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별거 없다. 매 순간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내 모든 지식을 끌어와 최적의 안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했을 때, 그걸 고객이 알아주고 만족하면서 떠날 때다. 그래서 더 전문적으로 되고 싶다. 그리고 고객과 짧은 30분~1시간이란 시간 동안 이 사람을 더 자세히 알고 불편한 부분을 더 지혜롭게 해결해 주고 싶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모든 케이스들을 끝날 때마다 경력이 많은 선생님과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피드백을 다시 적용해 보는 기회를 꼭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 이외에도 양안시(가장 어려운 학문)을 따로 공부하기도 한다. 그러면 어느 날 만난 고객이 내가 공부한 질환을 가지고 있더라.
상담을 원하시는 60대 고객님이 왔다. 본인은 40대에 백내장 수술을 했다. 그 이후로 운전하면 옆으로 지나가는 차가 위아래로 두 개로 보인다고 한다. 눈을 옆으로 째려보거나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 그런 증상이 사라진다고 한다. 고객님은 이 증상 때문에 안과를 수십 군데를 다녔었다. 하지만 안과 의사들의 답변은 “백내장 수술은 잘 됐습니다. 그리고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뿐이었다.
혹시 안경광학과 재학생 중에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무슨 증상인지 알겠는가? 나는 단번에 알았다. 바로 수직사위(양쪽 눈의 시선 정렬이 위아래로 틀어지는 눈)다. 나는 바로 고객님을 검사실로 데려가 수직사위 검사를 했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드려 안경을 씌워드렸다. 고객님은 너무 놀라시면서 나에게 고마워하셨다. 이 증상 때문에 의사의 권유로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CT까지 찍으셨단다. 도대체 안과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기가 막혔다.
사실 고객님이 매장에 들어오실 때 내가 아닌 남자 선생님을 찾았다. 딱 봐도 어린 내가 본인이 겪어온 이런 증상을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나 보다. 그런데 웬걸 의사들도 못 찾아주던 해결책을 단번에 찾아주었다. 검사할 때까지 나를 바라보던 약간의 무시하는 그 눈빛은 안경을 씌워드린 후 감동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초년 차 때는 이러한 무시를 훨씬 자주 받았다. 그래서 나는 하루빨리 성장해서 이렇게 무시하는 고객들이 검사 후에는 무시할 수 없도록 실력 있는 안경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다. 고객님의 바뀌었던 그 눈빛이 내가 학생 때부터 일하면서까지 노력해 온 것의 인정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