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디자이너이다. 이 책의 모든 그림은 나, 안경원숭이의 작품이다. 곧 퇴사해서 1년 정도는 디자인 공부를 죽어라 해볼 계획이다. 앞에서 말했듯 공부를 못해서 부모님의 반대로 불안정한 디자이너의 길로 가지 못했었다. 하지만 안경사로서 매 학기 과탑을 놓치지 않았고 취업 후 업무적으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내왔다. 이 경험으로 부모님의 신뢰를 얻었고 예상치 못하게 나 자신도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생겼다. 오히려 20살에 바로 디자이너를 하지 않은 게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잘 해내어 준 내 안경사라는 과거에 고맙다.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커리어가 잘 풀린다면 당분간 디자이너를 할 것 같다. 10년 뒤 안경원숭이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돈 많이 버는 일 잘하는 디자이너였으면 한다. 만약 잘 안됐다면 과연 다시 안경사로 돌아올까…? 고심해 보면 아닐 것 같다.
어릴 적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은연중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안경사 직원으로 일하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식선에서 정해진 급여와 정해진 시간을 일해야 하고 더 많이 벌고 더 적게 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해진 급여와 근무시간이 없는 직무로 옮기고자 한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언젠가 꼭 사업을 하고자 한다. 만약 안경원 사업이 하고 싶어지면 10년 후엔 안경사로 다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경원 사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안경원 사업을 할 자본과 용기가 생기기 전엔 안경사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사업을 한 번쯤 망해본(?) 경험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훗날 사업을 시작할 때 망해본 경험이 거름이 될 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어떠한 실패도 불행을 의미하지 않고 그 어떠한 성공도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실패를 맛보아야 언젠가 성공했을 때 그 성공이 달콤한지 알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패도 성공도 모두 내 인생의 한 부분이라 여기고 존중하기로 했다. 어릴 적 디자이너를 해보지 못해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안경사의 삶은 다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과거에 못 해본 디자이너를 현재 스스로 시작하기 때문에 과정조차도 즐겁게 느껴진다. 그토록 원하던 디자이너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진정 행복한 삶일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결론은 앞으로 디자이너가 되어서든 사업을 해서든 그것을 통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꼭 행복해지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처럼 쉬지 않고 배우며 사는 삶과 부딪히며 경험하는 삶이 돈 많이 벌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보단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안경원숭이는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스스로 발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아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