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18_세 명 죽음과 다섯 실종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출동한 경찰들이 이명세 시신 근처에 폴리스 라인을 쳤다.


잠시 후 검은색 세단 하나가 사건 현장 근처에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고 형사 둘이 내렸다. 그들은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었다.


형사 둘이 사건 현장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폴리스 라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출동 경찰에게 말했다.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 형사입니다. 시신이 검은 피를 토하고 죽었다고요?”


출동 경찰 하나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입에서 검은 피를 토했습니다. 그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현재 현장을 통제 중입니다.”


“이런!”


“또!”


헝사들이 큰일이 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사 중 하나가 말했다.


“선배님,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은 사람이 벌써 세 명째입니다.”


“그래, 정말 보통 일이 아니야. 반장님께 어서 이 사실을 알려.”


“알겠습니다.”


인천 북부경찰서 형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가 처참하게 죽은 시신을 확인했다.


그렇게 인천에서 형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인천과 멀리 떨어진 전라북도에서 한 사람이 큰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스마일을 때려잡을 때, 바로 그때! 가슴이 정말 떨렸습니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습니다.

스마일은 정말 대단한 놈이었습니다. 신체 능력이 남다른 데다가 두려움을 모르는 놈이었습니다. 겁 없는 놈이 가장 무섭기 마련입니다.

그런 놈을 상대할 때는 단 한 방에 제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며 당하기 마련입니다.

솔직히 말해 스마일이 무척 두려웠습니다. 그 앞에서 커다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 오금이 저렸고 바지에다 오줌을 쌀 뻔했습니다.

그렇지만, 스마일을 잡을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잡지 않으면 유유히 도망쳐서 다시 활개를 칠 게 뻔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그 용기가 저에게 힘을 불어다 줬습니다. 스마일과 죽기 살기로 한판 붙었습니다.

제 너클과 스마일의 스파이크가 불꽃을 튀기며 자웅을 겨뤘습니다. 그렇게 생사를 건 한판 대결 끝에 놈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말이 끝나자, 커다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많은 사람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정말 대단하세요.”


“최고예요!”


여기는 전북경찰청 대강당이다. 한 사람이 강사로 나서서 많은 경찰 앞에서 강연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남자였다.


남자는 185cm의 키에 크고 아주 단단한 근육질이었다. 덩치에 맞게 얼굴도 부리부리했다. 두껍고 짙은 눈썹, 큰 코, 큰 입이 압도적이었다.


이 부리부리한 남자는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 에이스 원창수 형사였다.


그는 현재 강연 중이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살인 흉기 스마일을 때려잡았던 무용담을 많은 경찰 앞에서 실감 나게 설명했다.


그의 강연을 듣는 경찰들이 두 눈을 초롱초롱 떴다. 강연이 무척 흥미진진한 거 같았다.


원창수 형사는 인천을 대표하는 경찰이었다. 유강인이 총애하는 형사이기도 했다.


원형사의 평판은 과거에는 자못 달랐다. 무식하고 힘만 세고 쓸데없이 터프한 형사로 불렸다. 그래서 사고뭉치로 여겼다.


지금은 정 반대 대우를 받았다. 용감하고 유능한 형사로 인정받았다.


그의 변모에는 한 사람이 큰 역할을 했다. 바로 탐정 유강인이었다.


유강인은 거친 원석 같은 원형사를 잘 다듬어서 반짝이는 보석으로 만들었다.


1시간 후 강연이 끝났다. 원창수 형사가 공손히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자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창수 형사님! 최고예요!”


“정말 존경합니다!”


“흐흐흐!”


원형사가 실실 웃었다. 스마일을 잡은 덕분에 전국구 스타가 됐다.


“원형사님, 다과가 준비됐습니다. 어서 가시죠. 신입 형사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신입 형사들이 만남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전북경찰청 차장이 원형사에게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창수 형사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신입 형사들에게 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겠습니다.”


원형사가 신이 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뒤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후배 형사인 김기동 형사가 급히 달려왔다.


김형사는 원형사와 달리 키가 작고 아담했다. 김형사가 원형사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선배님, 반장님 전화입니다. 급한 전화입니다.”


“그래? 무슨 일이 있나?”


원창수 형사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장님. 원창수 형사입니다.”


“원형사! 급한 사건이 생겼어. 지금 와야겠어.”


“사건이라고요? 지금 인천으로 돌아오라는 말인가요?”


“그렇지!”


원창수 형사가 정색하고 말했다.


“아이고, 반장님, 지금 바쁩니다. 전북경찰청 신입 형사들과 다과를 즐기며 Q & A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다른 형사를 보내세요.”


반장이 그 말을 듣고 역정을 냈다.


“뭐라고? … 원형사! 정신 차려! 급한 사건이야!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은 사람이 또 생겼어!”


“네에? 검은 피를 토하고 또 죽었다고요?”


“응! 벌써 세 번째야.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그렇군요. 급한 일이 맞는군요. 그런데 저는 지금 전북에 있어서 … 경찰서에 김형사 있죠? 김형사를 현장으로 보내세요.”


“뭐라고? … 이놈이 잘나간다고 초심을 잃었군.”


“네에? 초심을 잃었다고요?”


“그렇지! 지금 네가 무슨 연예인 줄 알아! 정신 차려! 원창수! 넌 형사야!

형사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밤낮으로 범인을 쫓아다니는 사람이야, 형사가 뭐 하는 사람인지 벌써 잊었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


원창수 형사가 주저했다.


반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세 사람이 검은 피를 토하고 죽었어. 이건 큰 사건이야. 큰 사건이니 우리 경찰서 에이스인 원형사 자네가 맡아야 해! 이 사건을 누가 맡겠어?”


“…….”


원창수 형사가 답을 하지 못하고 머리만 벅벅 긁었다.


“이놈이!”


강력반 반장이 화를 참지 못했다.


반장은 원형사의 수호천사와 같은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원창수 형사를 비난할 때 그의 방패막이가 돼주었다.


그렇게 골칫거리 원형사를 항상 지켜줬다. 언젠가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거라며 그의 잠재력을 굳게 믿었다.


그런 사람이 오늘 화를 버럭 냈다. 유명세에 취해서 본분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호된 호통과 같았다.


“으으으~!”


원창수 형사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형사였다. 그것도 인천을 대표하는 열혈 형사, 저스티스 원창수였다.


불의가 있는 곳에 정의의 이름으로 철퇴를 내려야 했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반장님. 당장 가겠습니다. 제가 가서 사건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겠습니다.”


“그렇지. 그래야 원창수지. 각설이처럼 저스티스 타령만 하지 말고, 저스티스를 명심해!”


“네! 알겠습니다. 저스티스 원형사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렛츠고!”


원창수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가 옆에 있는 차장에게 말했다. 매우 공손한 목소리였다.


“차장님, 지금 사건이 생겼습니다. 연쇄 살인 사건 같습니다. 제가 당장 가봐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신입 형사들과 만남은 취소해야 할 거 같습니다.”


차장이 참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이고, 그러시군요. 일이 생기셨군요. 잘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다과회는 취소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겁니다.”


원창수 형사가 말을 마치고 씩 웃었다. 옆에 있는 후배 형사 김기동에게 말했다.


“자, 어서 가자고! 차에 시동 걸어. … 오늘 다 죽었어. 저스티스 원창수 형사님이 나가신다.”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원형사가 두 주먹을 꽉 쥐고 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이에 힘이 넘쳤다. 그는 보기 드문 진짜 형사였다. 사건을 맡았을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그렇게 두 형사가 인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다.



*



서울에서는 유강인과 조수 둘이 거리를 걸었다. 매송 초등학교 근처 사거리였다.


사거리에 건널목에 초록 불이 들어오자, 행인들이 바삐 움직였다. 모두 파카와 코트를 입었다.


유강인과 조수들도 마찬가지로 두꺼운 옷을 입었다.


유강인은 검은색 코트를 꺼내 입었고 조수 둘은 오리털 파카를 입었다. 황수지는 흰색 파카였고 황정수는 검은색 파카였다.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거의 다 왔습니다. 빵집이 저 앞에 있네요.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코앞이네요.”


“그렇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최고의 맛이라고 하셨는데 믿어도 되죠?”


“그럼, 최고야. 두말할 필요가 없어. 최고의 우유 식빵이야. 대적할 자가 없어. 천하무적, 인빈시블(invincible)이야.”


“그렇군요. 탐정님이 빈말할 리가 없으니 참 맛있겠네요.”


황정수가 부드러운 우유 식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유강인도 입맛을 다셨다. 황정수처럼 머릿속에 우유 식빵을 떠올렸다.


그러자 1996년 초등학교 5학년 때가 떠올랐다. 친구들과 함께 땡땡이 소년 탐정단을 결성하고 봄 소풍 날 사라진 동철을 찾으러 명덕산으로 올라갔었다.


산에 오르기 전 들렀던 빵집이 있었다. 그 빵집을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빵집 이름은 ‘김숙자 빵집’이었다. 우유 식빵과 크림빵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유강인이 사거리 건널목을 건넜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저 앞에 김숙자 빵집이 보였다. 간판만 새로 고쳤고 나머지는 예전 모습이었다.


“다 왔네요.”


황수지가 빵집 간판을 보고 말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빵집 주인이 이름이 김숙자씨인 거죠?”


“그렇겠지.”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걸음을 옮기다 뭔가가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의뢰인이 총 몇 명이지?”


황정수가 답했다.


“의뢰인은 총 다섯입니다. 오늘 방문하는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분이 대표자라고 하셨습니다.”


“사건이 … 실종 사건이라고 했지?”


“네, 탐정님. 다섯 명이 실종돼서 현재까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모두 인천에서 생긴 일이지?”


“네, 그렇습니다. 인천에서 생긴 실종 사건입니다. 원창수 형사님이 계신 곳이죠.”


황정수가 원창수 형사를 떠올렸다. 인천 하면 저스티스 원창수 형사였다. 원형사는 인천의 상징과도 같았다.


황정수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원형사님은 잘 계시겠죠?”


“그러겠지. 항상 밝은 분이잖아.”


유강인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유강인이 빵집 출입문을 열었다. 작은 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손님을 반기는 종소리였다.


서울과 달리 인천은 현재 여유가 없었다.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은 셋과 실종자 다섯이 발생했다.


인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차가 막히자, 원창수 형사가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한시라도 빨리 사건 현장으로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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