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의 첫 명절 나기
결혼을 하게되면 제일 달라지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양가 챙기기이다. 연애시절부터 알뜰살뜰 양가를 챙기는 커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끔 인사를 가거나 명절이나 생신때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경우 정도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경우에도 명절에 원하는 과일 하나씩 집으로 배송해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작년 10월에 결혼식을 하고, 5개월 정도가 지난 1월 말 첫 명절인 설날이 셈이였고,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명절을 보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 내내를 고향인 천안아산에 내려가 지냈고 그중에 하루 이틀 정도 할머니댁에 방문하여 친척들과 얘기하고 식사를 하는 정도였다. 용돈도 받았고, 그외 본가에 있는 시간은 아주 여유롭게 개인적인 시간 또는 내 본가족과의 데이트나 나들이로 보냈다.
이번에는 설에 양가에 모두 시간을 나누어서 보내야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나는 결혼했으니깐 이제 양가의 식구인거다. 그나마 이번에 설연휴가 5일 정도로 늘어나서, 1박2일 정도는 내 본가족과, 3박 4일은 남편가족과 보냈다. 원래는 양가 모두 1박 2일 정도로 시간을 나눠보내고 우리둘이 나머지 시간을 보내려하였으나, 갑자기 내린 폭설로 더 머물다 가시게 되었다.
이번 명절은 설 바로 전전날 내집마련으로 첫 이사를 하게 되는 바람에, 천안아산과 영주에 따로 내려가지 않고, 부모님들과 형제자매가 우리 집으로 집들이겸 명절을 보냈다. 결론적으로는 사실 나는 이런 폭설에 양가에 멀리까지 이동하지 않고 우리 집에서 보내서 편했다. 할머니를 못뵌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양가 모두 고향까지 내려가서 친척분들과 모두 인사하고, 음식도 준비하고 했으면 조금 부담스러울수도 있을거 같다. 당장 이번 추석부터 그렇게 해야되는데 약간 걱정이된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 스스로 달라지는 건 많이 없는거 같은데, 해야되는 일은 많이 달라진다. 용돈을 받는 입장에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입장으로(물론 그전부터 드리고 있을수도 있으나, 결혼하면 용돈 드리는 것이 디폴트인 문화인거 같다), 음식을 얻어먹는 입장에서 직접 차려 먹는 입장으로, 손자손녀로 놀러가는 입장에서, 며느리로 인사드리러 가는 입장으로 말이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나보다. 이번 설은 그래도 무난히 넘겼다. 부모님들께서 오히려 집들이라고 바리바리 음식과 생필품들을 싸오셨고, 집에서 그 음식들을 대부분 해먹었다. 집도 33평이라서 거실이랑 방에서 편하게 주무실 수 있었다. 매 설날 추석을 이렇게만 보내면 좋겠다.
내가 할머니랑 사촌들도 명절에 보고 싶은거 처럼, 남편도 보고싶은 할머니랑 사촌들 그리고 친척분들이 있다. 아직은 내 가족이라고 느끼기에 어색하지만 이제 이름이랑 얼굴도 외우고 인사도 잘 해보도록 해야겠다. 아버님이 9남매 이신걸로 알고 있는데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분들이랑 사촌형 누나 동생들 이름.. 다 잘 외울수 있을지 모르겠다. 계속 보다보면 자연스레 익숙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결혼 전부터 나는 남편과 명절 관련하여 얘기해오던 게 하나 있었다. 우리 둘이 차가 없고, 짧은 명절에는 양가모두(아산과 영주)에 방문하기 버거우니, 각 명절마다 한 집씩만 가기로 말이다. 양가친척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우선 부모님분들께는 그렇게 양해를 구했다. 한번 갈때 2박 3일 정도씩 한집에만 머물다 오는 형식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잘 이행될지 모르겠다. 또 한쪽에서 서운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못가는 한집에는 명절 전에 잠깐 미리 방문하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결혼하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중에 맞춰가야할게 참 많다.
이번 설에 어머님이 내거신 공약이 있었다. 25년도에 출산하면 월에 100만원씩 5년간 지원하겠다고 말이다. 남편이 누나인 형님은 아직 결혼 안한 남자친구분이 계시고, 우리는 결혼을 한 상태라, 우리 두 커플을 보고 내신 공약이다. 하지만, 형님도 그렇고 우리 부부도 그렇고 아직 자녀계획은 없다. 최소 이번년도 말 대리진급이 확정되면 대리로서 연봉도 좀 높이고 나서 계획을 하고 싶은데, 또 그렇게 되면 너무 늦어버리나 싶다. 명절 문화와 자녀 계획 이런 부분도 차차 맞추고 설득해나가야할 부분일 것이다. 연애 때와는 또다른 인생이 펼쳐질거 같다. 이제야 좀 결혼한 거 같다.
행복하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