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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Nov 12. 2024

메밀꽃 필 무렵



메밀밭에 꽃이 필 무렵

나는 장터에 가지도 않았으므로

술 치는 솜씨가 걸걸한 계집도

실한 탁배기 한 사발도 만나지 못했다

메밀꽃은 어머니가 낳은 누이

아픈 손가락으로 욱신거리며 와서

내 삶을 그토록 그리워하게 했다

장돌뱅이의 심정이 산허리를 벗어날 즈음

혼례를 앞둔 처녀가 꼴머슴을 마지막 보던 밤도

사람과 같이 늙어가던 나귀도

맹꽁이 쓰르렁이 풀벌레 서늘한 울음마저도

너무도 너무나도 메밀꽃처럼 피어서

꽃 피우다 파뿌리로 늙으신 

어머니 밭고랑 같은 세월을 따라 웃는다

그 밤엔 서정시를 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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