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world trade center에 가면 911 테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쌍둥이 건물터 그대로를 살려 거대한 사각형 두 개가 땅속으로 파여있고 벽면을 따라 흐르는 물이 가운데의 또 다른 사각형 안으로 흘러들어 간다. 사각형의 난간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조각되어 있고 군데군데 넋을 기리는 조화나 메모, 성조기들이 꽂혀있다.
20년도 더 지났지만 방문객들이 끊임없이 찾게 만들어 그날의 참상을 잊지 않게 해놓았다
2001년 9월 11일, 납치된 비행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들이받아 불바다가 된 그날, 희생자들 중 현장에 구조활동을 위해 출동했던 경찰관과 소방관들만 400명이 넘게 죽었다. 전례 없는 초유의 재난상황에 그야말로 긴급비상이 걸리고 인접 가용가능한 모든 경찰 및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하지만 어찌해 볼 수 없는 거대한 비극 앞에 그들은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시민들을 구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그렇게 구조활동을 벌이다 무너지는 빌딩에 희생당했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참상에 현장으로 출동하면서도 그들은 자신이 살아 돌아오기 힘드리라는 것을 알았으리라. 그럼에도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다가 별이 된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숙연해진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미국 긴급구조대응팀, 우리로 치면 현장처리반 경찰특공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현직 대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어 보이던 그는 우리가 방문하자 하던 운동을 그만두고 열정적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과 장비들을 소개했다. 폭동진압용 장갑차에는 여기저기 총격 흔적이 있었고, 각종 범죄나 테러 현장에서 동료를 잃은 경험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911 테러 당시에도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에 거대한 사고가 터졌다는 지령을 듣고 뉴욕뿐 아니라 인접한 주경찰과 소방들도 모조리 출동했더란다. 당시 뉴저지주에서 근무하던 그도 특수구조차량을 몰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뉴저지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데, 건너편에 가짜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고 했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서 믿어지지 않는 광경을 보며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날 그는 동료 한 명을 잃었다.
당시 아침부터 뉴스가 시끌벅적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티비의 온갖 채널에서 비행기가 건물에 그대로 들이받는 장면을 틀어주고 있었다. 당시의 어린 나는 그냥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신기해했다. 이제 시간이 흘러 그 현장에 서 있는 지금, 당시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해 본다. 시간만 흘렀을 뿐 같은 장소 같은 공간에서 당시를 떠올려본다. 해마다 9월 11일 WTC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두 개의 레이저 기둥이 하늘 끝까지 쏘아 올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