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예찬

센트럴파크를 거닐며

by 별빛방랑

친한 동생 한 명이 어느 날인가 우수에 젖은 눈빛에 잠겨 좀처럼 일에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작년 이맘때에 뉴욕을 갔다 왔거든요, 그런데 다시 그때의 계절이 돌아오니 너무 그리워요."


뭐가 그렇게 좋았느냐고 또 물었다.


"그냥, 모르겠어요. 즉흥적으로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라 뭐를 딱히 한 것은 없는데, 그냥 좋았아요. 길가나 공원 같은 곳에 앉아서 사람들 지나다니는 거 보고, 그냥 그 도시를 보는 것이 좋았어요."


비행기값도 비싼 그 먼 곳 뉴욕까지 가서 길거리 구경만 했냐며 농담스레 말하긴 했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여행 각각이 주는 즐거움을 알기에 그 동생의 말마따마 뉴욕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나에게 뉴욕은 세계적인 대도시, 마천루들이 모여있는 곳,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곳,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다국적 도시,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 케빈이 탐험한 도시 등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고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 한국사람인 나 역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임에도 뉴욕의 많은 건물들의 이름과 지명이름, 명소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고 세계 곳곳의 다양한 나라와 도시들을 여행해 온 나에게 미국, 뉴욕은 여행 후보지에 없었다. 그래, 미국 참 넓은 나라고 볼 것도 많고, 뉴욕만 가더라도 먹거리랑 볼거리 천지다. 하지만 그 돈으로 유럽을 간다면 더욱 알차게 즐기고 풍부한 여행할 수 있는데, 굳이 내 관점에서 역사와 전통이 없어 스토리가 빈약학 뉴욕을? 게다가 살인적인 물가는 덤이다.


그랬던 내가 뉴욕에 왔다. 세상 일 모른다고 했던가, 내가 미국에 와서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 꽂혀있는 성조기와 국화꽃 한 송이에 감상에 젖고,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에 올라 100년 전 뉴욕의 모습을 상상하고, 센트럴 파크를 산책할 줄 상상이나 했던가 말이다.


센트를 파크를 거닐다 문득 마주한 너무도 평화로운 광경(제트스트림, A4)




고층빌딩으로 뒤덮인 맨해튼 한복판에 거대한 규모의 공원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인 것 같다. 이런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는 뉴욕시민들이 참으로 부럽다. 마냥 도심 속을 거닐다 숨통을 틔워주는 청량한 녹지공원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내게, 온전히 둘러보려면 하루 온종일 걸어도 부족한 스케일의 센트럴 파크는 그 크기 하며 위치, 구획 디자인까지 무척이나 미국 스러 원 장소이다.


9월의 뉴욕의 하늘은 환상적이다. 10 여년 전의 그때 그 동생과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 본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이 도시 자체에 빠져들어 본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혹은 여행객들의 행복한 표정을 본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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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