여온 능력을 말하다. 이것은 어휘력, 상식, 교육적 배경과 관련이 깊고,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는 지식과 경험에 따라 증가한다. 그래서 결정성 지능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문제를 풀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유용하다. 


캐텔은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발달하고, 나이가 들수록 결정성 지능이 더 강화되어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결정성 지능은 성숙기에 더욱 강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성숙기는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생각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시기이다. 이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고정되어 버린 생각에 도전하고 그 틀을 유연하게 깨뜨릴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질문으로 열어가다


고정관념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안정감을 주지만, 성숙기의 축적된 지혜는 이러한 고정된 생각을 넘어서 더 넓고 새로운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으며, 고정관념조차도 그렇다.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서 깨닫고 다르게 보아야 한다. 이것이 성숙기의 과업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빨리 떠오르지 않으며 자신의 틀 안에서 사고하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성숙기에는 이 생각을 도약판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과 도전을 위한 시기로 자신이 이끌어가야 한다.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말처럼 성숙기는 그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내 인생의 절정기이다.     

 

하지만 여전히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 사람에게, 나는 소크라테스가 던진 질문을 권하고 싶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진정 옳은가?"라는 것이다. 이 물음은 우리의 사고를 더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성찰하는 삶


성숙기에 접어든다는 것은, 오랜 세월 쌓여온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인생의 길을 걸어오면서 형성된 생각들을 재검토하고 그동안 깨우치지 못한 것들을 다시금 자각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이다.    

   

이 시기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더 유연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내 인생 최고의 절정기이다. 열린 마음과 끊임없는 질문이 우리를 더 자유롭고 넓은 삶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성숙기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 그것을 끌어안으면서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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