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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유강인 19_04_두더지 생포와 다락방 커피숍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윤이슬이 백미 노인을 상상했다. 눈썹이 백설처럼 새하얀 인물임이 분명했다. 무협 영화에서 나오는 도사 같았다.


‘백미 노인, 할아버지겠지. 그 사람이 대체 무슨 말을 할까? 엄마를 죽인 자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 정말 그걸 알까?’


윤이슬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미 노인이 수상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찰에서 엄마를 죽인 범인을 뒤쫓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만약 백미 노인이 뭔가를 알고 있다면 범인을 잡을 수도 있었다.


“휴우~!”


윤이슬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정신 차리고 외출 준비에 서둘렀다.


시간이 흘러 1시간이 지났다.


윤이슬이 이동호를 기다렸다.



삑!



문자가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리던 소리였다. 윤이슬이 문자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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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집 앞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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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나!”


윤이슬이 서둘러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집 밖으로 나갔다.


앞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남자 친구 차였다.


흰색 세단이었다. 고가의 독일제 차였다. 윤이슬이 조수석에 타자, 차가 바로 움직였다.


목적지는 경기도 동인시 XXX XXX ‘다락방 커피숍’ 이었다.


윤이슬이 네이게이션을 보며 지름길을 찾았다. 어서 백미 노인을 만나야 했다. 그자의 말을 들어야 했다.


현재로서는 그자의 말이 허언인지 진실인지 종잡을 수 없지만, 과연 무슨 말을 할지 자못 궁금했다.


그렇게 윤이슬과 이동호가 다락방 커피숍으로 향했을 때


다락방 커피숍 근처 골목에 두 남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로에 자리 잡은 한적한 골목이었다.


키가 작은 남자와 중간 키 남자였다. 키 작은 남자는 체격이 아주 단단했다. 쇠로 만든 몸 같았다. 중간 키 남자는 마른 근육질이었다.


키 작은 남자가 골목을 서성이다가 입을 열었다.


“유형사, 두더지가 이쪽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간 거 같은데 ….”


“이선배님, 그런 거 같습니다.”


둘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반 형사, 이호식과 유강인이었다.


서울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범 두더지를 잡으려고 으슥한 골목에서 잠복 중이었다.


“다락방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왔잖아. 그리고 골목으로 들어갔고.”


이호식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여기 골목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던데, 잡을 수 있을까?”


“제가 길목마다 형사들을 배치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쪽으로 오지 않으면 다른 쪽에서 잡으면 됩니다.”


“유형사, … 유형사만 믿고 작전을 짰어. 모든 책임은 … 유형사가 져야 해.”


“아! 그런 건가요?”


유강인이 깜짝 놀란 얼굴로 답했다.


이형사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장난이야.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지. 내가 선임이잖아. 반장님한테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가능하겠지?”


“우리 강력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흐흐흐, 그러면 다행이고. 그나저나 차형사도 길목을 잘 지키고 있겠지.”


“그렇겠죠.”



삐리릭!



이호식 형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가 급히 발신자를 확인했다. 우동식 형사였다. 우형사는 다른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이에 전화 받았다.


“우형사!”


“선배님, 두더지를 잡았습니다.”


“정말이야?”


“네, 유형사가 시키는 대로 으슥한 골목을 지키고 있었는데 두더지가 거기로 딱 왔습니다. 그래서 김형사랑 같이 격투 끝에 생포했습니다.”


“정말이야? 격렬하게 싸운 거야?”


“하하하, 아닙니다. 총을 드니까 두 손을 번쩍 들던데요. 제발 쏘지 말라고 … 총을 무척 무서워했어요.”


“그렇군. 아주 잘 됐어.”


“그나저나 두더지가 거기로 온다는 걸 유형사가 어떻게 알았죠? 그거, 참 신기하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유형사는 신기가 있는 거 같아요.

전직 점쟁이가 아닐까요? 아니면 신통한 자가 우리 몰래 조언해 주는 거 같아요.”


“뭔 헛소리야. 유형사가 무슨 점쟁이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아니, 선배님. 이거 좀 이상하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잘 맞춰요.

출동 명령이 떨어져서 바로 이곳으로 달려왔고 그래서 현장을 분석할 시간도 없었는데, 지도를 보더니 1분 만에 형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어요.

이건 분명 보통 일이 아니에요. 유형사는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거 같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 그렇다고 해서 유형사를 점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그럼, 뭐죠?”


“뭐, 똑똑한 거겠지. … 나한테 자세한 건 묻지 마. 나도 몰라. 네가 유형사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알겠습니다. 그런데 괜히 신경질이세요. 내가 연쇄 살인범, 두더지를 잡았는데 칭찬은 못 해 줄망정.”


“아, 알았어. 우리 우동식 형사님. 참 수고하셨습니다. 최고입니다. 나이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호식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의심쩍은 눈초리로 유강인을 쳐다봤다.


유강인이 멈칫했다. 이형사의 눈초리에 부담감을 느끼고 말했다.


“왜 그러세요? 우선배님이 두더지를 잡았다면서요.”


“그건 그렇고 ….”


이형사가 실눈을 하고 말을 이었다.


“혹 아주 실한 정보통이 있는 거 아니야?”


“정보통이요?”


“누가 정보를 주는 거 아니야? 우리 몰래.”


“아니, 그런 거 없습니다. 저는 선배님들과 함께 다니는데 무슨 정보통이 있겠어요.”


“혹 점쟁이는 아니지?”


“점쟁이요?”


“아니면 그분이 오셨나? 관우 장군이 오셨어? 관우 장군이 귀띔해 준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호식 형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그렇군. 역시 유형사는 우리와 다른 거였어.”


“뭐가 다른 거죠?”


“머리 자체가 다른 거지. 우리 머리랑 비교할 수 없는 고성능인 거야.

우리 머리는 그 옛날 컴퓨터 286, 386, 486인데 … 유형사 머리는 최신식 인텔 코어 i7인 거지. 그래서 비교조차 안 되는 거야.”


“네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못 했는데.”


“이건 공부 머리하고는 다른 거야. 진짜로 똑똑한 거지.”


“너무 과분한 칭찬이네요.”


“흐흐흐. 그래서 좋다. 우리 강력반 실적이 올라가서.”


이호식 형사가 쾌활하게 웃었다. 둘이 골목에서 나왔다. 대로를 걷다가 옆 골목으로 향했다. 옆 골목에 차수호 형사와 양형사가 있었다.


“흐흐흐, 오늘은 푹 쉬겠다. 사건을 해결하니 아이스크림 참 맛있네.”


차수호 형사와 양형사가 즐거운 표정으로 골목에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이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차형사와 양형사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저, 저것들이 …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네?”


이호식 형사가 차형사를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유강인이 따랐다.


“아! 선배님.”


차수호 형사가 이형사를 보고 한 손을 번쩍 들었다.


이호식 형사가 차형사와 양형사 앞에 걸음을 멈추고 크게 말했다.


“치사하게 너희만 아이스크림 먹냐!”


“앗!”


차수호 형사가 깜짝 놀랐다. 양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이형사는 성질 급하기로 유명했다.


“차수호! 내가 너희를 이렇게 키웠냐? 하늘 같은 선배님은 더워서 목이 말라 죽겠는데, 너희만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즐겨! 괘씸한 놈들.

그동안 내가 너희한테 사준 김밥이 100줄이 넘어!”


차형사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이호식 형사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선배님, 오해이십니다. 제가 감히 하늘 같은 선배님을 등한시하겠습니까?

선배님꺼랑 유형사꺼도 다 샀습니다. 선배님꺼는 좋아하시는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이에요.

자그마치 2,000원짜리에요. 우리는 지금 1,000원짜리를 먹고 있어요.”


이호식 형사가 화색을 지으며 답했다.


“오! 그런 거였어. 역시 우리 차형사가 선배 대접을 잘해. 진작 말하지 그랬어. 괜히 화냈잖아.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을 내가 참 좋아하지. 흐흐흐!”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화만 버럭 냈잖아요!”


차수호 형사가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오늘 운이 좋았어. 번화한 곳에 듬직한 형사들을 배치해서 으슥한 곳으로 유도했는데 세 곳 중에서 한 곳으로 두더지가 왔어. 정말 다행이야.’


유강인이 안도하고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땅콩 바닐라 콘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외제 차가 그 옆을 쓱 지나갔다. 윤이슬과 이동호가 탄 차였다. 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다락방 커피숍은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작은 커피숍이다. 대로에 있었고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흰색 세단이 커피숍 옆 공터에 주차했다. 윤이슬과 이동호가 차에서 내렸다. 둘이 손을 꼭 잡고 다락방 커피숍으로 향했다.


윤이슬의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떨리는 순간이었다.


커피숍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윤이슬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엄마를 죽인 범인을 꼭 잡고 싶었다. 그것도 하루라도 빨리 잡고 싶었다.


경찰 수사는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했다. 그래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반면 백미 노인이 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러기만을 바랐다.


커피숍 근처에 다다르자, 이동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자 친구에게 말했다.


“이슬아, 떨리지?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오빠만 믿어. 어머님이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내가 이슬이 보호자야.”


“정말 고마워, 오빠.”


윤이슬이 감격한 표정으로 남자 친구 이동호를 쳐다봤다. 언제봐도 믿음직스러운 남자이자 애인이었다.



남자 친구 이동호.



1년 전 윤이슬은 친한 친구의 소개로 이동호를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같은 대학생이 아니었고 나이도 9살이나 차이가 났다. 큰 오빠가 아니라 아저씨라 불러야 했다.


하지만 그의 준수한 외모를 보고 가슴이 떨렸다. 그가 입을 열자, 바로 웃음보가 터졌다.


이동호는 유머 감각이 남달랐다. 성대모사의 달인이었고 위트가 넘쳤다.


윤이슬은 이동호와의 첫 만남부터 호감을 품었다. 애프터를 잡아주기만을 고대했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동호가 다음 약속을 잡았다.


두 번째 약속은 안심 스테이크집이었다. 송아지 고기라 참 부드러웠다. 그날 윤이슬에게 더 부드러운 게 있었다. 바로 이동호의 살인 미소였다.


이동호는 항상 예의 바르고 쾌활했다. 세 번째 만났을 때 결국, 윤이슬의 마음이 넘어갔다. 이동호한테 푹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되었다.


윤이슬은 이동호를 만날 때마다 달콤함을 느꼈다. 밀크 초콜릿보다 달콤했고 밀크티보다 고소했다.


그런 이동호가 윤이슬 옆에 있었다.


이에 윤이슬은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 엄마 대신 남자 친구한테 의지하고 싶었다.


이동호가 커피숍 출입문을 열었다. 경쾌한 종소리가 울렸다. 손님이 왔다는 신호였다.


주인장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젊은 커플이 서 있었다. 딱 보기에도 다정한 커플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주인장이 방긋 웃었다.


주인장은 30대 여성이었다. 중간 키에 통통한 몸매였다.


커피숍은 분위기는 무척 아늑했다. 조명은 좀 어두운 편이었다. 테이블은 4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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