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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에마 Nov 08. 2024

성숙기, 고독을 맞이하다

가을이 깊어진 길 위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노라면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든다. 바닥에 떨어져 바람에 쓸리며 사각거리는 붉고 노란 낙엽이 낯설면서도 아름답다. 어쩌면 이 낙엽들처럼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고독을 맞이하는지도 모른다. 그 고독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현실처럼 우리 앞에 있다.     


니체는 고독을 자신을 발견하는 중요한 시간으로 보았다. 그는 고독이야말로 타인이나 외부의 기대에서 벗어나 내면의 자유에 도달하는 과정이라 여겼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이는 단순히 외롭고 쓸쓸한 감정의 끝이 아닌 자신의 본질에 다가가는 중요한 순간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이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성숙기의 고독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순간에도 내면에서 홀로 걸어가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 고독은 나 자신만 남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 고독함이 단순한 외로움에 머물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할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숙기의 고독은 청년기의 외로움과는 다르다. 젊은 시절의 외로움이 타인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결핍에서 비롯되었다면, 성숙기의 고독은 삶의 본질을 마주하게 한다. 


여기에서 나만의 가치와 목적을 찾게 되며 고독은 나와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된다. 이때는 온전히 나 자신 뿐임을 느끼며, 더 이상 외부로부터 나를 증명하려 하지 않고 진정한 나를 찾으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니체의 철학에서 자신과의 대화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성숙기의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이 고독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깊은 시간을 갖는다. 


나의 내면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가 진정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묻는다. 성숙기의 고독은 불안감에 몸부림치는 대신 내 안에서 더 중요한 질문에 답을 찾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나’를 다시 정의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가을의 끝자락, 나뭇잎이 떨어지며 나무는 점점 비워져 간다. 이 비워진 나무를 보며, 고독은 나를 비우고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움은 단순히 무언가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를 더욱 넓고 깊게 만드는 과정이다. 고독 속에서 나는 그 자리에 진정한 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비움은 삶의 짐을 덜어내는 것과 같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나면, 그 자리에 나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새롭게 자리 잡는다. 고독 속에서의 비움은 불완전하고 때로는 부족해 보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비록 그 모습이 완벽하지 않고 연약할지라도 그 모습이 진정한 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을이 깊어가고 나뭇잎이 떨어져 나무가 점점 비워질수록 나 또한 내 안의 고독을 통해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새로운 의미를 채워가고 있다. 고독은 나와의 깊은 유대를 이루며 내 곁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끈과 같다. 


나는 이 끈으로 내 마음을 묶고, 때로는 잔잔한 위로로, 때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실로 활용하며 내면을 돌본다. 이제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이는 고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깊은 사유를 위해 나는 고독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니체가 고독 속 자유를 강조한 것처럼 이 고독은 일상과 주변의 기대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의 깊이를 탐구하고 내면의 자유를 경험하게 한다.     


따스한 햇살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마지막 가을 잎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의 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고요하고 따뜻한 온기이자 힘이다. 고독 속 비움을 통해 나는 새로운 나를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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