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따듯하다면
동갑내기 알던 애가 있었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인은 자살. 솔직히 슬프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알던 애였을 뿐이다.
예쁜 애였다. 꾸미는 걸 좋아하고, 꾸미는 걸 잘하는 그런 친구. 춤출 기회가 있으면 한 번씩 얼굴을 비추던 애. 친구라면 그 아이가 훨씬 더 많았고, 인기도 많았다. 그에 비해 나는 언제나 주위에 사람이 없는 편이었다.
이상하다. 이제 만 스물넷, 곧 스물다섯이 되는 나이. 내 기억 속의 그 애는 드센 성격의 애였다. 외강내유의 타입이라는 건 얼핏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강한 친구라 생각했다. 청소년 시절의 내가 무서워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애가 먼저 떠나버렸다. 순수하게 무엇이 그 친구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답할 수 없는 나의 문제 목록에 또 다른 질문이 추가된 것 같다.
그 친구의 여동생을 안다. 그 친구의 작은 언니를 안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현실 감각이 떨어져간다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그리워질 거라는 것도, 안타깝지만 나는 안다. 나도 비슷했으니까.
오늘은 눈이 내렸다. 쌓인 눈이 아직도 창밖에 있다. 눈이 내리면 뭔가 따듯해지는 듯하다. 그 친구가 있는 곳에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포근한 이불처럼 눈이 덮이면 좋겠다.
어느새 그저 알던 애를 친구라 부르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떠나기 전부터 친구였다면 어땠을까.
더 아팠거나, 아프지 않았거나 하지 않았을까.
나는 또다시 답 없는 질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