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13_수상한 마을 사람들을 만나다 2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V2)

by woodolee

유강인이 부동산 앞에서 하연수에게 말했다.


“돈을 뽑아야 해요.”


하연수가 한 손으로 저 앞을 가리키며 답했다.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은행 365코너가 있어요. 신축 아파트 근처에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부동산 주인의 말대로 신축 아파트 쪽에 ○○ 365코너가 있었다.


유강인이 현금 자동 출납기 앞에서 머뭇거렸다. 80만 원이 아까웠다. 그러다 마음을 먹은 듯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뽑고 보자!’


기계에서 차르르! 현금 세는 소리가 들렸다. 철컹하며 작은 문이 열렸다. 현금이 보였다.


유강인이 벌벌 떠는 손으로 현금 80만 원을 들었다. 현금을 봉투에 담고 품에 넣었다.


그가 ○○ 365코너에서 나왔다. 부동산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울상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거 자칫하면 80만 원을 홀딱 날리는 거 같은데 …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80만 원은 너무나도 큰돈이야!’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그가 고민에 빠졌다. 잠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아깝다! 이건 아닌 거 같아.’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80만 원이 날릴 거 같아 몸을 떨었다. 몸을 획 뒤로 돌리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누가 바짓가랑이를 꽉 붙잡는 듯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야! 80만 원을 주고 동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나을 거 같은데 … 이를 어쩌지!’


유강인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80만 원을 투자하면 행운 빌라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형편상 돈이 아까웠다.


그의 가정사는 불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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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은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자랐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이후 집안 형편이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어머니는 결혼 전 직장을 다녔지만, 결혼 후 쭉 가정주부로 살아왔다.


그런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키우기 위해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식당과 마트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고된 삶을 살았다.


유강인이 고개를 떨구었다.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일하고 계셨다.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아야 했다.


빚은 아버지가 친구와 친척에게 빌린 돈이었다. 상속을 포기하면 빚을 갚을 필요가 없었지만,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인간의 도리를 다하려면, 빚을 반드시 다 갚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유강인은 어머니의 뜻을 따랐다.


현재 모자가 열심히 일하며 빚을 갚고 있었다. 하지만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유강인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와 아버지는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유강인은 아버지에게 정을 붙일 수 없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차가웠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었다. 꼭 필요한 말과 일상적인 말만 나눌 뿐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폐병에 걸렸다. 결국, 치료를 포기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고등학생 유강인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콜록콜록!” 기침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아버지는 집안의 기둥이었다.


아버지는 평상시 술을 많이 마셨다. 집에도 늦게 들어왔다. 집에 일찍 들어와도 비디오를 보며 잠자는 게 일상이었다.


간혹 아들과 함께 산을 타며 시간을 보냈기도 했지만, 여전히 말이 없었다.


유강인은 갈수록 쇠약해지는 아버지를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처럼 술만 먹고 잠만 자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아버지가 된다면 자상한 남편이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생사에 기로선 아버지는 매일 아들을 찾았다. 그는 출근길 갑자기 쓰러져 하루아침에 중환자가 되고 말았다.


유강인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를 보면서 그동안은 최대한 잘해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두 달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만 17년 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누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살기가 너무 힘들고 두려워서 술만 먹고 잠만 잤다고 실토했다.


그리고 이 무서운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큰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연락이 끊어지더니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외롭게 살아오던 아버지는 술친구와 함께 인생을 허비했고, 그러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유강인과 어머니는 아버지의 시신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모자는 아버지를 화장하고 봉안당에 모셨다.


아버지 장례가 끝난 후, 유강인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인생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결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인생이라는 외다리 나무에서 도망쳐봤자 갈 데가 없다는 거를 그때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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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왕 사건을 맡았으니 뭐가 됐든지 최선을 다하자! 80만 원이 문제가 아니야. 억울한 피해자 강선애를 생각하자. 반드시 단서를 잡아야 해!’


유강인이 결정을 내렸다. 그가 부동산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



“여기 80만 원 있습니다.”


“안 오시길래 그냥 가셨나 했는데 … 오셨네요. 다행이네요. 그럼 영수증을 써 드릴게요.”


“네, 부탁합니다.”


유강인이 영수증을 받고 부동산에서 나왔다. 영수증을 들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집으로 갈까? ….’


유강인이 사방을 둘러봤다. 초조한지 입술이 바짝 말라 갔다.


10여 분의 시간이 흘러갔다.


유강인이 영수증을 꽉 잡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행운 빌라로 다시 돌아가자. 이제 입주민처럼 행동할 수 있어. 입주민들과 부딪혀 보자.”


유강인이 다시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몇 분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발걸음을 ‘OK 24시 편의점’으로 돌렸다.


유강인이 편의점 문을 활짝 열었다. 가게 주인 독고승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말했다.


“아! 아까 오셨던 분이죠. 더 필요하신 게 있으세요?”


유강인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아! 그게, 평화 부동산에서 월세 계약하고 왔습니다. 집으로 가서 방 수치를 재려고요. 줄자가 어디에 있죠?”


독고승이 깜짝 놀란 얼굴로 답했다.


“아! 그래요. 우리 동네로 이사 오시게요. 어느 집에 계약하셨나요?”


유강인이 일부러 크게 답했다.


“행운 빌라요!”


“네? 아, 아까 그 집을 물어봤잖아요? 그 사건을 알고도 계약하셨다고요?”


“싸더라고요. 집도 좋고 값도 싸니 계약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건이야 …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잖아요.”


“… 그렇긴 하죠. 사람들이 괜히 겁먹고 행운 빌라를 멀리하고 있죠.”


독고승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럼, 어느 집을 계약하셨나요?”


“301호요! 그 집 월세가 무척 저렴했어요. 집을 보니 아늑하고 좋았고요.”


“네에? 301호라고요?”


독고승이 301호라는 말에 매우 놀라서 두 눈을 번쩍 떴다.


편의점에 침묵이 흘러내렸다.


독고승이 뭔가가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유강인을 바라봤다.


유강인이 씩 웃었다. 독고승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겨 줄자를 찾았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 진열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줄자를 발견하고 말했다.


“아! 여기 있네.”


유강인이 줄자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독고승이 줄자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얼핏 친절해 보이는 미소였지만, 자세히 보면 억지 미소였다.


독고승이 줄자 바코드를 스캔하고 유강인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3,000원입니다.”


“여기 10,000원이요.”


“거스름돈 7,000원입니다.”


유강인이 거스름돈을 챙겨서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


독고승이 유강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계속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유강인이 행운 빌라로 향했다. 빌라 앞에 다다르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조사하자!”


유강인이 입맛을 다시고 빌라 공동 출입구로 들어갔다. 1층 복도로 들어갔을 때, 누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위층에서 여러 사람이 내려왔다. 그들이 101호로 들어갔다. 101호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유강인이 101호를 슬쩍 쳐다봤다.


활짝 열린 문틈으로 많은 사람이 보였다. 신발 장에 신발이 넘쳤다, 바닥에도 많은 신발이 있었다.


‘아! 모임인가?’


유강인이 옥탑방 청년 황정수의 말을 떠올렸다. 그건 빌라 정기 모임이었다. 그가 생각했다.


‘오늘 101호에서 모임이 있는 모양이군. 그래서 저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아주 바글바글하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계단을 올랐다. 잠시 후 301호 앞에 다다랐다.


“좋았어!”


유강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부동산에서 받은 열쇠를 꺼내서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은 꽤 오래된 철문이었다. 그가 잠시 현관문을 살피다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음!”


유강인이 현관문 복도에 서서 집 구조를 매의 눈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 범행을 떠올리며 범인의 행적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 한가운데에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쭉 둘러봤다.


부동산 주인과 함께 301호를 살피기는 했지만, 그때는 주인이 옆에 있어 자세히 살필 수 없었다. 지금은 옆에 아무도 없었다. 맘대로 살필 수 있었다.


유강인이 범인의 행동을 따라 했다. 거실에 서서 가만히 있었다.


그가 사건 파일을 떠올렸다. 402호 목격자 라미경이 현관문에 있다고 가정하고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강인이 현관문을 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실 한 가운데가 맞는 거 같군. 안방과 건넛방 사이야.”


유강인이 안방으로 향했다.


그가 잠시 안방 문을 살피다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을 한 바퀴 빙 돌았다.


“여기에서 부부와 아들을 해쳤고 그다음엔 ….”


유강인이 안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서서 건넛방을 바라봤다. 건넛방은 안방 맞은 편에 있었다. 현관문에 가까웠다.


사건 당시. 딸이 건넛방에서 자고 있었다.


유강인이 생각에 잠겼다.


딸이 문을 꼭 닫고 곤히 잤다면, 안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못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유강인은 한동안 거실에 서서 10년 전 상황을 머릿속에 그렸다.


“됐어!”


유강인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다시 현관문을 바라봤다. 라미경이 증언했었다. 열린 현관문 사이로 범인을 봤다고 ….


‘이번에는 라미경 관점에서 조사해보자!’


유강인이 현관문 복도로 걸어가 신발을 신었다.


밖으로 나가서 현관문을 반쯤 닫았다. 문손잡이를 꼭 잡고 반쯤 열린 문 사이로 거실을 바라봤다. 거실이 잘 보였다.


‘라미경 증언이 사실이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때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


유강인이 급히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꼭 닫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계단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깊은 밤이었다면 더욱 크게 들렸을 게 뻔했다.


‘홍은희의 증언도 사실이군.’


유강인은 입술에 침을 묻혔다. 4층에 살았던 홍은희의 주장도 틀림이 없었다.


10여 분이 지났다.


유강인이 301호 밖으로 나왔다. 열쇠로 문을 잠그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1층으로 내려갔을 때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하하하!”


1층 101호에서 크게 웃으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1층 복도에서 걸음을 멈췄다. 101호 현관문 앞에 서서 뒤 귀를 쫑긋했다.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빌라 공동 출입구로 누가 불쑥 들어왔다.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들어온 사람은 그가 오늘 본 사람이었다.


평화 부동산 주인 하연수가 치킨 상자 다섯 개를 들고 1층 복도로 들어왔다.


“어?”


하연수가 1층 복도에 서 있는 유강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말했다.


“아이고! 손님. 여기에 계셨네.”


“아! 사장님.”


유강인도 하연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을 이었다.


“방 치수를 재고 나왔습니다. 열쇠 여기 있습니다.”


“오! 그래요”


하연수가 열쇠를 받고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그녀가 101호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몸을 돌리고 말했다.


“손님, 이왕 오셨으니 이곳 주민과 인사하세요. 어차피 한 달 뒤에 입주하실 거잖아요.”


“네에?”


“이웃하고 얼굴 트면 서로 좋잖아요. 우리 마을은 이웃끼리 애틋하답니다.

여기 치킨도 있어요. 회장님이 부탁하셔서 치킨을 사 들고 오는 길이랍니다. 같이 치킨 먹으며 친하게 지냅니다.”


“그게 ….”


“에이, 같이 가요.”


하연수가 유강인의 소매를 잡고 101호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101호에 모인 사람들이 하연수를 보고 말했다.


“사장님 이제 오셨네. 한참 기다렸잖아요. 어? …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예요?”


“누구랑 같이 오신 거죠?”


하연수와 함께 낯선 남자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낯선 남자의 정체를 무척 궁금해했다.


하연수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제 옆에 계신 분은 한 달 뒤에 301호에 입주할 분이랍니다. 가계약금을 내셨어요.”


하연수의 말에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이내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러면 이웃사촌이네요.”


“환영해요! 어서 와요. 같이 식사해요. 젊은 청년이네. 아주 잘 생겼다.”


사람들이 유강인을 환대했다.


“아, 네.”


유강인이 뻘쭘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웃었다. 단서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301호에 계약한 사람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청년, 저기에 앉아요. 지금 치맥하며 놀려고 했는데 참 잘됐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자리에 앉자 하연수가 치킨 상자를 차례대로 열었다. 치킨 다섯 마리가 먹음직스럽게 들어있었다.


프라이드 두 마리에 양념치킨 세 마리였다.


치킨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나오자,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걸어갔다. 맥주 캔을 꺼냈다. 기쁜 표정으로 맥주 캔을 돌렸다.


“하하하!”


“호호호!”


사람들이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웃음꽃을 피웠다. 화목하고 정겨운 모임이었다. 모두 그늘이 없었다. 밝고 유쾌했다.


한마디로 친절하고 화목한 동네였다. 10년 전에 비참한 사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의 기억은 다 잊은 듯했다.


“그런데 사모님이 안 보이시네요?”


하연수가 입을 열었다. 이에 한 남자가 답했다.


- 101호 입주민 김철수


김철수는 큰 키에 체격이 좋은 사람이었다. 인상 좋은 40 중반 남자였다. 넓은 이마에 작은 눈이 항상 웃고 있었다.


“우리 마누라가 사람 많은 걸 싫어해서 어쩔 수 없어요.”


“아이, 사모님도 우리랑 친하게 지내면 좋은데 왜 이러실까?”


“그러게 말이에요. 마누라가 영 말을 듣지 않으니 ….”


김철수가 닭 다리를 북 뜯으며 말했다.


“이번 주에 봉사 모임 있으니 한 번 데리고 나오세요. 봉사 모임은 종교 모임이 아니니까 … 부담이 없잖아요.”


“그럴까요? 봉사 모임으로 ….”


“네, 봉사 모임에 오시면 맘이 바뀌실 거예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모임이잖아요.”


“그럼, 마누라가 돌아오면 졸라야겠네요. 같이 가자고, 하하하!”


김철수와 하연수가 서로 크게 웃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뭐가 그리 좋은지 덩달아 같이 웃었다.


유강인이 닭 다리를 맛있게 먹는 척하며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한 남자가 맥주를 쭉 들이켜고 유강인에게 말을 걸었다. 유강인 옆에 앉은 중년 남자였다.


- 201호 입주민 이도식


이도식은 중간 키에 마른 체격이었다. 40 초반 남자였다. 메마르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에서 꼼꼼함과 고집스러움이 엿보였다.


“청년도 봉사 모임에 나오세요.”


“네?”


유강인이 이도식의 말에 놀라서 되물었다.


이도식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봉사 모임은 불우한 분들을 사심 없이 돕는 일이에요. 어르신들과 아이들 식사 준비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는 일이죠.

일이 좀 고되지만, 다 끝나면 그렇게 가슴이 뿌듯할 수가 없어요. 관심이 있으면 나오세요. 월요일과 수요일에 봉사 활동하고 있어요.”


“저, 그게 ….”


“혹, 다니는 종교가 있어요?”


김철수가 유강인에게 불쑥 물었다.


“저는 믿는 종교가 없는데요.”


“아, 그러면 우리 교회로 나오세요. 은총도 받고 성령도 깃들면 좋잖아요.”


“......”


유강인이 김철수의 말에 답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어떻게 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회장님! 초면에 무슨 교회 얘기를 하고 그래요. 아직 입주도 안 했는데 ….”


이도식이 김철수를 나무랐다. 이에 김철수가 무안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난, 단지 교회 다니며 너무 좋을 거 같아서 그런 겁니다. 우리 교회에 오면 근심 걱정이 다 사라져요.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입니다. 하하하!”


김철수의 말에 사람들이 손뼉을 마구 쳤다. 참 옳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박수가 끝나자 사람들이 유강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무 말 없이 ….


교회에 나오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치킨을 삼키고 생각했다.


‘좋아! 이렇게 된 거 한번 부딪혀 보지 뭐.’


유강인이 시원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교회에 한 번 가보지요. 저도 전부터 종교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마음이 허하고 우울해서요.”


“아이고 잘됐네요.”


이도식과 김철수를 비롯한 사람들이 다시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김철수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모레가 일요일이니까 모레 오전 9시까지 빌라 앞으로 나오세요. 제가 인도할게요. 교회는 여기에서 50분 거리예요. 예배는 10시부터 있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때 뵙지요.”


유강인이 활짝 웃으며 양념치킨 한 조각을 들었다. 그가 좋아하는 치킨 봉이었다. 맛있게 뜯어 먹고 맥주 한 잔을 쭉 들이켰다.


그렇게 유강인이 사람들과 어울렸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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