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19_의문의 청천과 실종자 다섯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탐정단이 빵집 안에 들어가자, 고소한 빵 냄새가 물씬 풍겼다. 다른 빵집과 차원이 다른 향기였다.


빵을 무조건 사야만 할 거 같았다. 그 정도로 빵 냄새가 고소하고 향긋했다.


“흐흐흐! 냄새 좋다.”


황정수가 고소한 빵 냄새를 맡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빵 진열대로 향했다. 제일 먼저 우유 식빵을 골랐다. 추억의 빵이자, 최고의 빵이었다.


우유 식빵은 유강인에게 소중한 추억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명덕산에서 맛있게 먹었던 빵이었다.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유강인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힘들 때 먹었던 음식이 기억에 남기 마련이었다.


유강인과 소년 탐정단, 동철, 진주는 산에 고립됐다. 험한 산속에 갇혔고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런 난관 속에서 우유 식빵을 먹고 힘을 냈다. 그 힘으로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유강인이 조수 둘에게 말했다.


“우유 식빵하고 이것저것 골라.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다 사줄 테니.”


“감사합니다! 역시 탐정님은 통이 크셔.”


황정수가 크게 답하고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쟁반과 집게를 들고 입맛을 다셨다.


황수지는 케이크를 살폈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맛있어 보이는지 군침을 삼켰다.


그렇게 탐정단이 빵 삼매경에 빠졌을 때 원창수 형사가 차에서 내렸다. 이명세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에 도착했다.


이명세의 홀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영안실에서 나왔다. 여경 한 명이 그녀를 부축했다.


어머니는 50대 중반이었다. 키가 작고 살이 통통했다.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영안실로 달려왔다.


그녀는 아들의 싸늘한 시신을 보고 순간 오열했다. 병세가 호전돼 멀쩡했던 아들이 갑자기 죽고 말았다.


아들은 서른 살도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요절이었다.


어머니가 커다란 슬픔을 참지 못했다. 한 손으로 입을 부여잡고 흐느끼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원창수 형사가 달려왔다. 그가 어머니를 부축하고 말했다.


“사건 담당 원창수 형사입니다. 이명세씨 어머니가 맞으시죠?”


어머니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급히 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형사님, 아들이 갑자기 죽었어요. 오전에 나갔을 때 멀쩡했어요. …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원형사가 안타까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경찰에서 수사 중입니다. 범인을 꼭 잡겠습니다.”


“범인이라고요? 누가 아들을 죽인 건가요?”


“현재 살인 가능성이 큽니다. 근래에 이명세씨처럼 검은 피를 토하고 갑자기 죽은 사람이 두 명이나 더 있습니다.”


“헉! 세상에!”


“모두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었습니다. 사망자 셋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 그렇다면 우리 아들이 나쁜 놈에게 당했다는 말인가요? 독을 먹은 건가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거 같습니다. 현재 수사 중입니다.”


“맞아요. 그게 맞을 거예요! 누가 우리 아들을 죽인 게 분명해요.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가면역질환을 앓았어요. 그 병은 갑자기 죽을병이 아니에요. 평생을 고통스럽게 사는 병이에요.”


어머니가 말을 마치고 부르르 떨었다. 누가 아들을 죽였다는 생각이 들자, 눈에 커다란 분노가 서렸다. 눈에 붉은 불꽃이 튀었다.


범인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듯 이를 꽉 깨물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원창수 형사가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픈 듯 입을 열지 못했다.


병원 복도에 커다란 분노심이 타올랐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커다란 분노였다.


아들은 평생을 고통스럽게 산 불쌍한 아이였다. 그런 아들을 누가 죽였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형사가 입을 열었다. 수사를 위해 물어볼 게 있었다.


“저, 이명세 어머님. 아드님이 밖으로 나갈 때 특별히 한 말이 있었나요?”


“특별히 한 말이요?”


“네, 아드님이 한 말 중에 기억나는 게 있나요? 근래에 특별한 말을 했나요?”


어머니가 꼼꼼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5분 후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우리 아들 상태가 갑자기 좋아졌어요. 그래서 쾌활했어요. 예전에는 항상 우울했는데 근래에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아, 그렇군요. 갑자기 몸이 좋아졌다는 말이군요. 무슨 좋은 약을 썼나요?”


“약은 예전에 먹던 약이에요. 약은 바뀌지 않았어요.”


“그래요? 좀 이상한 일이군요.”


“그리고 아들이 한 말 중에 … 좀 이상한 말이 있기는 있었어요.”


“그게 뭐죠?”


“청천이요.”


“네? 뭐라고요?”


“하늘이 맑게 개었다고 청천에 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밖에 나갔어요. 집에 돌아왔을 때 아주 신이 났어요. 그런데 그날은 날이 갠 적이 없었어요. 아주 우중충한 날이었어요.”


“청천이라고요? 하늘이 맑게 개었다고요?”


원창수 형사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원형사가 질문을 이었다.


“다른 건 없나요?”


어머니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다른 건 기억나지 않아요.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그것 말고는 없었던 거 같아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어머니가 여경의 도움을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원형사가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중얼거렸다.


“우중충한 날인데 하늘이 맑게 개어서 … 청천에 간다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원창수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김기동 형사가 걸어왔다.


원형사가 김형사에게 말했다.


“김형사, 청천이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


“네에? 청천이요?”


“응! 청천에서 천은 하늘 천(天) 같아. 어서 찾아봐.”


“알겠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스마트폰으로 청천의 뜻을 검색했다. 그가 말했다.


“청천에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 번째 청천(靑天)은 푸른 하늘이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 청천(淸泉)은 맑고 깨끗한 샘을 말합니다. 마지막 청천(晴天)은 맑게 갠 하늘을 뜻합니다.”


“응!”


원창수 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지막 청천(晴天)에 주목했다. 바로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이었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구나! 이명세씨가 하늘이 맑게 개었다고 말했어. 청천은 세 번째, 맑게 갠 하늘을 뜻하는 게 맞아!”


“이게 중요한 건가요?”


김기동 형사의 말에 원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이건 일반적인 말이 아니야. 중요한 말이 분명해. 이명세씨가 죽기 전에 한 말이야.

종일 우중충한 날에 맑게 갠 하늘, 청천을 언급했어. 이는 실제 날씨랑 관련이 없는 말이야.

말을 마치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왔어. 돌아왔을 때 신이 난 표정이었어.”


“그렇다면 청천이 … 클럽 같은 게 아닐까요? 이명세씨는 젊은 나이니 클럽 같은 데 놀러 갈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아주 좋은 생각이야. 클럽 같은 걸 찾아봐! 젊은 사람이 신이 나게 놀 수 있는 곳으로 … 청천을 검색하고 수소문해봐!”


“네, 알겠습니다.”


“흐흐흐! 좋았어. 일이 시작부터 잘 풀리고 있어.”


원창수 형사가 입맛을 다셨다. 단서를 잡았다는 생각에 두 눈에 생기가 확 돌았다.


한편, 유강인은 빵을 고른 후 카운터로 걸어갔다.


카운터에 주인이 서 있었다. 주인은 50대 초반 여자였다. 중간 키에 풍만한 몸매였다.


“계산해주세요.”


유강인의 말에 빵집 주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포장지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바코드 리더기로 찍었다. 그러다 힐끔힐끔 유강인을 쳐다봤다.


주인의 눈빛에 유강인이 무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힐끔힐끔 쳐다봤다.


유강인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왜 그러시죠?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그게 아니라 ….”


주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손님 얼굴을 많이 본 듯해서요.”


“저를 아시나요?”


유강인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때 주인이 갑자기 아하! 하며 탄성을 질렀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이제보니 유강인 탐정님하고 닮으신 분이구나. 그래서 손님 얼굴이 익숙했던 거에요. 제가 유강인 탐정님 광 팬이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 유강인 탐정님 팬이시군요.”


“네, 맞아요.”


주인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탐정 유강인을 생각하자, 기분이 좋은 거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제 동생은 판관 포청천, 전조 광 팬이에요. 그래서 하가경, 초운준 사진을 싹 다 긁어모았어요.

저는 포청청이 아니라, 유강인 탐정님 광 팬이에요. 탐정님 사진과 영상을 싹 다 긁어모아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블로그에 저 같은 유강인 탐정님 광 팬들이 많이 찾아와요. 모임도 있어서 같이 수다를 떨기도 해요.”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빵집 주인은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팬이었다.


빵집 주인이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유강인 탐정님이 매송 초등학교 졸업생이라고 … 그래서 직접 보신 적도 있다고 하셨어요. 아주 똘똘한 아이였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빵집 이름이 어머님 이름인가요?”


“네, 맞아요. 어머니 이름이 빵집 이름이에요. 저는 대를 이어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고요. 제 이름은 제갈민지에요.”


“아. 제갈씨군요. 흔치 않은 성이네요.”


“그렇죠. 흐흐흐! 제갈민지 빵집보다는 김숙자 빵집이 듣기고 좋고 말하기도 편하잖아요. 그래서 어머니 이름으로 빵집을 계속 운영하고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계산하겠습니다. 얼마죠?”


“8만 5천 원인데 5천 원 깎아드릴게요. 존경하는 유강인 탐정님과 닮으신 분이니 서비스를 해드려야죠.”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유강인 탐정님 덕을 톡톡히 보는군요.”


“그럼요. 유강인 탐정님 덕분에 악인들이 쥐구멍에 들어가 숨고 있잖아요. 저라도 그 보답을 해야죠.”


둘의 대화를 듣고 조수 둘이 서로 쳐다봤다. 이윽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 상황이 재미있었다. 유강인이 능청맞게 끝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잠시 후 탐정단이 빵집에서 나왔다. 빵을 잔뜩 싸 들고 탐정단 밴으로 향했다.


셋이 차에 타자, 차가 바로 출발했다. 늦은 오후에 의뢰인과 약속이 있었다.


유강인이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우유 식빵을 찢어 먹었다. 옛날 맛 그대로였다. 그렇게 빵 세 쪽을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40분 후 탐정단이 탐정 사무소에 도착했다. 셋이 사무실로 들어가 의뢰인들을 기다렸다.


황수지는 테이블을 깨끗이 닦았고 황정수는 커피머신을 청소했다.


유강인은 의뢰인의 의뢰 내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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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43세 여 김희애

실종자 29세 여 이민영

실종자 53세 남 최창민

실종자 46세 남 박길수

실종자 28세 여 장진리

실종자 5인은 넉 달 전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았음. 경찰에서 실종자 수사를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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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실종자의 성별과 나이를 살폈다. 성별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나이는 20대에서 50대까지였다.


“음!”


유강인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섯이 한꺼번에 실종됐다. 이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심각한 일이었다. 그들 사이에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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