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16_바이오클린 유전자 치료제

by woodolee

“박팀장!”


지단길 박사가 박동철을 불렀다.


“네, 소장님.”


박동철이 대답하고 지박사 옆으로 걸어갔다.


“그게 ….”


지박사가 목소리를 죽이더니 박동철에게 귓속말했다. 뭔가를 지시한 거 같았다.


박동철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단길 박사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박동철이 유강인에게 말했다. 친절한 목소리였다.


“강인아, 좀 있으면 식사가 나올 거야. 맛있게 먹어. 최고급 요리로 준비했으니 기대해도 돼. 난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볼게.”


“알았어. 보안 팀장이니 할 일이 많겠지.”


유강인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5분 후 예정대로 축하 파티가 시작됐다.


한마디로 거창한 파티였다. 특급 호텔 조리팀이 식사를 준비했다. 먼저 각 테이블로 음료가 배달됐다. 고급 화이트와인과 톡 쏘는 사이다였다.


동그란 테이블에 음료들이 놓였다. 새하얀 커버 위에 화이트와인과 사이다가 참 잘 아울렸다.


“사이다 좋지.”


유강인이 화이트와인대신 사이다 잔을 들었다. 그렇게 톡 쏘는 사이다를 즐겼다.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이다를 택했다.


그가 좋아하는 술은 딱 두 가지였다. 샴페인과 사과주(애플 사이다. apple cider)였다.


“아주 시원하군.”


유강인이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며 갈증을 풀었다.


그때 톡톡! 하며 마이크를 테스트하는 소리가 들렸다.


단상에 오른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손님 여러분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행사를 곧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행사장이 조용해지자, 사회자가 행사 시작을 힘차게 알렸다.


“지금부터 2025년 인광 생명 공학 유전자 연구소 바이오클린 상용화 축하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손님 여러분! 연말연시 바쁘신데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회자가 말을 마치고 공손히 인사했다. 허리를 90도나 굽혔다.



짝! 짝! 짝!



커다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행사가 시작됐다.


박수 소리가 잦아지자, 사회자가 허리를 펴고 말을 이었다.


“축하 파티에 앞서 축하사가 있겠습니다. 축하사는 연구소의 핵심이자, 심장이신 지단길 소장님이 하시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인광 생명 공학 유전자 연구소, 연구소장 지단길 박사님입니다.”


연구소장이 등장한다는 말에 손님들이 무척 기뻐했다. 연구소장은 바이오클린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였다. 바이오클린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곧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손님들이 모두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치 연예계 스타를 보는 듯했다.


“음!”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렸다.


연구소장 지단길 박사가 단상에 올랐다. 힘이 넘치는 걸음걸이였다. 얼굴에 기쁨이 넘쳤다.


“소장님, 마이크 여기 있습니다.”


사회자가 지박사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지박사가 마이크를 건네받고 활짝 웃었다. 그 모습에 자신감 가득했다. 지박사가 신이 난 목소리로 축하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만나서 무척 반갑습니다. 저는 인광 생명 공학 유전자 연구소 소장 지단길 입니다.”


지단길 박사가 말을 마치고 사회자처럼 손님들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와아!”


손님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박사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손님들의 눈망울이 보였다. 그 눈망울에 기쁨이 서렸다.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 연구소는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연구소입니다. 20년간 혁혁한 공을 세워 세계에 그 이름을 떨쳤습니다.

우리 인광 연구소는 바이오산업의 선두 주자로 난치병, 유전병 치료제에 전념했습니다. 부단한 연구 끝에 드디어 그 성과를 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바이오클린(Bio-clean)이라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습니다.

바이오클린은 본 연구소가 만든 생명 공학의 정수입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인체의 해를 끼치는 유전자만 골라서 제거하는 기술입니다.

이 연구는 연구소 설립 당시부터 기획했습니다. 이 연구는 부친이신 지남철 박사님이 주도하셨습니다.

부친은 천재 중의 천재셨습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정확한 연구 방향, 토대가 되는 실험 자료를 제시하셨습니다.”


지단길 박사가 말을 멈췄다. 잠시 아버지를 생각하는 거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실종 상태였다. 39년 동안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행사장이 숙연해졌다. 손님들이 침묵을 지켰다.


지단길 박사가 슬픔을 참고 다시 입을 열었다.


“천재셨던 아버지가 계속 연구소에 계셨다면, 연구를 예전에 완성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미련한 제가 연구를 잇는 바람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인광 연구소를 믿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는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아버지 뜻을 받들어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실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매진한 끝에 드디어 결실을 이뤘습니다. 한마디로 인간 승리였습니다.

세계적인 석학과 헌신적인 연구진의 도움으로 획기적인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클린을 마침내 개발했습니다!”


바이오클린이라는 말이 나오자, 손님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 바이오클린은 꿈의 약이었다. 엄청난 부와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지단길 박사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바이오클린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 합법적인 임상실험을 통해 그 안정성을 인정받겠습니다.

임상실험이 끝나면 곧바로 상용화 단계에 이를 예정입니다. 그러면 아주 값싼 값으로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보다 많은 사람이 삶의 족쇄와 같은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일이 될 겁니다!”


“우아!”


무척 놀라운 말이었다. 그리고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곧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님이 기쁜 나머지 너도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단길 박사가 지휘하는 인광 연구소는 연구소의 사활을 걸고 획기적인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다.


연구소는 작년에 한편, 올해에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심사 결과, 그 가능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학계와 의료업계, 정부는 인광 연구소의 연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바이오클린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이는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었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과 같았다.


그날이 곧 올 것만 같았다. 인광 연구소의 눈부신 활약으로 난치병과 유전병이 곧 정복될 것만 같았다.


“하하하!”


행사장이 떠나갈 거 같은 웃음소리가 들리자, 지단길 박사가 기쁨을 참지 못했다. 그가 한바탕 크게 웃고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이는 승리의 표시, 빅토리(Victory)였다. 반드시 치료제를 상용화하겠다는 굳은 의지이자, 결의였다.


손님들이 승리의 표시를 보고 말을 나눴다.


“그날이 곧 오겠네요.”


“그럼요. 지단길 박사님은 의지의 화신입니다. 아버지 연구를 반드시 완성할 겁니다.”


행사장에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 기쁨이 계속 쌓이더니 환희가 됐다.


“음!”


유강인이 냉정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봤다. 사람들의 얼굴에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기쁨, 환희가 보였다. 커다란 희망이 환희를 낳았다.


유강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이는 경사에 초를 치는 말이었다. 하지만 매사에 신중해야 실수가 없었다.


지단길 박사의 말은 꿈같은 얘기였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꿈과 현실은 다를 수 있었다.


유강인은 바이오클린의 가능성에 의심을 품었지만, 그래도 뭔가가 있기를 바랐다. 어디나 과장이나 거품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 거품이 걷혔을 때 보이는 진면목이 진실하기만을 바랐다.


그건 희망이었다. 인간이라면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희망은 삶의 원동력이었다.


행사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비서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비서의 손에 와인 잔이 있었다. 비서가 지단길 박사에게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장님, 잔을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지단길 박사가 잔을 받았다. 잔에 화이트와인이 가득 차 있었다.


지박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와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자, 여러분!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건배합시다!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손님들이 너도나도 와인 잔을 들었다.


지소장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건배!”


“건배!!”


손님들이 큰소리로 건배를 외치고 와인을 마셨다.


유강인도 와인 잔을 들었다. 조수들과 건배하고 와인을 마셨다. 그는 와인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좋은 날인 만큼 와인을 마셨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그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맛있는 식사 시간입니다. 최고급 정식 코스를 즐겨주세요.”


그렇게 성대한 축하 파티가 시작됐다. 클래식 음악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깔끔한 복장의 웨이터들이 맛있는 음식을 날랐다. 모두 고급 음식이었다. 최고급 호텔 정식이었다.


“흐흐흐!”


황정수가 웃음을 연신 흘렸다. 안심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써느라 바빴다. 스테이크가 참 맛이 있는지 우와! 하며 감탄사를 남발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아요. 무슨 솜사탕 같아요. 안심이 이렇게 부드러운 건가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럼, 안심은 참 부드러워. 아이스크림처럼 아주 부드러운 고기지. 아! 빵은 좀 적게 먹어. 파티가 끝나면 빵 사러 갈 거니까, 빵은 좀 자제해.”


“네? 빵이요?”


황정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황수지가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그녀가 말했다.


“오늘 아침, 탐정님이 말씀하셨어요. 옛날에 먹었던 우유 식빵이 먹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축하 파티가 끝나면, 탐정님 모교인 매송 초등학교로 가서 우유 식빵을 잔뜩 살 거예요.”


“오! 그런 일정이 있었구나. 난 몰랐네. 초청장을 보낸 분이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하셨죠. 그래서 옛날에 먹었던 빵이 생각나셨군요. 참 잘됐네요. 고기도 먹고 빵도 배불리 먹어요.”


“그래, 옛 친구를 만날 생각을 하니 옛날에 먹었던 빵이 생각났어.”


“잘 알겠습니다. 여기 빵도 맛있어 보이지만, 조금만 먹고 탐정님이 그리워하시는 우유 식빵을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흐흐흐!”


“그래, 그 집 우유 식빵이 참 예술이었어. 최고의 빵이지. 다른 빵은 명함도 못 내밀어.”


“우와! 그 정도예요?”


“응, 그렇지.”


유강인의 말에 황정수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말했다.


“탐정님, 혹 추억 보정이 아닐까요? 지금 먹으면 별로일 수도 있는데 ….”


“그럴 수도 있지만, 맛있는 건 사실이야.”


유강인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맛있는 식사가 끝나갔다. 디저트가 나왔다. 아주 고소하고 달콤한 푸딩과 초콜릿 아이스크림이었다.


유강인이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보고 씩 웃었다. 그의 초콜릿 사랑은 여전했다.


그렇게 인광 생명 과학 유전자 연구소에서 축하 파티가 한창이었다. 난치병과 유전병 치료제인 바이오클린의 상용화를 앞두고 그 기쁨을 서로 나눴다.


그때 다른 곳에서도 술자리가 한창이었다.


장소는 인천시 계상구 동산동이었다. 동산동은 유흥가가 밀집한 곳이었다.


술자리는 호프집이었다. 낮술이 한창이었다.


주당은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겨울 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주당을 이길 수는 없었다. 주당은 술 앞에서 누구보다 용감했다.


호프집은 지하 1층에 있었다. 그래서 장소가 꽤 넓었다. 테이블이 30개나 됐다.


술집 분위기는 다소 칙칙했다. 지하라 그런지 조명이 어두웠다. 한밤처럼 음산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술집에 남자 넷이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다른 손님은 없었다. 곧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웃음소리가 컸지만, 술집의 음산함은 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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