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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Oct 03. 2018

어느 미련 곰탱이의 이야기

여우가 아닌 곰으로 살기

나는,

여우가 아닌 곰이야.


그 것도 미련 곰탱이.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늘 한 없이 약해져.

퍼주는 것이 익숙해.

내 몸까지 도려내어 피를 철철 흘리면서까지,

쓸개까지 빼서 바치기도 하지.






그렇게 쑥과 마늘 대신,

상처를 받고 또 먹다보면,

다른 여인들은 여우로 변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이 다음 연애 만큼은 나도 여우가 될거야."

수도 없이 되내어 보아도, 도무지 변하지 않네.







저기,

저렇게 예쁜 짓 하는 여우 여인네들은,

정말이지 기가막히게 사랑을 받아.


나처럼 쓸개를 빼서 바치기는 커녕, 

그저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 뿐인데,

남자들이 간을 빼서 바쳐.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지?


나도 어설프게 흉내를 내보았어.


그래, 이렇게 꼬리를 흔드는거라고?

살랑살랑.


예쁘게 화장을 하고, 살랑

예쁘게 웃고, 살랑

예쁘게 쳐다보고, 살랑



오, 역시 효과가 있군.


남자들이 반응을 해!




자, 그런데 다음은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여우 여인네들은 재빠르게 이리저리 잘 숨기도 하고,  어느 순간 또 다가와 마음을 흔들고, 그러다가 영영 사라지기도 한다는데.



나는,

사랑의 몸집이 커서,

숨어지지도 않고,

재빠르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그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렇게 그냥 미련하게 또 서있네.


이렇게 멀뚱하게 내 자리를 지키는 것 말고는 할줄 아는게 없어.


내 자신이 참 싫어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정할 수 밖에 없더군.

이번 생은, 어쩔 수 없이 곰으로 태어나 곰으로 죽을 팔자라고.





어떤 이는, 이런 내가 부담스럽다고 떠났고,

어떤 이는, 처음엔 여우인줄 알았는데, 곰같이 미련한 내가 재미가 없다고 떠났고,

어떤 이는, 쓸개까지 다 빼서 줬더니, 이제 필요 없다고 떠났고,

또 어떤 이는, 당신에게만 보여줬던 그 재주와 재롱을 사람들 앞에서 부리게하며, 나의 발에 족쇄를 채우기도 했지.



여우가 아닌 곰은, 그래.

그렇게 사는 것이 익숙해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어.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을 조금만 꺼내는 것이 힘이 들어.



그런 내가,

이제 이야기를 해볼까 해.


이 세상의 모든 곰들을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여우가 될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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