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병원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은 대부분 드라마로 인해 만들어진다. 좋은 환경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라던가, 로맨스가 펼쳐지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실제 내가 느낀 병원은 ‘전쟁터’ 그 자체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 치열하게 일하느라 서로에게 신경 쓸 시간이 많이 없다. 자주 마주치는 의사 및 동료 간호사의 경우 서로가 서로의 실수를 감시하며 환자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렇기에 서로의 실수에 관대하지 못하고 날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안 좋게만 지내면 뭐 하나. 가끔 함께 회식하며 서로의 잘못은 인정하고 용서하며 다시 함께 일하기 위한 관계를 또 쌓아나간다.
또 다른 오해는 간호사 한 명이 이것저것 다 할 것이라는 오해다. 조금 더 풀어 설명하자면 한 간호사가 하루 동안 외래,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할 것이라는 거다. 드라마에서 보면 응급실에 있던 간호사가 환자 수술실까지 같이 들어가는 장면이 보일 때가 있다. 이전에 설명했듯 병원 안에서 간호사는 다양한 직군으로 나누어진다. 회사에서도 그렇듯 한 곳에 속해 일하다 보면 다른 업무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경우가 많다. 간호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의 경우 중환자실에 들어가 몇 년을 중환자실에만 있다 보니 다른 업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이와 비슷하게 환자를 치료하는 정도가 1에서 10까지라면 드라마와 현실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 드라마에서는 3 정도의 강도로 치료하는데 왜 여기 병원에서는 8~9까지 하느냐 등의 질문이다. 메디컬 장르가 아닌 드라마에서 전문적으로 이를 다루기엔 턱없이 부족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 드라마에서의 모습이 많은 보호자들의 기억에 남아 현실에서 괴리를 느끼시고 많이 놀라시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우리끼리 항상 ‘이것이 드라마의 폐해다.’, ‘드라마 다 못 보게 해야 한다.’ 같은 말을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오해로는 3교대를 하다 보면 밤 근무인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병원의 경우 밤 9시 반부터 다음 날 아침 7시 반까지 근무가 진행되는데, 이때 좀 쉬어야지 어떻게 내내 깨어있냐고 주변에서, 특히 어르신 분들이 많이 이야기하시곤 한다. 간호사의 3교대 근무는 일반 회사의 당직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간호사는 환자 바로 옆에서 밤을 함께 보내며 그들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모든 상황이 안정되어 있더라도 잠에 들 수 없다. 만약 환자의 상태가 안 좋다면 그때부터는 물 마실 시간, 앉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며 일을 해야 한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병원에서 간호사의 잠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끔 밤샘 근무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다들 주무시니 좀 편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중환자실에 ‘편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