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형사 구나정 1편 <죽음의 게임, 술래>
밤 2시
1차 술래 6명과 2차 술래 40명이 깊은 어둠 속으로 도망친 구나정 형사를 찾으려 돌아다녔다.
침입자 중 도둑을 잡자,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마저 잡으려는 듯 악착같이 쫓아다녔다.
416동 뒤로 감독관, 통제관, 의료진이 달려왔다. 그들이 5층에서 추락한 도둑을 살폈다. 의료진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손을 쓸 수 없다고 절명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게임을 총괄하는 감독관 1이 잠시 생각하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자를 어서 치우세요. 핏자국도 다 닦으세요. 이자는 여기에서 죽은 게 아닙니다.”
“서, 선임 감독관님 … 사건을 은폐하실 겁니까?”
옆에 있던 감독관 2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감독관 1이 냉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자의 배낭을 뒤지니 온갖 귀중품이 나왔습니다. 밧줄도 있었고 드라이버도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도둑의 가방이었습니다.
행색을 봐도 도둑이 분명합니다. 이런 하찮은 자가 죽었는데 우리가 왜 책임을 져야 합니까? 우리는 단지 게임을 즐기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 다른 침입자가 이자 옆에 있었습니다. 그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어떡하죠?”
“그자도 잡으면 그만입니다. 그자의 핸드폰이 우리 수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할 수 없습니다. 신고할 수 있다면 벌써 했겠죠.
어쩐지 줄을 타고 펜스를 넘은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 둘 다 도둑이었던 겁니다.
남자는 죽었고 이제 여자 하나가 남았습니다. 그자를 잡아야 합니다. 반드시! 그리고 입을 막아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
“그렇지만 ….”
감독관 2가 두려움을 느낀 듯 몸을 떨었다. 감독관 1이 무서운 표정으로 사건을 무마하라고 지시했다.
감독관 2는 차마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명령을 수행하는 집사처럼 고개를 끄떡이고 통제관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 도망간 여자를 잡아야 합니다. 잡은 자에게 큰 상금이 있다고 알리세요. 어서 서두르세요.”
“알겠습니다.”
통제관들이 급히 답하고 무전기를 들었다.
“통제관입니다. 침입자 중 한 명인 여자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그자를 잡으면 큰 상금이 있습니다. 어서 잡으세요!”
“우와! 상금이다!”
“침입자를 어서 잡자!”
큰 상금이라는 말에 2차 술래 40명이 환호했다. 그들의 눈에 불이 켜졌다. 구나정 형사를 잡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태세였다.
한편 구형사는 북문 근처인 416동 수돗가에서 남쪽으로 이동했다.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가로질러 402동, 403동을 지나 404동 뒤편에 다다랐다.
이제 단지 지리를 익힌 상태였다.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서 또 다른 문이 있을 거 같았다. 문을 지키는 경비 숫자가 적다면 한번 부딪혀 볼 요량이었다.
구나정 형사가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404동 뒤편을 따라서 놀이터에 다다랐다. 이곳은 어린이 놀이터였다.
그네와 미끄럼틀, 작은 축구장이 있었다.
‘감시 카메라?’
구형사가 급히 고개를 들고 감시 카메라가 있나 주변을 살폈다. 놀이터 앞에 장대 등이 있었다.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카메라를 달았다면 분명 높은 곳에 달았을 텐데 … 놀이터에서 높은 곳은 그네뿐이야.
아마도 그네에 카메라가 달았을 거야. 그러면 사각 지역을 계산해서 놀이터를 지나가야 해.’
구나정 형사가 그네를 살폈다. 그리고 감시 카메라가 비추는 각도를 어림짐작했다. 이윽고 고개를 끄떡이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감시 카메라 사각 지역으로 이동했다.
놀이터 옆에는 약수터가 있었다. 오랫동안 주민의 사랑을 받았던 약수터였다.
약수터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 2차 술래 둘이 산탄총을 들고 서 있었다. 침입자를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침입자가 어디에 있을까?”
“그야, 모르죠.”
“가까이에 있으면 내가 한 방 날리는 건데 … 그러면 상금은 다 내 거잖아. 흐흐흐!”
“그런 행운이 올까요?”
“살다 보면 행운이 오기 마련이지 … 그것도 갑자기.”
“저도 그런 날이 오면 참 좋겠네요.”
2차 술래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둘은 2차 술래 7번과 40번이었다. 7번은 키가 160cm였고 살이 제법 있었다. 40번은 키 165cm에 매우 마른 체형이었다.
둘 다 헬멧 마스크 고글로 얼굴을 가렸다. 체형으로 보아 둘 다 여자였다.
둘이 약수터 앞에서 사방을 살피고 있을 때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툭! 툭! 나뭇가지를 밟는 거 같았다.
“어? 이 소리는 ….”
2차 술래 7번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큰 상금을 생각하며 군침을 삼켰다. 그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반면 2차 술래 40번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대신 몸을 달달 떨었다. 깊은 어둠을 보자,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렇게 2차 술래 7번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움직였다. 옆에 있는 놀이터에서 나는 소리였다.
약수터에 혼자 남은 2차 술래 40번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동료에게 말했다.
“가, 같이 가요.”
2차 술래 40번이 힘들게 발을 뗐을 때, 바로 그때 하얀 손이 40번의 입을 꽉 틀어막고 뒤로 질질 끌고 갔다.
“헉!”
2차 술래 40번이 깜짝 놀랐다. 발버둥 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상대의 완력이 훨씬 셌다.
그렇게 약수터 뒤에 있는 관리실까지 끌려갔다. 결국, 관리실 벽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2차 술래 40번 앞에 서 있었다. 바로 구나정 형사였다. 40번이 두려움에 떨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구형사가 무서운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40번! 어서 헬멧과 고글, 마스크를 벗어, 보호대도 다 벗고. 소리 지르지 마라! 가만두지 않겠다. 난 경찰이다. 너희는 현재 불법 게임을 하고 있어!”
경찰이라는 말에 2차 술래 40번이 깜짝 놀랐다. 무전에서 듣기로 침입자는 도둑이라고 했다. 그런데 앞에 서 있는 침입자가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혔다.
“어서 마스크를 벗어!”
“아, 알겠어요. 화내지 마세요.”
무척 앳된 목소리였다. 젊은 사람이 분명했다.
2차 술래 40번이 머리와 얼굴을 감싸던 헬멧과 마스크, 고글을 벗었다. 그 모습이 드러났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10대 후반 소녀였다. 일자 단발머리였다. 일자뱅 앞머리였다. 하얀 피부에 가냘픈 얼굴이었고 마른 몸매였다.
이목구비는 아주 평범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고생 같았다.
“응?”
구나정 형사가 앞에 있는 소녀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학생이야?”
“…….”
“어서 말해! 학생이야?”
“그게 … 자퇴했어요.”
“자퇴라고?”
“네, 고등학교를 자퇴했어요.”
자퇴라는 말에 구형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너도 게임에 참가한 거야?”
“마, 맞아요.”
“게임에 왜 참가했는데 ….”
“상금이 걸려 있어서, 상금을 받으면 어머니 병원비에 쓸려고요.”
“상금이라고? … 아! 맞아, 상금이 있다고 했지. 큰 금액이었는데 … 상금이 얼마지?”
“1등이 4억이고 2등이 2억 5천, 3등이 1억이에요.”
“뭐? 4억이라고? 아주 큰 금액이네.”
구나정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 정도 상금이라면 불법 게임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녀가 질문을 이었다.
“ … 참가자들이 보물을 찾는다고 들었는데 맞아?”
“네, 보물을 술래를 피해서 술래 집으로 가져가면 상금을 받을 수 있어요. ”
“그런데 보물이 대체 뭐야?”
구형사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을 속이고 핸드폰을 빼앗아서 달아난 참가자 33번도 보물을 언급했었다.
“보물은 핸드폰이에요. 라이트가 들어오는 ….”
“뭐? 핸드폰이라고? … 아! 그래서 그자가 내 핸드폰을 훔친 거구나!”
이제야 보물의 정체를 알게 된 구나정 형사가 어이가 없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금 4억이 걸린 상황이라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훔친 거였다. 거액의 상금이라면 그 정도 도둑질은 아무것도 아닌 거였다.
구형사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대체 이 게임은 뭐야? 뭐 하는 게임이야? 서바이벌 게임이 맞는 거야?”
2차 술래 40번이 대답 대신 입을 꼭 다물었다. 보호 장비가 답답한지 하나둘씩 다 풀었다.
네이비색 체육복이 보였다. 왼쪽 가슴에 혜성이라는 흰색 글자가 있었다.
“혜성이 뭐야?”
2차 술래 40번이 여전히 입을 꼭 다물었다. 이에 구나정 형사가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다녔던 고등학교 이름 같았다.
구형사가 바닥에 있는 보호 장비를 보고 잘 됐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헬멧과 고글, 마스크를 쓰고 보호 장비를 착용했다. 그렇게 2차 술래 40번으로 위장했다.
구나정 형사가 소금탄이 든 산탄총을 들고 잠시 소녀를 쳐다봤다. 앞에 있는 소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때 소녀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저, 경찰이라고 하셨죠. 제가 나가는 길을 알고 있어요. 저를 따라오세요.”
“길을 알고 있다고?”
“네, 작은 출입문이 있어요. 몰래 나갈 수 있어요. 거기는 카메라가 없어요.”
2차 술래 40번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이걸 믿어야 하나?’
구형사가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이곳에서 허가 찔린 적이 있었다. 바로 참가자 33번이었다. 지금은 2차 술래 33번이었다. 보물인 핸드폰을 훔친 자였다.
‘얘가 아직 어린데 … 거짓말은 아니겠지. 따라가 보자.’
구나정 형사가 2차 술래 40번을 따라갔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에서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2시 05분
소녀가 관리실 건물 출입문으로 이동했다. 구형사가 사방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그 뒤를 따랐다.
건물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소녀가 뒤로 고개를 돌리더니 손짓했다. 어서 오라는 신호였다. 이에 구나정 형사가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어서 빨리 도망치려면 소녀의 도움이 절실했다. 불법 서바이벌 게임 중에 사람이 사망했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려야 했다.
그렇게 관리실 출입문 앞에 다다랐을 때 소녀가 말했다.
“건물로 들어가서 옆문을 나가야 해요. 그래야 카메라를 따돌릴 수 있어요. 404동 뒤에 있는 408동 뒤편에 작은 출입문이 있어요.”
“알았다. 고맙다.”
“자, 절 따라오세요.”
소녀가 말을 마치고 출입문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실은 딱 보기에 아주 어두컴컴했다. 음산한 어둠 속에 불길함이 한가득했다.
구형사가 주춤했다. 긴장감과 함께 불길함을 느낀 듯했다. 그러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일단 소녀를 믿기로 하고 그 뒤를 따랐다.
관리실 건물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장대 등불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단지가 커서 그런지 관리실 건물도 큰 편이었다. 기다란 복도를 따라서 관리 사무소, 화장실, 휴게실이 있었다. 지하에는 보일러실이 있었다.
복도를 따라서 소녀와 구나정 형사가 급히 걸었다. 그러다 소녀가 휴게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말했다.
“휴게실 안에 잠시만 계세요. 제가 밖을 내다보고 올게요.”
“뭐라고? 내가 너를 어떻게 믿고?”
“선생님, 저를 못 믿으세요?”
소녀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큰 눈망울이 아주 맑았다. 구형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은 한 사람이 죽은 불법 게임장이었다. 꼭꼭 숨겼던 욕망이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곳이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냘픈 소녀라 할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