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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탐정 유강인 19_15_두 번째 시신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시간이 흘러 점심때가 가까워졌다.


탐정단과 정찬우 형사가 강원도 동부 경찰서에 나왔다. 근처 식당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강원도 바닷가라 해산물이 싱싱하고 좋았다. 이에 회덮밥을 먹기로 했다.


“날이 추운데 … 따뜻한 음식을 곁들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황수지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답했다.


“회덮밥 먹으면서 탕도 같이 먹자. 그게 좋겠다.”


“아주 좋아요, 탐정님. … 탕은 어떤 거로 먹을까요? 대구탕이 좋을까요? 아니면 알탕이 좋을까요?”


“탕이라면 단연 동태탕이 최고입니다. 대구탕은 좀 심심하잖아요.”


정찬우 형사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는 동태탕을 좋아했다. 동태가 진하게 우러난 국물에 하얀 쌀밥을 말아먹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었다.


유강인이 다시 고개를 끄떡이고 동태탕을 떠올렸다. 동태는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이었다. 어머니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었다.


어머니 시장바구니에 동태가 있는 날은 동태찌개를 끓여 먹는 날이었다.


“여보, 강인아! 어서 와요. 동태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요. 칼칼한 국물이 끝내줘요.”


어머니의 말에 가족이 단란하게 모였다. 누구라 할 거 없이 숟가락을 들더니 동태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좋다!”


유강인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덮밥과 함께 동태탕 먹으러 가자. 같이 하는 집이 있겠지?”


황정수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탐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곳 형사들한테 다 물어봤습니다. 뜨거운 국물은 다 있답니다.

나진 물회집이 회덮밥으로 유명하대요. 어서 가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요.”


“좋았어. 어서 가자고. 든든히 먹고 수사에 임해야지.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잖아.”


“맞아요! 샌드위치가 참 맛있었지만, 벌써 소화가 다 됐어요.”


유강인이 군침을 삼키며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조수 둘과 정찬우 형사가 따랐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을 때


바닷가 모래사장에 찬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강한 바람과 추운 날씨 탓인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적했다.


한적함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한 커플이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다정한 40대 커플이었다.


“김선생님. 바람이 부니 자태가 더욱 곱습니다.”


“네? … 그건 너무 옛날 말투잖아요! 사극 버전이에요.”


“아! 그런가요?”


“박사장님은 다 좋은데 말투가 너무 옛날 사람 같아요. 혹 판소리 같은 것도 좋아하세요?”


“저는 걸그룹 댄스 음악을 사랑합니다. 판소리는 관심 없어요.”


“뜻밖이네요. 심청가나 수궁가를 좋아하실 거 같은데 … 그건 그렇고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죠?”


“호텔로 가야죠. 피곤하잖아. 아주 근사한 스위트 룸을 잡았습니다.”


“네? 버, 벌써 호텔이요? 지금 한낮인데 ….”


“제가 좀 피곤합니다. 차를 장시간 몰았잖아요. 호텔에서 푹 자야겠어요.”


“아! 그런 거예요. 그럼, 호텔에서 한숨 푹 자고 저녁에 밖으로 나와요. 겨울밤 바닷가가 참 낭만적이라고 들었어요.”


“그렇죠. 낭만적이죠. 그런데 날씨가 꽤 추울 겁니다. 옷을 한 겹 더 껴입고 나가야 합니다.”


“괜찮아요. 박사장님이 옆에 있으면 하나도 안 추워요. 박사장님은 제 핫팩이에요.”


“그래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하하하!”


커플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이 즐거운 산책을 하고 있을 때


저 앞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응?”


여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급히 말했다.


“박사장님, 저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거 같아요.”


“네?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요?”


남자가 황급히 앞을 살폈다. 여자의 말대로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지, 진짜네?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은데 ….”


남자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여자가 따랐다.


30초 후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그 앞에 한 사람이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허리가 뒤틀린 채 하얀 모래사장에 누워있었다.


죽은 듯 미동조차 없었다.


“헉!”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허리가 뒤틀린 남자는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 마치 커다란 고통을 호소하는 거 같았다.


뒤틀린 허리가 무척이나 기괴했다.


“박사장님, 사람이 쓰러진 거예요?”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남자가 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여자에게 달려가더니 그녀를 꼭 감쌌다. 그리고 급히 말했다.


“안돼요, 보면 안 됩니다!”


“왜죠? 뭘 보면 안 되죠?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닙니다. 너무 처참한 몰골입니다. 어서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라고요?”


“네!”


남자가 말을 마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급히 112에 신고했다.


“112 신고 센터입니다.”


“모래사장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죽은 거 같아요.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요.”


“죽은 사람이라고요? 거기가 어디죠?”


“동해안 나진시 영포 해수욕장 모래사장입니다.”


“알겠습니다.”


남자가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엿들은 여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앞에 쓰러진 사람이 죽었다는 말이었다.


여자가 급히 말했다.


“정말 죽은 사람이에요?”


남자가 놀란 가슴을 달래려는 듯 길게 숨을 내쉬고 답했다,


“그런 거 같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 장례식장에서 알바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 본 … 시신 같아요.”


“네에?”


여자가 매우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영포 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경찰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경찰 둘이 모래사장으로 달려갔다.


경찰이 저 멀리에 보이자, 경찰을 기다리고 있던 커플이 두 손을 크게 흔들어대고 외쳤다.


“여기에 시신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경찰 한 명이 목격자 조사를 시작했다. 나머지 한 명이 시신을 향해 걸어갔다.


경찰의 눈에 시신이 보였다.


“헉!”


경찰이 놀란 나머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모래사장에 누워있었다. 허리가 뒤틀린 채 커다란 고통을 호소하는 거 같았다.


얼굴에 상처가 많았다. 몹시 두들겨 맞은 게 분명했다. 목에 시퍼런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딱 봐도 뭔가에 졸린 거 같았다.


“맞아 죽은 거 같아!”


“처참하군.”


경찰 둘이 시체의 상태를 보고 경악했다. 경찰 하나가 핸드폰을 들었다. 상부인 강원도 동부 경찰서에 이 사실을 신속히 알렸다.


한편 유강인은 나진 물회집에서 맛있는 회덮밥과 동태탕을 먹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동태탕을 국물을 푹 떠서 입안에 쑥 넣었다. 칼칼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와우!”


유강인이 감탄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엄지척했다. 특히 동태탕을 좋아하는 정찬우 형사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정말로, 정말로 맛있습니다. 국물맛이 최고네요. 아주 칼칼한 게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줍니다.”


“맞습니다. 정말 맛있어요. 살이 두툼하고 야들야들한 게 요리를 정말 잘했어요.”


황정수가 만족한 듯 손뼉을 쳤다.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공깃밥 그릇에서 밥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탐정단과 정형사가 동태탕 국물 삼매경에 흠뻑 빠져들었을 때 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삐리릭!



황수지한테 온 전화였다. 그녀가 핸드폰을 들었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급히 전화 받았다. 발신자는 나진 경찰서 엄반장이었다.


“엄반장님.”


“조수님, 지금 새로운 사건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사건이라고요?”


“근처 바닷가에서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네에? 시체라고요? 정말이세요?”


“그렇습니다. 몹시 구타를 당한 시체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송상하 부회장처럼 목에 졸린 자국이 있습니다.”


“또 목에 졸린 자국이 있다고요?”


“응?”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황수지가 놀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유강인을 찾았다. 자초지종을 그에게 설명했다.


“탐정님, 모래사장에서 시신을 발견했대요. 몹시 구타를 당했고 목에도 졸린 자국도 있대요. 송상하 부회장도 그랬잖아요.”


그 소리를 듣고 황정수와 정찬우 형사가 깜짝 놀랐다. 반면 유강인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밥을 다 먹자고. 속이 든든해야 수사를 잘할 수 있어. 서울청 이호식 팀장님이 내가 햇병아리 형사 때 하신 말씀이야.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지. 어서 밥그릇을 비워.”


“알겠습니다, 탐정님.”


조수 둘과 정찬우 형사가 서둘러 숟가락과 젓가락을 놀렸다. 그렇게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강인이 계산을 마치고 식당에서 나왔다. 황수지가 차로 달려갔다. 1분 후 주차장에서 나온 차가 유강인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휴우~!”


유강인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송상하 부회장 시신을 오늘 새벽에 발견하고 인양했는데 새로운 시신이 또 나타났다.


이는 무척 공교로운 일이었다. 우연한 일치일 수도 있지만, 아니라면 연쇄 살인의 가능성이 컸다.


두 시신 다 목을 조른 자국이 있었다. 동일인의 소행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유강인이 차에 올라탔다. 뒤이어 황정수와 정찬우 형사가 탑승했다.


탑승을 완료하자, 차가 움직였다. 시신이 발견된 바닷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영포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많은 경찰이 현장을 통제했다. 경찰서에서 출동한 형사들이 시신을 살폈다.


형사 하나가 시신의 지갑을 꺼내서 신원을 확인했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동료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서울 우영 병원 산부인과 의사 최인식이야. 부교수이기도 해.”


“서울 의사가 이곳에 죽었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이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와서 죽었을까?”


“글쎄?”


형사 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신은 입을 크게 벌렸지만, 형사들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날 그는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그때의 일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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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 어서 들게나. 대방어회는 제철에 먹어야 제일 맛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최인식 교수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여기는 바닷가 호텔 일식집이었다. 제철 대방어회로 유명한 고가의 식당이었다.


“어서 들게.”


상석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그는 60대 중반 남자였다. 살이 많이 찐 후덕한 신사였다. 두꺼비상이었다. 크라운 제약회사 회장, 안태연이었다.


맞은 편에 우영 병원 교수인 최인식과 김진성이 나란히 앉았다.


셋이 제철 대방어회를 즐겼다. 대방어가 무척 커서 참치 같았다.


안회장이 최인식 교수에게 말했다. 흡족한 표정이었다.


“우리 최교수가 곧 내 사위가 될 텐데, 이제 사위라고 불러야 하나?”


“하하하! 그렇죠. 장인 어르신.”


최교수가 크게 웃으며 답했다.


안태연 회장이 말을 이었다.


“사위, 앞의 일을 걱정하지 마. 내가 전폭적으로 밀어줄 테니. 이제 병원에서 나와서 개인 병원을 차려야지.”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제 꿈이 제 병원을 갖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김진성 교수가 무척 부러운 듯 최인식 교수를 쳐다봤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났다. 안태연 회장과 두 교수가 호텔에서 나왔다.


안회장이 최인식 교수에게 말했다.


“우리 딸이 좀 있으면 여리고 올 거야. 딸하고 잘 놀다가 서울로 올라와.”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안태연 회장이 김진성 교수에게 말했다.


“김교수는 나랑 같이 서울로 올라가자고. 최교수가 병원을 차리면 좀 도와줘. 내가 김교수도 밀어줄 테니.”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김교수가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넙죽 절했다.


잠시 후 안회장과 김교수가 탄 차가 호텔을 떠났다.


최인식 교수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걷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나와서 거리를 걸었다. 약혼자는 20분 뒤에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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