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모시 곱게 입고 외할매 가시던 날
먹구름 사이로 여우볕 내렸다
오래전 아득하게 상할매도 영감도 죽은 곳
늙은 그 집 방구석에 조용히 죽어
색동소매 차림으로 꽃가마에 올랐다
술애비하던 외삼촌 술 취해 울고
집 나간 외숙모 문밖에서 울고
타향으로 겉돌던 사촌들도 와 울더니
울엄니까지 까마득히 엎드려 울던 그 밤
할매 덕에 온 식구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청국장 냄새 징징대던 외손주 앞에
쇠머리떡 청포묵 꾸욱 밀어주던 그니는
앞마당에 매인 생을 간신히 풀고
영정 안에서 이 빠진 주름입술 옹다문 채
신행 가듯 입꼬리만 수줍게 웃었다
외할머니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노래, 울엄니 그 나이 되어 들을 적에 어찌나 구슬프게 울던지. 엄마도 엄마 생각이 났는지, 살아온 신세가 복받쳐서인지, 닭똥 같은 눈물을 보며 도리어 내가 더 크게 울던 밤.
https://youtu.be/SZIgeqE67Fk?si=8eELlxm9KWcOgb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