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우는 것을
방안에서 지구를 끌어안고
생의 억장이 한바탕 으르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쓸리고 해진 가슴 기우고 기우다
자꾸 분하고 억울해져서
뭐든 건드려주기만 벼르던 마음
그렇게라도 제 몸에 물을 주는데
한 생애가 그토록 흐느껴 우는 것을
불 꺼진 저녁 여덟 시에 우는 것을
슬픔이니 절망이니 섣불리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녕 없다
겨우 또 하루 지나갈 무렵
전신주는 우두커니 말이 없고
하필 그때 그 전화가 오고
창밖엔 거짓말 같은 비가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