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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Nov 01. 2024

13_도둑의 죽음

여형사 구나정 1편 <죽음의 게임, 술래>

“서라!”


“그만 서지 못해!”


최초 술래 1, 2가 계단을 뛰어오르며 크게 외쳤다. 그 소리가 건물 안에서 크게 울렸다.


하지만 도둑은 도주를 멈추지 않았다. 한쪽 무릎이 무척 아픈데도 이를 꾹 참고 계단을 계속 뛰어올랐다.


급한 상황이라 아픈 줄도 모르는 거 같았다. 잡히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한편 구나정 형사는 도둑이 들어간 416동 뒤편에 있었다. 뒤편에는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돗가가 있었다. 이곳에 몸을 숨겼다.


수돗가는 약수터처럼 지하수가 나왔지만, 식수로는 불가하고 생활용수로만 사용하라는 간판이 있었다.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약수터는 반대 방향인 남문 쪽에 있었다.


수돗가를 보자 구형사가 침을 꿀컥 삼켰다. 목이 무척이나 말랐다.


저녁 먹은 후 여태까지 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했다. 도둑을 잡으러 뛰어다니다 펜스를 넘었고 이후에는 게임 참가자들에게 쫓기는 통에 갈증이 심했다.


하지만 마실 물이 없었다. 수돗가를 보자, 식수로 사용 불가였지만, 여기 물이라도 마시고 싶었다. 이에 수도꼭지를 재빨리 돌렸다. 하지만 아무리 돌려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으으으! 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군.”


구나정 형사가 갈증을 꾹 참고 수돗가에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상황을 살폈다.


기회를 봐서 펜스로 달려가 탈출할 계획이었다. 416동 바로 뒤에 펜스가 있었다.


탈출하면 경찰에 서둘러 신고해 위험한 총으로 불법 게임 하는 자들을 현장에서 모두 생포하고 싶었다.


그렇게 구형사가 호시탐탐 탈출할 기회만 노리고 있을 때.


416동에 들어간 도둑은 2층 계단을 넘어, 3층, 4층, 5층까지 올라갔다.


5층 계단에 오르자 맨 위인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가 재빨리 고개를 쳐들었다. 옥상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그렇지!”


열린 문을 보고 도둑의 눈이 반짝였다.


도둑이 서둘러 배낭을 열었다. 안에 로프가 있었다.


“됐다!”


도둑이 배낭을 다시 메고 옥상 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5층이 끝이잖아.”


“그렇긴 한데 … 위에 옥상도 있어.”


“침입자가 옥상까지 올라갔을까?”


“5층에 없으며 그렇겠지.”


“알았어.”


4층 계단을 오르던 최초 술래 1과 2가 숨을 헐떡이며 대화를 나눴다.


잠시 후 둘이 5층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5층 복도에는 501호와 502호 현관문이 있었다. 현관문은 꼭 닫힌 상태였다.


최초 술래 1이 고개를 끄떡이더니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단에 발을 올려놨을 때 잠시 멈칫했다. 옥상 문이 흔들거렸다. 누가 문을 건드린 게 분명했다. 그가 말했다.


“문이 흔들리는 걸 보니 침입자가 옥상으로 올라간 게 분명해. 어서 잡으러 가자.”


“알았어. 목표가 죽기 살기로 막 도망치니, 이거 아주 흥미진진한데. 흐흐흐!”


최초 술래 둘이 말을 마치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옥상에 침입자가 있다면 더는 도망칠 데가 없었다. 침입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몬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둑의 생각은 달랐다. 옥상에 서둘러 올라 사방을 살피더니 로프를 묶을 곳을 찾았다.


로프를 단단히 묶고 아래로 내려갈 심산이었다. 5층 높이였지만, 로프 길이는 충분했다.


어둠 속에서 옥상 난간을 둘러보던 도둑이 아! 하며 오른손 검지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가 좋겠다. 어서 로프를 묶자.’


도둑이 급히 난간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416동 뒤편 구석이었다. 그 아래로 수돗가가 있었다. 수돗가는 구나정 형사가 은밀히 숨은 곳이었다.


도둑이 난간 근처에서 로프를 단단히 묶었을 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천천히 걷는 소리였다.


“응!”


도둑이 깜짝 놀라서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사방을 살폈다.


그의 눈에 사람 둘이 보였다. 모두 총을 들고 있었다. 바로 최초 술래 두 명이었다.


그들이 고개를 돌리며 침입자를 찾았다. 그러다가 양쪽으로 흩어졌다.


최초 술래 1이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초 술래 2는 왼쪽이었다. 오른쪽 난간 근처에 도둑이 숨어있었다.


‘젠장!’


최초 술래 1이 점점 다가오자, 도둑이 당혹감에 이를 악물었다. 좀 더 빨리 로프를 묶고 도망쳐야 했는데 날이 추워 손이 얼어버려서 그러지 못했다.


도둑이 조용히 숨을 내쉬고 상황을 살폈다. 어둠 속에 숨어있다가 누군가가 다가오면 덮치기로 마음먹었다.


한발 한발 최초 술래 1이 옥상 구석을 향해 다가왔다.


“침입자가 416동에 있다. 남자다. 술래들은 그곳으로 출동해라. 1호 차도 출동해라.”


정적을 깨는 무전이 바람을 타고 도둑의 귀에 들렸다.


순간! 도둑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곳으로 사람이 몰려올 뿐만 아니라 차도 곧 온다는 소식에 그만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크게 내지르고 말았다.


“앗!”


“응!”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최초 술래 1이 멈칫했다. 그리고 고개를 급히 돌려 침입자를 찾기 시작했다. 총구가 깊은 어둠을 갈랐다.


‘젠장!’


도둑이 왼손으로 입을 꼭 틀어막았다. 몸을 더 숨기려고 더욱 웅크렸을 때 그만, 뒷발로 뭔가를 밟고 말았다. 탁!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 저기 있구나. 딱 걸렸어.”


최초 술래 1이 고개를 끄떡이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총구를 돌렸다. 총구를 아래로 내리더니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타타타타타!



고무탄이 사정없이 그 방향으로 날아갔다. 총구를 내린 까닭에 바닥에 고무탄이 떨어졌다. 도둑이 숨어있는 난간 근처였다.


최초 술래 1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침입자! 이제, 그만 나와라. 어디에 숨어있는지 다 알고 있다. 어서!!”


헬멧에 붙어 있는 조명이 도둑을 비추기 시작했다. 도둑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검은색 야구 모자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오! 저기 있군. 어서 나와! 네 정체가 대체 뭐냐? 보아하니 … 도둑 같은데. 도둑놈 XX!”


최초 술래 1이 크게 소리 질렀다. 그러자 반대 방향에 있던 최초 술래 2가 그를 향해 뛰어왔다.


침입자 한 명을 잡았다고 기뻐하는 거 같았다.


바로 그때! 도둑이 재빨리 일어났다.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의 눈에 단지가 훤히 보였다. 5층 옥상에서 바라보는 광경이었다. 한쪽 무릎이 무척 아팠지만, 이를 꾹 참고 뛰어올랐다. 무척 재빠른 솜씨였다. 오른손에 로프를 꼭 쥐고 있었다.


“저, 저놈이!!”


도둑이 재빨리 난간으로 오르자, 최초 술래 1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도둑의 돌발 행동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타타타타!



강력한 위력의 고무탄이 도둑의 등을 향해 벌떼처럼 날아갔다.


“악!”


도둑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5층 건물 옥상에서 추락했다. 안전 장비 없이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한 높이였다.


“응?”


갑자기 위에서 들리는 커다란 소리에 구나정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위를 올려다봤다. 앞에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누군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헉!”


구형사의 두 눈이 접시처럼 동그래졌다.


몇 초 후, 한 사람이 바닥에 쿵! 하며 떨어졌다. 큰 소리였다. 짙은 어둠 속이지만, 뿌연 연기가 보이는 거 같았다.


“세, 세상에!”


놀란 나머지 구나정 형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떨어진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


어서 구호 조치해야 했다. 10여m를 달려가자 한 사람이 사지를 벌리니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검은색 야구 모자를 쓴 남자였다.


그 모습에 구형사의 두 눈이 쟁반처럼 커졌다.


“도, 도둑!”


검은 야구 모자와 검은 마스크 사이로 액체가 흘러나와서 바닥을 적셨다. 머리와 입에서 흘러내리는 피였다. 딱 보기에 옥상에서 추락한 도둑이 절명한 듯했다.


“매, 맥을! 빨리!!”


구나정 형사가 서둘러 도둑에게 달려가 그의 맥을 살폈다. 맥이 뛰지 않았다. 호흡도 없었다. 심장 박동 들리지 않았다.


결국, 옥상에서 떨어져 즉사한 거 같았다. 입과 머리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이, 이게 무, 무슨 일이야?”


그때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사람 소리였다.


구형사가 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의 눈에 한 사람이 보였다. 옥상 난간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고무탄 총을 든 최초 술래였다.


위험한 서바이벌 게임 중에 결국, 한 사람이 죽고 말았다. 불법 무기를 사용하는 게임이었고 이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놈들이!!”


구나정 형사가 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오른 검지로 옥상 난간에 서 있는 최초 술래를 날카로운 칼처럼 가리켰다.


그때 눈에 뭔가가 보였다. 가슴에 붙어 있는 숫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바로 2번이었다.


그녀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을 때!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왼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녀가 서둘러 고개를 돌렸을 때 한 사람이 건물 모퉁이에서 튀어나왔다.


바로 최초 술래 1이었다. 도둑에게 고무탄을 발사한 장본인이었다. 검은색 헬멧과 보호대 가슴에 하얀색 글자 스티커 1이 선명하게 보였다. 170cm 초반에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최초 술래 1이 쓰러진 도둑과 구형사를 발견하고 걸음을 딱 멈췄다. 둘을 번갈아 보다가 고무탄 총을 구형사에게 겨누었다.


“이, 이것이!”


총구가 자신을 향하자, 구나정 형사가 분을 참을 수 없었다. 게임 중에 한 사람이 죽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119를 부르는 게 아니라 구조하려는 사람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 XX야! 사람이 죽었어!!”


구형사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큰 호통이 들렸지만, 최초 술래 1은 반성하기는커녕, 총을 몸에 딱 붙이더니 오른 검지로 방아쇠를 힘차게 당겼다.


사냥감이었던 도둑에게 총을 쏠 때 그 쾌감을 잊지 못하는 듯 사악한 검지가 다시 꿈틀거렸다.


틱! 틱!


하지만 총알이 없었다. 빈 탄창이었다. 모든 총알을 도둑에게 다 쏟아부은 상태였다.


“제, 젠장!”


최초 술래 1이 급히 왼손을 움직였다. 새 탄창을 꺼내려고 할 때!


바로 그때! 구형사가 성난 호랑이처럼 그에게 달려갔다. 오른 주먹을 높이 쳐들더니 최초 술래 1의 관자놀이를 향해 날렸다.


퍽! 소리가 났다. 최초 술래 1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그리고 검은색 고글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윽!”


최초 술래 1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가 고개를 쳐들었다. 고글이 사라지자, 그의 눈매가 훤히 드러났다.


구나정 형사가 최초 술래 1의 멱살을 꽉 잡고 그의 눈을 봤다.


아름다운 눈매였다. 힘차게 솟구치는 짙은 눈썹에, 짙은 쌍꺼풀, 송아지처럼 큰 눈망울이었다. 양쪽 눈 아래가 무척이나 특이했다. 검은 보석 같은 작은 점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이것아! 놔라!”


최초 술래 1이 크게 소리쳤다. 그도 구형사의 멱살을 꽉 잡았다.


“이것이!”


둘이 엉켜서 싸우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구르며 서로를 제압하려고 애썼다.


도둑 쓰러져 있는 근처에서 둘이 벌떡 일어났다.


“저, 저기 있다! 잡아라!”


갑자기 큰 함성이 들렸다. 술래 20명이 아파트 왼쪽 모퉁이를 돌아서 구나정 형사를 향해 달려왔다. 모두 총을 들고 있었다.


“헉!”


다급한 상황이었다. 적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았다. 일단 피해야 했다.


“넌 끝났어!”


최초 술래 1이 크게 외치며 구형사의 왼팔을 꽉 잡았다. 그러자 구형사가 왼쪽 다리로 바깥다리를 걸어서 최초 술래 1을 바닥에 뿌리쳤다.


“아이고!”


최소 술래 1이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그때! 피 묻은 숫자 1이 보였다. 최초 술래 1이 바닥을 구르다 도둑의 피가 가슴에 묻고 말았다.


“1!”


구나정 형사가 1을 크게 외치고 서둘러 오른손을 뻗어서 피 묻은 스티커를 딱 뗐다.


“잡아!”


“침입자다! 여자다!”


어둠을 잡아 삼키는 고함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구형사가 1번 스티커를 품에 넣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곧 총소리가 들렸다.



펑! 펑!



소금탄이었다. 소금탄은 사거리가 짧아서 정확도가 떨어졌다. 구나정 형사가 소금탄을 피해 재빨리 도망쳤다.


“헉! 헉!”


입으로 거친 숨을 내뱉으며 구형사가 달렸다. 어서 몸을 피해야 했다.


이곳은 이제 게임장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5층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맥이 끊어졌고 호흡도 끊겼다.


운 없게도 머리가 바닥을 향해 떨어진 거 같았다. 응급차가 빨리 온다고 해도 살 가망이 없었다.


깊은 어둠을 헤치며 구나정 형사가 정신없이 달렸다. 어서 빨리 이곳에서 도망쳐야 했다. 그리고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죽은 자는 무도한 도둑이었지만, 사람을 죽인 살인자는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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