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밭에 꽃이 필 무렵
나는 장터에 가지도 않았으므로
술 치는 솜씨가 걸걸한 계집도
실한 탁배기 한 사발도 만나지 못했다
메밀꽃은 어머니가 낳은 누이
아픈 손가락으로 욱신거리며 와서
내 삶을 그토록 그리워하게 했다
장돌뱅이의 심정이 산허리를 벗어날 즈음
혼례를 앞둔 처녀가 꼴머슴을 마지막 보던 밤도
사람과 같이 늙어가던 나귀도
맹꽁이 쓰르렁이 풀벌레 서늘한 울음마저도
너무도 너무나도 메밀꽃처럼 피어서
꽃 피우다 파뿌리로 늙으신
어머니 밭고랑 같은 세월을 따라 웃는다
그 밤엔 서정시를 써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