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뒤에 맛보는 쾌감
매일 아침 공원을 달리는 이유
미국에 생활을 시작한 후 매일아침 근처 공원으로 가서 달리기를 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비가 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달렸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을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달리기는 내게 기피종목이었다. 차라리 장소적 제약도 덜하고 시간도 적게 소요되는 스쾃이나 다른 맨몸 운동을 하곤 했고, 그 마저도 쉬는 날에는 집에서 아예 나가지도 않곤 했다.
초반에는 모든 게 새로웠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모든 풍경이 낯설고 신선했다. 길을 건널 때 횡단보도 신호등조차 달랐다. 공원에 도착하니 더 새롭다. 다람쥐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뭘 계속 주워 먹는다. 사람들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노랑머리도 있고 뽀글 머리도 있다. 검은 사람도 있고 갈색사람도 있고 하얀 사람도 있다. 모두 어우러져 한 곳에서 체조도 하고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한다. 트랙을 뛰는 사람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재밌다. 뛰면서 풍경도 구경하고 사람들도 구경한다. 9월의 뉴욕의 날씨는 달리기에 너무도 좋다. 하늘도 햇살도 예쁘다. 한국은 늦더위 기승에 아직도 열대야라는데 이곳은 긴팔 입고 나와 조금 뛰면 땀이 나는 정도의 날씨다.
그래서 이곳에서 아침시간이 기다려진다. 눈을 뜨자마자 눈 좀 비비고 바로 양말 주섬주섬 신고 공원으로 간다. 가면서 몸도 풀고 그래야 하는데 꼭 마음이 들떠 가면서부터 뛰고 만다. 그렇게 공원으로 들어서서 외곽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트랙을 한 바퀴 돌면 2킬로미터가 조금 넘는다. 두 바퀴까지 뛰다가 최근에는 세 바퀴를 뛴다. 7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마지막바퀴는 속으로 욕하면서 뛴다. 내가 대체 왜 스스로 이렇게 힘들게 뛰고 있나. 그냥 두 바퀴만 뛰면 안 될까.
안될 게 있나. 그럼에도 계속 늘려가는 성취감이 있다.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믿음 말고도 운동이 주는 쾌감이 있다. 웨이트 운동을 할 때에는 힘이 더 세지거나 몸이 점점 더 멋있어지는 맛이 있었다. 그런데 달리기는 그런 것은 없다. 더 멀리 달릴 수 있거나 더 빨리, 혹은 더 오래 달리게 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달리기는 그날의 스스로와의 과업을 마치고 난 후에 느끼는 쾌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달리기를 하면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이 나와 달릴 때 황홀경에 빠진다고는 한다. 러너스 하이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은 모르겠고 달릴 때는 항상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달린 후에 벤치에 퍼질러 앉아 얼굴을 타고 흘러 땅에 떨어는 땀을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뿌듯하다. 그리고 돌아가서 초코우유 한잔 마시고 샤워 개운하게 할 생각에 들뜬다. 이렇게 공원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성취감 있는 날이다.
무언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그 고통 뒤에 내가 누릴 달콤함을 생각하자.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시련들도 그렇게 이겨내자. 땀을 많이 흘릴수록 초콜릿우유는 더 달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