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야경을 바라보며 홍콩의 생선요리집을 떠올리다
분수에 맞지 않게 뉴욕 크루즈 관광을 했다. 맨해튼의 서쪽에서 출발하여 허드슨강을 따라 남쪽을 끼고 돌아 반대편의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브릿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돌아오는 3시간 코스였다. 배에서 제공되는 레스토랑을 즐기며 야경을 감상하다 지루해질만 할때쯤 끝나는 그야말로 야경을 제대로 즐기는 코스였다. 세계적인 야경의 명소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의 야경을 제대로 즐기고 있자니 홍콩의 야경이 떠오른다.
내게 홍콩은 20년도 더 지난 어릴 적 기억에 처음 자리잡고 있다. 당시 아직 중국에 반환되기 전 홍콩의 위상은 어마어마했다. 90년대의 홍콩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빌딩들은 까마득하게 높고 물가는 엄청나게 비쌌다. 공항에서 홍콩 시내로 들어가는 도시고속철도에는 전자식 안내판에 실시간으로 남은거리가 표시되고 있었고 그 옆 창밖으로는 층수를 세려다 포기하게 만드는 고층빌딩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내 나중에 어른이되서 돈을 벌면 꼭 이곳에 다시와 이 화려한 도시를 즐겨주리라 다짐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찾은 홍콩은 어릴 적 기억만은 못했다. 그 사이 우리나라 서울도 많이 발전했고 내 머리도 굵어진 탓이리라. 그래도 여전히 훌륭한 여행지인 홍콩에서 당시 만나던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마지막날 밤이었다.
여자친구는 자기가 알아놓은 훌륭한 생선요리집이 있다고 했다. 당시 구룡반도에 있던 우리는 생선요리집을 가기 위해 홍콩섬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중국풍의 빨간색 지붕에 나무로 꾸며져있는 운치있는 배를 타고 홍콩섬으로 향했다. 그러나 나는 구룡반도 스타의 거리쪽에서 홍콩섬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심포니 오브 나이츠 레이져쇼를 보고 싶었다. 여자친구는 그거 별거 없다고, 그거 보고 나면 식당 문 닫는다고 나중에 보자고 했다. 하지만 세계적 야경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고집을 부렸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탔던 배를 타고 돌아왔다.
결국 레이저쇼를 감상했고 여자친구는 입이 대빨 나온채 우리는 생선요리 대신 길거리 생선튀김으로 저녁을 때웠다.
홍콩의 아경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그제껏 내가 본 야경 중 가장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황홀한 감정을 둘이 함께 나눌 수 없었기에 지금껏 내게 홍콩야경은 미안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그 생선요리는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때 내가 어떻게보면 흔해빠진 야경 하나 포기했으면 여자친구를 웃게할 수 있었을까. 생선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힘들게 찾아낸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지혜가 그땐 왜 없었는지. 그녀는 지금 잘 살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