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V2)
사람들이 하나둘씩 승합차에 올라탔다. 운전 기사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차에 탑승한 김철수가 다정한 목소리로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김선생님, 수고가 많으시네요. 오늘도 안전 운전 부탁합니다.”
“물론이죠, 장로님. 걱정하지 마세요. 빠르고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운전 기사가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이 다 탑승하자 차가 바로 출발했다.
고정 좌석이 있는 듯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유강인은 남아있는 자리에 앉았다.
아까 장로라고 불렸던 김철수는 운전사 뒷자리에 앉았다.
유강인이 김철수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운전 기사가 김철수를 장로라고 불렀어. 장로라면 그 위상이 꽤 높을 텐데. 저 자리가 상석인 모양이군.’
유강인 옆자리에는 이도식이 있었다.
이도식은 교회 갈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들떠 있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돌려 이도식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저, 차에 성동연합모임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던데 … 성동연합모임이 뭐죠?”
이도식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가 친절한 목소리로 답했다.
“성동연합모임이요. 거기는 우리가 매주 찾아가는 봉사단체 이름입니다.
고맙게도 성연모에서 … 아, 성연모는 줄임말입니다. 성동연합모임을 줄여서 성연모라고 부릅니다.
성연모에서 고맙게도 차를 빌려줘서 편하게 교회를 다니고 있어요.”
“차를 빌려줬다고요?”
“네, 우리 교회랑 성연모가 관계가 깊어요. 교회 사람들이 성연모에 가서 봉사 활동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성연모에서 우리에게 특별 서비스를 하는 거랍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래서 차를 빌려줬군요.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응?”
갑작스럽게 들리는 소리에 유강인이 사방을 둘러봤다.
몇몇 사람이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그 소리에 귀를 쫑긋했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이에 유강인이 생각했다. 기도문이나 주문을 외우는 거라고 여겼다.
**
차가 40분 남짓 달렸다.
한 시골 마을로 들어섰다. 그곳은 2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는 전원 마을이었다. 한적한 곳이었고 녹지가 풍성했다.
저 앞에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산 입구에 커다란 안내판이 있었다. ‘해발 100미터 성봉산’이라고 적혀있었다.
안내판 뒤로 작은 산길이 있었다. 알록달록한 옷들이 보였다. 등산객들이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차가 성봉산 입구를 지나쳐 10분을 더 달렸다. 그러자 널찍한 주차장이 보였다. 주차장 뒤로 교회가 있었다.
‘왔구나!’
유강인이 교회 건물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이제 본격적인 수사 시작이었다. 저 교회가 어떤 곳인지 알아야 했다.
주차장에 들어간 차가 안전하게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서둘러 내리기 시작했다. 무척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교회에 가고 싶은 거 같았다. 한마디로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유강인을 빼고 사람들이 다 내렸다. 그도 내려야 했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그가 운전 기사에게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사님.”
운전 기사가 하얀 앞니를 드러내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오신 분 같네요. 잘 오셨습니다. 우리 교회에 오시면 행운과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짧게 답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가 사방을 두리번거렸을 때
“여기가 교회입니다. 흐흐흐.”
이도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유강인 옆에 착 달라붙고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통성명도 안 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아! 제 이름이요. 저는 ….”
유강인이 본명을 말하려다 멈칫했다. 본명보다는 가명을 말해야 할 거 같았다.
그러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커피숍에서 만났던 목격자 라미경은 성당에 있었다.
“저는 유강인이라고 합니다.”
유강인이 일부러 톤을 높이고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형제님이군요. 하시는 일은?”
“저는 …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언제 기회가 되면 기름 넣으러 가야겠네요.”
“그게 … 멀리 있는 곳이라 오실 필요 없습니다. 행운 빌라로 이사 오면 새로운 직장을 찾을 생각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유강인이 대충 둘러대기 시작했다.
그는 군대 가기 전,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했었다. 그때 일을 떠올리며 말을 지어냈다.
이도식이 방긋 웃고 말했다.
“유강인 형제님, 오늘 처음 오셨으니 제 옆에 착 붙어있어야 해요.
함부로 행동하지 마세요. 이곳은 은혜와 사랑이 가득한 곳이지만, 그만큼 엄중한 곳이기도 해요.”
“네,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고개를 들어 교회 건물을 바라봤다.
넓은 주차장 뒤에 커다란 교회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교회 뒤로는 성봉산에서 내려오는 녹지가 무성했다. 푸르름을 더했다.
주차장은 맨땅이었다. 바람이 불자, 먼지가 풀풀 날렸다.
그래서 그런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들이 하나같이 허연 먼지를 뒤집어썼다.
교회 건물은 평범했다. 네모난 건물에 기둥 두 개가 위로 치솟았다. 기둥 꼭대기에 원뿔 지붕이 있었다.
주차장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이 명절날 붐비는 전통시장 같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전세버스가 여럿 보였다.
교회가 있는 동네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교회는 그렇지 않았다. 교회만큼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국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인사하기 바빴다. 다양한 사투리가 동시에 들렸다.
시간이 흘러 10시 5분 전, 9시 55분이 되었다. 벨 소리가 크게 울렸다.
딩동댕!
벨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교회 정문을 향했다. 많은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마치 군인들이 구령에 맞춰 행진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도 인파 속에서 같이 움직였다. 튀는 행동은 금물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해야 했다.
유강인이 교회 정문 앞에 다다랐다. 앞에 멋들어지게 만든 교회 간판이 보였다.
- 다사랑 한마음 교회
교회 이름은 평범했다.
‘아주 흔한 이름이네.’
유강인이 교회 이름을 외우고 사람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땡땡땡!
사람들이 들어오자, 종이 다시 크게 울렸다. 자리에 앉으라는 신호였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신발을 벗었다. 이곳은 좌식이었다. 앞에 큰 마루가 있었다. 신발을 벗고 마루 로 올라가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야 했다.
많은 사람이 마루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 자리가 반 정도나 찼다.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그들은 강한 사투리를 썼다. 남쪽 지방에서 올라온 거 같았다.
“자! 들어갑시다.”
김철수의 말에 행운 빌라 마을 사람들이 신발을 벗었다. 마루 오른쪽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자, 김철수가 앞으로 나갔다. 교회 관계자에게 방석과 책을 받아서 돌아왔다.
“자, 어서 받아요.”
김철수가 마을 사람들에게 책과 방석을 하나씩 나눠줬다, 사람들이 방석과 책을 받고 무슨 큰 은혜를 입은 듯 황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공손히 책과 방석을 받고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콩이여!”
“응?”
검은콩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생각해보니 그 말을 들은 거 같았다. 승합차에서 들은 거 같았다.
차에서 사람들이 기도문 같은 걸 읊조렸다. 그때 들었던 말 중에 검은콩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았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그래, 검은콩이야! 사람들이 검은콩을 계속 읊조렸어. 그런데 검은콩이 대체 뭐지? 검은콩하고 교회랑 무슨 상관이지?’
유강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유강인도 방석과 책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옆에 앉은 이도식을 슬쩍 쳐다봤다.
이도식이 아주 경건한 표정으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이도식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무슨 준비를 하는 거 같았다. 교회라면 은총이었다. 은총을 받으려는 준비하는 거 같았다.
이윽고
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땡땡땡!
종소리가 끝나자,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을 펼치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콩을 지상에 심어 정성껏 가꾸니 은혜로운 은총이 되나니~.”
유강인이 급히 책을 살폈다.
책 표지에 ‘은혜의 노래’라고 적혀있었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은혜의 노래가 찬송가인 모양이군. 왜 찬송가라고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말을 쓰지? 일반 교회랑 좀 다른데 ….’
노래가 계속 크게 울려 퍼졌다. 참 경건하고 고왔다.
유강인은 노래 가사에 집중했다. 검은콩이 수시로 등장했다.
“검은콩의 영험한 힘을 우리 성주님이 얻으셨으니~.”
“우리 모두 성주님 뜻에 따라 새사람이 되어~.”
유강인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가 좀 이상한데 … 검은콩과 성주님이라니? 이게 도대체 뭐야?’
유강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다. 그래서 교회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성인이 돼서도 교회에 여러 번 갔었다. 그건 군대 시절이었다.
군대에서 종교 행사는 신병이나 후임병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 시간이었고 초코파이를 얻어먹을 수는 간식 타임이었다.
유강인이 어리둥절했다. 그가 경험한 교회는 이렇지 않았다.
뭔가가 많이 이상했다. 유강인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곳은 말만 교회이지 일반적인 교회가 아니야!’
검은콩이 계속 울려 퍼졌다. 그게 유강인의 신경을 건드렸다. 유독 신경이 쓰였다.
검은콩을 생각하던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사이비 종교 단체인가!’
유강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감을 잡을 거 같았다.
그는 사이비 종교를 경험한 적은 없었지만,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해 그 실상을 익히 알고 있었다.
사이비 종교 단체는 겉과 속이 달랐다. 겉으로는 일반 교회, 성당, 절로 보였지만 실상은 정말 다른 곳이었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사랑 한마음 교회가 사이비 종교 단체 소굴인 거 같았다.
교회 이름도 이제 수상했다. 일부러 평범한 이름을 지어서 그 정체를 숨기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달랬다.
그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했고 행운 빌라 마을 사람이 왜 이곳까지 왔는지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혹 종교 단체가 다 같은 건가? 교회, 절, 성당 모두 사이비 종교 단체인가? 거기서도 검은콩 타령을 하는 건가?’
땡땡땡
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이 노래를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예배당 앞에 문이 있었다. 그 문이 활짝 열리더니 하얀색 예복을 입은 사람이 마루로 나왔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단 위에 올라갔다.
- 다사랑 한마음 교회 주임 목사 변우일
변우일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키가 크고 말랐다. 많이 말랐지만, 다부진 체격이었다.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낯빛이 화사했다.
그가 마이크를 잠깐 테스트하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 행사에 참여해주신 모든 성도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금부터 오늘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은혜의 노래 120페이지 검은콩에 성령을 부르겠습니다. 모두 일어나 주세요.”
이에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책 120페이지를 펼치더니 ‘검은콩에 성령’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늘의 정수가 담긴 검은콩! 그 콩을 심어 성주님이 우리에게 나눠주시니~.”
유강인도 책을 펼치고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는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그 가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노래를 부르기 싫었지만, 남들이 다하는 걸 안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수사 중이었다. 눈에 띄는 행동은 금물이었다.
그렇게 유강인은 다사랑 한마음 교회 성도들과 같이 행동했다.
유강인이 노래를 부르며 생각했다.
‘행운 빌라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은 아주 친절했어. 그런데 이런 종교 단체에 다니다니 … 분명 뭔가가 있어.
이건 참 잘된 일이야! 단서를 잡을 수도 있겠어.’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그래, 10년 전 비극이 그냥 일어난 게 아니야. 사이비 종교랑 관련 있을 수 있어. 그걸 꽉 물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