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운동을 좋아했고, 꽤 잘했다. 적당히 성실했으며 반장, 부반장 등을 맡아서 하는,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이 보았을 때 군인, 특히 ROTC를 직업으로 추천을 많이 해주셨다. 무엇보다 아버지도 육군 장교 출신이셨기에 이 길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 아버지께서는 군에서의 경험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추억할 것들도 많이 생긴다고 하셨다. 경험을 넘어서 평생 직업으로서도 추천하셨는데 여성으로서 육아휴직이 보장된다는 것,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높은 연금 혜택, 진급에 따른 호봉 상승 등을 이유로 들어주셨다. 또한 부모님께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군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다. 반장/부반장을 도맡아 하는 리더십이 있었고, 운동을 잘하며, 적당히 성실하고, 조직에 순응할 수 있는 둥그런 성향을 지녔다고 보셨다.
사실 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대단한 신념 같은 건 없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이 좋은 일이고 여성으로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뭔진 모르겠지만 멋있어 보여서 일단 지원했는데 붙었다. 당시에 나는 이 선택이 단순히 2년짜리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 직업이 될 것으로 생각지는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직업’으로서 군인이 되는 것에 대한 이해와 책임 의식이 부족했다. 물론 이 길을 먼저 걸어본 입장에서 그러한 개념이 없어도 괜찮다. 각종 훈련, 교육을 받으면서 진정한 군인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