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형사 구나정 1편 <죽음의 게임, 술래>
밤 12시 55분
아스팔트를 울리는 숨 가쁜 발소리가 들렸다. 구나정 형사가 강렬한 헤드라이트를 피해 차도를 가로질렀다. 401동 건너편 409동을 향해 내달렸다.
부웅! 하며 지프가 움직였다. 도망가는 구형사를 맹렬히 뒤쫓기 시작했다. 핸들이 급하게 오른쪽으로 꺾이며 구형사의 뒤를 쫓았다.
차가 덜컹거리며 도로에서 인도로 들어왔다. 쿵쾅거리며 인도를 따라서 달렸다.
“헉! 헉!”
구나정 형사가 입을 크게 벌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커다란 지프까지 자신을 뒤쫓고 있었다.
‘이, 이놈들은 분명 범죄집단이다! 이놈들한테 잡히면 안 돼!!’
구형사가 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차가 3m 뒤에서 인도를 달리고 있었다.
“젠장!”
구나정 형사가 급히 앞을 살폈다. 저 앞에 아파트 동 사잇길이 있었다. 그곳은 길이 좁아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409동 410동 사잇길이었다.
“다 왔다!”
그렇게 숨 가쁘게 사잇길에 다다랐을 때!
한 사람이 불쑥 사잇길에서 튀어나왔다. 모래색 헬멧과 보호대가 보였다. 산탄총을 든 2차 술래 10번이었다.
“치, 침입자!”
2차 술래 10번이 황급히 산탄총을 들었다. 둘 사이 거리가 1m에 불과했다.
이 거리에서 소금탄을 정통으로 맞으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나가떨어질 게 뻔했다. 그러면 잡힐 수밖에 없었다.
“야아!”
구나정 형사가 큰 소리로 기합을 넣고 높이 뛰어올랐다. 공중으로 솟구쳐 두 팔을 쭉 내밀었다. 마치 독수리가 공중에서 먹이를 낚아채듯 두 손바닥으로 2차 술래 10번의 어깨를 꽉 밀었다.
“아이고!”
비명이 들리며 2차 술래 10번이 나동그라졌다. 탁! 하며 산탄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구형사의 두 눈에 산탄총이 보였다. 이에 바닥에 떨어진 총을 들고 사잇길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이윽고 펑!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악!”
“아이고!”
비명이 연달아 들리고 여러 명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구나정 형사가 사잇길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을 때 2차 술래 3번과 39번이 앞에 있었고 이에 지체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소금탄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2차 술래 두 명을 공격했다. 소금탄의 강력한 위력에 2차 술래 두 명 모두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헉! 헉!”
산탄총을 내 던지고 구형사가 다시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으으으~!”
힘들게 몸을 일으킨 2차 술래 3번과 39번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구나정 형사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다 통제 센터에 무전을 날렸다.
“치, 침입자가 416동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여자입니다.”
“알겠습니다.”
밤 1시 01분
“이게 대체 뭔 소리지?”
한 남자가 갑자기 크게 들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는 410동 아파트 2층 복도였다. 410동 앞으로는 단지를 관통하는 큰 도로가 있었고 뒤로는 416동과 수돗가가 있었다.
남자가 무척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도둑이었다. 구나정 형사가 뒤쫓는 도둑이었다. 검은색 야구 모자, 검은색 마스크, 검은색 옷으로 그 모습을 어둠 속에 감추고 있었다.
“아야!”
도둑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큰 통증을 느꼈는지 몸을 새우처럼 움츠렸다. 몇 초 후, 인상을 겨우 펴고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둑은 3m 높이 펜스에서 떨어질 때 오른 무릎과 오른 손바닥을 심하게 다치고 말았다. 살이 쭉 찢어져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서둘러 응급조치해야 했다.
그는 전문 도둑이었고 그래서 응급 상황에 대비해 붕대, 소독약 등을 항시 준비했다.
그때 구형사가 펜스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둑은 구형사가 펜스에서 내려와 사방을 두리번거리자, 어둠을 틈타 큰 나무로 숨어들어 숨을 죽였다.
잠시 후 구나정 형사가 근처까지 왔지만, 어둠 속에 숨은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자, 안도의 숨을 내쉬고, 배낭을 급히 열었다.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로 지혈했다. 서둘러 응급처치하고 상황을 살폈다.
그는 재건축 현장에서 나가려고 펜스로 걸어가 로프를 찾았지만, 구형사가 갈고리가 달린 로프를 가져가는 바람에 펜스에서 로프를 찾을 수 없었다.
배낭 안에 다른 로프가 있었지만, 갈고리가 없었다. 도둑은 갈고리가 없는 로프를 펜스에 묶으려고 했지만, 계속 실패했고 이에 출구를 찾으려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까지 나왔다.
도둑이 도로에 나오자 여러 사람이 보였다. 이에 깜짝 놀라서 몸을 숨기고 몇 분 동안 상황을 살폈다. 그러다 모인 사람들이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걸 눈치챘다.
도로에 사람들이 사라지자, 출입구를 찾았고 바로 북문 출입문을 찾았지만, 출구에 경비가 서 있었다. 상처도 너무 아파서 좀 쉬기로 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두컴컴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단지를 관통하는 도롯가에 있는 410동이었다.
도둑은 410동 2층 복도까지 올라가 상처를 다시 소독하고 새로운 붕대로 감쌌다. 그리고 지친 몸을 달래려는 듯 편히 눈을 감았다. 그러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한참을 곤히 자던 그가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다.
“누, 누가 왔나?”
도둑이 긴장감에 침을 꿀컥 삼키고 사방을 이리저리 살폈다. 다시 사방이 조용해지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휴우~!”
긴장이 풀린 듯 어깨도 축 늘어졌다.
“아이고 배고프다.”
도둑이 오른손으로 배를 만지더니 왼손으로 마스크를 풀었다. 도둑의 얼굴이 드러났다. 30대 초반 남자였다. 허연 얼굴에 아주 평범한 인상이었다.
옅은 눈썹, 작은 눈, 작은 코, 큰 입의 소유자였다. 배낭을 급히 열더니 안에서 초코바를 꺼냈다.
야! 하며 입맛을 다시더니 급히 포장을 까고 초코바를 덥석 물었다.
고소한 땅콩 초코바였다. 열량이 높아서 힘든 일하는 사람이 선호하는 간식이었다. 밤에 도둑질하는 일도 힘든 일이긴 했다.
게 눈 감추듯 초코바를 해치우고 도둑이 천천히 일어났다. 좀 전에 소독약을 다시 뿌리고 붕대를 다시 감아서 그런지 덜 아픈 거 같았다.
일어날 때 느꼈던 통증은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 거 같았다.
도둑이 오른 무릎을 여러 번 움직이며 상태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는 고통이 심하지 않았다. 그런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 나가자. 지독한 여형사도 집에 갔겠지. 사람들을 피해서 밖으로 나가자.’
도둑이 배낭을 등에 메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410동 복도와 계단은 아주 어두컴컴했다. 이에 한발 한발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와 1층 복도에 다다랐다.
계단 난간을 꼭 잡고 저 앞에 보이는 410동 공동 출입구를 살폈다. 인기척이 없었다. 나가도 될 거 같았다.
“흐흐흐!”
옅은 웃음을 흘리고 도둑이 다시 마스크를 썼다.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어둠을 밝히며 아주 천천히 공동 출입구로 향했다.
검은 야구 모자가 출입구 밖으로 나왔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황을 살폈다. 앞에 보이는 인도와 단지를 관통하는 기다란 도로에 사람이 없었다. 깊은 어둠만이 보일 뿐이었다.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서 저 멀리 보이는 간이 테이블에 근처에 몇몇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곳은 조명이 다른 곳보다 밝은 곳이었다.
“됐다!”
도둑이 회심을 미소를 짓고 410동 공동 출입구에서 나왔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410동과 411동 사잇길로 향했다.
사잇길로 들어가 외곽 펜스로 타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북문 출입문까지 은밀히 가서 경비가 자리를 비울 때 출입문으로 도망칠 계획이었다.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여 사잇길에 다다랐을 때!
타타타타!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예광 BB탄이었다.
빨간 LED 불빛이 보이더니 빨간 불꽃이 도둑을 향해 마구 날아들었다.
“헉!”
이윽고 페인트 탄이 날아왔다. 사방에서 페인트 탄이 쏟아졌다.
“여기다!”
큰소리와 함께 411동 1층 정원 큰 나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술래 여러 명이 쏟아져 나왔다.
펑! 펑!
갑자기 들리는 총소리에 도둑이 화들짝 놀랐다. 그의 몸에 노란색 형광 물질이 잔뜩 묻어 있었다.
“제기랄! 들켰다!!”
도둑이 이를 악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서둘러 아파트 동 사잇길로 들어갔다. 달리기 시작하자, 오른 무릎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아야만 했다.
“410동 411동 사잇길로 침입자가 들어갔습니다. 남자입니다!”
술래의 보고에 통제 센터가 급히 무전을 날렸다.
“최초 술래 1과 2는 417동으로 이동하세요. 410동과 411동 사잇길을 따라서 침입자가 이동합니다. 침입자의 앞을 막으세요.”
“알겠습니다.”
최초 술래 1과 2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옆에 2차 술래 두 명과 진행 요원이 두 명이 있었다.
잠시 후 여섯 명이 417동에 다다랐다. 그들이 흩어져서 1층 정원 큰 나무에 몸을 숨겼다. 사잇길과 가까운 공동 출입구 근처에서 침입자를 기다렸다.
이윽고 발소리가 들렸다. 형광 물질이 번쩍이며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누가 한 다리를 질질 끌며 움직였다. 바로 도둑이었다. 그가 통증을 참으며 힘들게 걸었다.
“흐흐흐!”
최초 술래 1이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더 가까이 오기를 바라며 어둠 속에 잠복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도둑이 뒤를 돌아다봤다. 뒤에 아무도 없었다. 그가 다행이라는 듯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살폈다. 왼쪽에 417동이 있었고 오른쪽에 416동이 있었다.
그때 큰 함성이 들렸다.
“잡아라!”
큰 함성과 함께 술래들이 뛰어나왔다. 그들의 눈에 노란색 형광 물질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에 방아쇠를 거침없이 당겼다.
타타타타!
강력한 위력의 고무탄이 인정사정이 없이 도둑을 향해 날아갔다.
“아악!”
도둑이 비명을 질렀다. 고무탄을 한쪽 다리에 맞고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고통에 몸서리 칠만 했지만, 허둥지둥 일어났다.
극심한 고통이 순식간에 밀려왔지만, 그는 도둑이었다. 도망치는 게 그의 일이었다. 여기에서 잡힐 수 없다는 생각이 고통을 앞섰다.
“으으으!”
도둑이 엄청난 고통을 참으며 달렸다. 쏟아지는 고무탄을 피하려 일단 앞에 보이는 416동 공동 출입구로 들어갔다.
1층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최초 술래 1과 2가 따랐다.
그들이 다친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처럼 의기양양하게 공동 출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술래와 게임 진행 요원들은 도둑의 퇴로를 막으려는 듯 출입구를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