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열등감

by 이경보

가끔 열등감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마주하게 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열등감이란 자신을 남들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하게 평가하는 감정으로, 자신의 무능함을 느끼며 스스로를 낮추는 감정이다. 이런 열등감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존재한다.


사실, 열등감은 내 삶에서도 늘 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자리를 내준 적도 없는데도, 내 마음 한 구석에 자신만의 돗자리를 깔고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가난으로 인해 사촌들 앞에서 특히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제사나 명절 때 친척집에 가면 우리 집에 없는 것들이 많았고, 그 부러움은 자연스럽게 열등감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집에 전화 없는 사람, 손 들라는 선생님의 말에 손을 들면서 느낀 열등감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대학 진학을 꿈꿨지만 포기해야 했고, 대학에 간 동창들을 보며 부러움과 함께 스스로의 열등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일본에서 대학에 진학했을 때도, 상고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내 가슴 한 구석에 남몰래 붙이고 살았다.




교수가 된 후에도 열등감은 나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왔다. 교수들 중에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이 적지 않고, 그들은 때로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지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며, 학생들을 이해하거나 가르치는 일이 어렵다고 교수들 앞에서 큰소리로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런 유능한 교수들을 볼 때면 부러움과 함께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지기 한다.




그런 나에게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부교수로 승진하자마자 학과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중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리더십도 부족한 내가 학과장이 될 운명에 놓인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회의가 많았고, 그 자리에서 학과의 상황을 중국어로 보고하거나 설명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너무 긴장되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지? 여기 있는 모든 교수들이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알고 있고, 중국어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도 다 아는데 말이야. 아무도 나에게 대만 사람처럼 완벽하게 표현하길 기대하지 않잖아? 그저 요점만 잘 전달하면 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에 평정이 찾아왔다.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우수 교수"를 선발하는 과정이 있다. 학과에서 선발된 교수는 단과대로 보내지고, 단과대에서 다시 2명이 선정된 후, 이들은 학교 차원의 경쟁을 통해 최종적으로 3명이 선발된다. 마지막 심사는 8분간의 구두 발표를 통해 투표로 결정되는데, 경험이 많은 선배 교수들 앞에서 중국어로 자기 자랑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때 나와 영문학과 교수가 인문대에서 선발되어, 학교 대회의실에서 8분간 발표를 하게 되었다. 준비는 했지만, 긴장감이 가시질 않았다. 발표가 끝난 후, 영문학과 교수에게 왜 발표 직전까지 복도에 서 있었냐고 물었더니, 너무 긴장되어 발표장 안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비로소, 나만 긴장하는 게 아니라 많은 교수들도 긴장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열등감은 부정적인 감정임에 틀림없다. 나는 지금도 열등감을 느낀다. 그것은 아마 스스로가 늘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유학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내 안에서 솟구치는 열등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열등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격려하고, 부족함을 인정하고 수긍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타인의 부족함에도 너그러워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부분을 찾아 스스로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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