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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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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Nov 05. 2024

외할매



명주모시 곱게 입고 외할매 가시던 날

먹구름 사이로 여우볕 내렸다

오래전 아득하게 상할매도 영감도 죽은 곳

늙은 그 집 방구석에 조용히 죽어

색동소매 차림으로 꽃가마에 올랐다

술애비하던 외삼촌 술 취해 울고

집 나간 외숙모 문밖에서 울고

타향으로 겉돌던 사촌들도 와 울더니

울엄니까지 까마득히 엎드려 울던 그 

할매 덕에 온 식구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청국장 냄새 징징대던 외손주 앞에

쇠머리떡 청포묵 꾸욱 밀어주던 그니는

앞마당에 매인 생을 간신히 풀고 

영정 안에서 이 빠진 주름입술 옹다문 채

신행 가듯 입꼬리만 수줍게 웃었다

















외할머니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노래, 울엄니 그 나이 되어 들을 적에 어찌나 구슬프게 울던지. 엄마도 엄마 생각이 났는지, 살아온 신세가 복받쳐서인지, 닭똥 같은 눈물을 보며 도리어 내가 더 크게 울던 밤. 


https://youtu.be/SZIgeqE67Fk?si=8eELlxm9KWcOgb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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