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선택했다.
가장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준 인도에게 감사를 하고, 다시는 찾지 않기로 다짐을 했다.
그리고 십 년 동안은 한국에서 사무직으로 근무를 하며, 캄보디아, 브라질, 칸쿤, 쿠바, 발리등을 가끔 여행하며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고객이 나의 실명과 회사업무 연락처를 본인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면서 나로 인해 우리 회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회사의 시스템 오류였지 나의 어떤 잘 못도 없었고, 글도 내리지 않고 나에게 사과도 안 하는 이 분과 나의 잘못인 것처럼 처리를 하는 회사를 보며 사명감으로 고객들이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해 주말에도 일을 하고 밤낮으로 일을 했던 모든 것들이 너무 허무하고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졌고, 휴직을 하면서 좀 괜찮아지는 듯했으나 다시 복직을 하고 심리검사를 받으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고, 일을 그만두고 잠시 한국을 떠났다 오면 의욕이 생길 것이라 확신을 하고 두 달이란 시간 동안 해외에 나가 마음 정리를 하고 돌아왔는데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가슴이 더 답답해졌고 이 답답함이 익숙해지려는 순가 친구와 우연이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인도미술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에게 차를 돌려 저 핑크색 건물에 들어 가 달라고 했다.
박물관 안에는 우리 부모님 나이쯤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계셨고, 인도를 좋아해서 인도 인솔을 했었다고 이야기하니 우리를 더 반갑게 맞아 주시며 그림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친구는 너의 눈이 지금 초롱초롱해졌다고 알려주었다. 관장님은 우리에게 짜이를 먹겠냐고 물어봐주셨고, 짜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말씀 드려더니 칡차와 감을 주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관장님은 나에게 비하르주를 아는지 물으셨고, 내가 안다고 답을 했다. 관광지는 아니었기에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는 그 옆 시킴주를 혼자 여행 다녀왔다고 하니 안 위험했냐고 물으셨다.
내가 잠깐 생각하다 친구와 동시에 웃으면서 위험했겠죠.라고 대답을 하자 관장님도 웃으시면서
작년에 남편분과 따님과 함께 인도의 소금사막 부즈를 갔다 온 이야기를 해주셨다. 지프차를 빌려서 부즈를 가는데 드라이버가 길을 잘못 들어 차에 기름도 걱정되고 타이어도 걱정되는데 갑자기 인샬라를 외치는 드라이버 때문에 더 걱정이 되던 찰나에 따님이 구글 지도를 켜 길을 찾아 다행히 여행을 잘 마무리하셨다고 하셨다. 부즈는 나도 모르는 곳이었기에 신선하게 다가왔고, 보팔에 가보았는지 물으셔서 가보았다고 하니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물으셨고, 보팔시장에 과일주스가 참 맛있고 이슬람 사원을 갔었다고 하니 보팔에 좋은 미술관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인도 미술관에 오기 전에 친구가 나에게 너 인도에서 산 것들 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 엄마가 다 버렸다고 했는데 관장님도 똑같이 물으셨다 아이고 여기에다 버리지 그랬냐고 집에 가서 나오면 여기에 버리라고 하셨다. 나는 관장님께 제가 마음이 답답했는데 여기에 오니까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고 말씀드렸더니 관장님은 나에게 인도를 그냥 가진 않았을 텐데 왜 갔는지 물으셨고,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어서 갔었다 그리고 인도가 잘 해결해 줬었다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평일에 박물관에 갔었기에 관장님은 지금 일을 쉬고 있는지 물으셨고, 쉬고 있다고 대답하며 하고자 하는 게 있었고 한국을 잠시 떠났다 오면 의욕이 샘솟을 줄 알 았는데 그렇지가 않다고 대답하니 관장님께서 그럴 때 가는 게 인도 아닌가요?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내 뇌리에 꽂혔다. 다시는 안 간다고 다짐했던 인도인데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돈과 시간 체력 부모님의 걱정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나에게 친구는 너는 이미 가기로 마음을 정했어 아까 너의 눈빛을 봤다고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
생각해 보니 인도를 나를 위해서 간 적은 없었다. 누군가를 잊기 위해, 일로 항상 남들을 챙기느라 바빴지 정작 나 자신을 위해 해준 게 없었구나 그래서 이번에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마흔 살에 혼자 떠나는 인도여행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