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을 읽고
몬티 슐츠, 바나비 콘라드 엮음 /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20년
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의 아들 몬티 슐츠와 소설가 바나비 콘라드가 32명의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모은 책이다.
책 표지에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라고 했지만 창작론처럼 플롯의 개념을 설명하고, 운율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고 문장은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가, 그런 기술적인 설명이 체계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다.
열심히 글을 쓰지만 주변의 냉정한 평가가 지속되고, 꾸준하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지만 부지런히 거절당하는 스누피의 에피소드와 함께,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충고와 격려의 메시지가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을 왜, 언제 샀는지는 모르겠다.
쓰는 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나를 다잡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단순한 충동 구매였을지, 기억나지 않는다. 가볍게 읽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은데, 이 책이 4년이 넘도록 책장에 있었던 것은 그 시간 동안 내가 쓰기에 진지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이 책은 책장 정리 시 최상 난이도에 해당되는 이상 판형이다. 가로로 길고, 세로로는 일반 판형의 2/3 길이라 책장에 꽂는 것도 애매하지만 읽을 때도 책상에 앉아 읽는 게 아니면 상당히 불편하다. 물론 책의 왼편을 뒤로 꺾어서 잡으면 되지만 책을 접거나 꺾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마음이 동할 때 아무 장소에서나 편하게 읽기에는 나와 맞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책보다 책장에서 털려 나와야 할, 더 오래된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을 고른 이유에는 브런치에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게 되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있다.
- 가장 큰 이유는 앞에 읽은 책이 너무 힘들었어서 좀 편한 책을 읽은 마음이었다.
이미 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책을 낸 작가들은 쓰기에 대해 이런저런 충고를 해 준다.
수많은 좌절을 경험해도, 셀 수 없는 거절을 당해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자세,
어떤 악평에도 상처받지 않을 마음,
어떤 자세가 “성실”한 것인지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내 쓰기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글을 쓰는 삶은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삶은 언제나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한 편의 글을 쓰면서는 어려운 순간들을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지만, 그 순간들을 극복하는 것은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다. -p147. 엘리자베스 조지
요즘 들어 작가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듯하다. 대학의 창작 과정이라든가, 지역의 창작 모임, 야간 강의와 여름 캠프 등이 작가들의 활동 무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고난도의 우울한 예술은 고독하다. 작가라면 그 누구든 결국 빈 공책이나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아야 한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창밖의 풍경뿐인 상황에서 문장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면 방망이로 자기 머리라도 내리쳐야 한다.
-p74. 오클리 홀
보약을 먹었다고 당장 몸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듯 몇 개의 글로 마음이 담금질되었다고 지금 당장 내 글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좀 더 느긋하게 답보하는 내 수준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다작-다상량-다내(多耐-많이 견뎌야 한다는 의미인데 앞 낱말들과 두음을 맞추려다 보니 없는 말을 만들어냈다. ㅎㅎ) 이 네 가지가 고루 필요한 것 같다.
부족하고 어리숙한 나를 닮은 내 글을 견뎌내는 그 시간들이 오래 쌓이도록
천천히, 조금은 느긋하게, 그렇게 써 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