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 그야말로 빌딩의 숲

수많은 이야기가 그 높이만큼 켜켜이 쌓인 곳

by 별빛방랑

뉴욕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원월드트레이드센터'의 전망대 '원월드 옵저버토리'에 올라가면 뉴욕시 전체의 전경과 허드슨강 너머의 뉴저지까지 조망할 수 있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스크린으로 된 벽이 설치되어 있는데, 과거 푸른 들판에서부터 초고층 마천루들이 들어서기까지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제법 그럴싸하게 보여 준다.

911 테러 당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졌지만, 이내 하나의 통합된 건물로 재건되어 미국의 굳건함을 알리는 상징적인 건물로도 기능한다고 한다.


계속해서 새로 지어지는 마천루들 때문에 순위가 밀려났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그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은 무려 10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그것도 그 당시 기술로 1년여 만에 지어 올렸는데 지금까지도 웅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1930년대의 뉴욕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었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생각하면 이방인들이 느꼈을 경외감이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도 한창 개화기 때 보빙사라고 하여 사절단 비슷하게 미국에 보냈는데, 그때 파견된 사람이 쓴 기록을 보면 그야말로 별천지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었으리라.


지금 현재 뉴욕이 지니는 시각적 요소들은 물론 많이 퇴색되었다. 건물들도 낡고 도시 인프라들도 많이 노후화되어 있다. 상하이나 도쿄, 홍콩 등과 같은 대도시는 물론, 요새는 웬만한 신흥 개발도상국만 해도 고층빌딩이 즐비하니 크게 새롭지는 않다. 그래도 맨해튼의 빌딩 숲 한가운데를 걸어가다 보면 좁다란 길 좌우로 앞뒤로 어딜 봐도 높게 치솟아 있는 건물들 때문에 구경하느라 목이 아픈 것으로는 뒤처지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신식 유리 커튼월의 매끈한 빌딩들 외에도 오래된 석조 양식 같은 건물들 수십 층짜리를 보고 있으면 내가 마천루의 원조를 접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또 하나 이국적인 것은 우리와 다르게 평지에 도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외에서 맨해튼을 바라보면 지평선에서 갑자기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의 수평선과 도시로 이뤄진 지평선이 연결되어 보이는 색다른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늘도 빌딩 숲 어딘가를 걷는다. 이제 웬만큼 유명한 곳은 다 가봤지만 그래도 어딘가를 향해 또 걷는다. 일 년 내내 돌아다녀도 부족할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언제 또 이곳을 걸어보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다리가 아프면 공원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하면 된다. 높은 빌딩들이 같은 공간을 수직으로 확장시켰음에 그만큼 그 입체적인 공간들에서 생활해 오는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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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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