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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뎅? 내 마음이지롱

- 도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을 읽고

by 준 원 규 수

쇼펜하우어 저/ 김지민 엮음 / 하이스트 / 2025년


사회 분위기나 문화적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철학자들이 있는 모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피노자가 인기였던 거 같은데

요즘은 '쇼펜하우어'가 인기를 끄나 보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다.


고슴도치 이야기로 유명한 염세주의자 쇼팬하우어의 인생론이 사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되랴 싶었는데

읽어보니 '도움은 되겠구나' 싶었다.

물론 나 같은 청개구리 성향의 사람들이야

누가 이래라저래라 설교를 늘어놓으면

네네, 고견은 잘 들었습니다. 듣기만 잘 합지요. 내가 알아서 살아보겠습니다.

하겠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뭐 하는 걸까, 하는 내 생활에, 내 삶에, 내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 때

타박상에 붙이는 파스처럼 시원하면서 조금은 아릴 수도 있는 교훈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아, 일, 물질, 관계

총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든 걱정은 아침에 해라' 같은 공감이 어려운 말도 있었지만

'사실 사람은 자기 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처럼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는 사람이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처럼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말들도 많았다.


'나보다 슬픈 자를 보는 일이 나를 웃게 한다'거나 반성은 쓰레기와도 같아서 아무리 많이 해봐야 쓸모가 없다는 내용들은 공감하기 무척 어려웠다. 특히 반성이 지나쳐 자기 비하로 이어진다면 책에서 쇼펜하우어가 했던 말들이 맞겠으나 요즘은 오히려 자기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 너무도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을 뉴스에서 많이 보다 보니 이건 좀 아니지, 싶었다.


그래도 짧은 한 문장 안에서 많은 울림을 주는 쇼펜하우어의 명언들은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격려가 되기도 했다.

예전만 못한 열정, 미래에 대한 불안,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사이의 갈등......

아무에게도 시시콜콜 털어놓지 못하고, 털어놓는다 하더라도 시원한 답은 없는 문제들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이야기한다.

고난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로 살아갈 수 없고,

하찮은 지금일지라도 찬란했던 과거보다는 우월하다고.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그 몇몇의 문장 앞에서는

"싫은뎅, 내 맘대로 할 건데"

같은 깐족거림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조금은 허전한 날,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왠지 내 그림자가 너무 작고 시커멓고, 무겁게 느껴질 때

마음에 주는 핫초코처럼 가볍게 읽어 내려가면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연재 중인 '어겹스레 책장 털기'의 취지인 책장 안에 묵은 책을 읽자에는 맞지 않는 책 선정입니다.

그리고 이 저작권 글쓰기 대회 글감으로 정해놓은 것과 연관이 있어

생각이 좀 정리가 되면 쓰려고 했던 책이라 많이 망설였더랬어요.

그러나, 연재를 쉬는 것보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 책이더라도 (독서 감상문이라는 큰 틀에는 맞으니) 일단 글은 올리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좀 더 분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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