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대학까지, 그리고 졸업하고도 토익이나 텝스 같은 시험을 계속 쳐오는 우리 한국인들은 불행하게도 외국인을 만나면 대화를 잘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단어실력이나 독해 능력에 비해서 회화가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문장을 정확히 옳게 구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이제껏 영어를 공부해 오면서 문법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자신의 입에서 엉터리 문장이 내뱉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틀린 문장을 말하느니 그냥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적어도 창피는 면하겠거니 생각하고는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조금 달리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한국말을 한다는 것과 미국이나 영국에서 영어를 한다는 것은 완전히 같지 않다.
영어는 국제 공용어이다. 공식적인 약속이나 협약 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룰 같은 것이다. 아마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이룬 이후 그 바통을 이어받은 미국이 세계 최강의 파워로 군림하고 있어서일 테다. 어찌 됐든 영어는 각종 인종들과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고, 그래서인지 스타일도 다양하다. 흑인들이 쓰는 영어가 있고 히스패닉 영어, 각종 유럽권스타일의 발음이 녹아있는 영어, 인도식 영어 등 다양하다. 그리고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관대한 것 같다. 문법이 조금 틀려도, 단어의 뉘앙스가 조금 달라도 대화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어차피 나는 네이티브가 아니고 상대도 그것을 안다. 어차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도 없다. 원어민으로 나고 자리지 않은 이상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까지 모두 담아낼 수는 없다. 몇십 년을 미국에서 생활한 한국사람이라고 한들 그곳에서 태어난 고등학생 아들이 더 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언어다.
우리는 외국인이 더듬거리며 엉터리 문장으로 길을 물어오면 대충 알아듣고 길을 알려준다. 그리고 한국말을 하는 것에 신기해하며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까지 느낀다. 반대로 영어로 묻는 외국인에게 영어를 못하는 것에 미안해하고는 한다. 외국도 아닌 한국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나라를 여행하건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는 현지어를 익히고 간다. 그러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게 나의 주요 생각이다. 내 생각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물론 내가 세미나에 나가 학술토론도 하고 발표도 한다면 그에 맞는 언어 수준을 갖춰야 함은 자명하다. 그러나 외국인과의 일상대화 수준이 목적이라면 지레 주눅 들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