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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체발광 Nov 11. 2024

할아버지, 할머니/자식, 자제, 자녀/독자, 독남, 독

()할아버지, ()할머니외할머니외할아버지

    

(1)엄마의 아빠가 할아버지, 엄마의 엄마가 할머니이면 아빠의 아빠는 할아버지, 아빠의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건 아빠의 아빠가 할아버지, 아빠의 엄마가 할머니, 엄마의 아빠가 할아버지, 엄마의 엄마가 할머니라고 바꿔 쓸 수도 있어야 한다.      


(2)아빠의 아빠가 할아버지, 아빠의 엄마가 할머니이면 엄마의 아빠도 할아버지, 엄마의 엄마도 할머니가 되어야 한다. (3)아빠의 아빠가 할아버지, 아빠의 엄마가 할머니이면 엄마의 아빠도 할아버지, 엄마의 엄마도 할머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2)번이 가능했다면 굳이 (3)번이 필요없었겠지만 (2), (3)을 두고 굳이 제일 말이 안 되는 (1)이 낙찰됐다.     


아이한테 엄마의 아빠랑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이면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친하고 안 친하고는 아이 기준이어야지 태어나보니 선택권 없이 아빠의 엄마 아빠하고만 친하라고 결정되어 있다? 아이와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친밀감을 왜 사회가 결정해주는 거지?     


애초에 가족 개념을 나타내는 말에 '친'자가 붙었다는 거부터가 말이 안 된다. 내 핏줄이냐 아니냐를 말하는 개념과 친하냐 안 친하냐의 개념은 서로 다른 성질의 개념이다.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다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한쪽만 인정하겠다는 발상부터 고약하다.          



자식 자제 자녀     


자식(子息), 자녀(子女), 자제(子弟)라는 말에는 모두 은 들어있지 않다. 자(子)는 아들을 뜻하면서 사람을 뜻하는 글자다. 그러니까, 아들은 곧 사람이고, 사람은 곧 아들이란 얘기다. 식(息)은 ‘숨쉬다’는 뜻이지만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자식 식’이라고도 나와 있다. 나는 자식 식(息), 이모 이(姨), 형수 수(嫂), 며느리 부(婦), 시집 시(媤), 시어머니 고(姑) 이런 글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전이라는 게 어차피 특정 시기의 언어를 요약한 것에 불과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뜻을 추가하는 작업을 거쳤을 거고,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한자의 의미가 더해졌다. 이런 글자들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필요한 뜻을 대충 가져다 붙여서 억지로 만들어 놓은 글자라고 본다.      


자식의 자(子)를 ‘사람 자’로 풀이해서 사람이 숨을 쉬든, 식(息)을 사전대로 풀이를 해서 ‘사람(子) + 자식(息)’이라고 하든 자식(子息)이라는 말에 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과 자식? 사람의 자식? 아들과 자식? 아들의 자식? 사람 자로 보느냐 아들 자로 보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겠지만 어느 쪽을 택하든 이게 부모가 낳은 아이라는 뜻이 담긴 말인가? 자식이라는 말의 뜻을 풀이하면서 '자식 식'자를 이미 써버렸으니 여기서 또 한 번 탈락이다. 사전을 찾아봤다.      


(1) (기본의미) 부모가 낳은 아이를, 그 부모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다음]     


1.( 기본의미) 부모가 낳은 아이를, 그 부모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네이버]     


아들과 딸의 총칭

[한자사전/1990년 4쇄 발행 ]     


세월의 흐름이 보인다. '총칭'이라고만 한다. 사전은 왜 아들이 딸까지 대표하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들 자'를 써놓고 '사람'이라고 우길 뿐이다. '부모가 낳은 아이'라는 말도 아들과 딸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 아들 딸이라는 말을 두고 굳이 일반적인 의미를 담은 '사람 자'를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 더구나 息은 1차적인 뜻이 '자식'이 아니다.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무려 십 몇 번까지 나온다. 그 중에 6번째(다음), 11번째(네이버)가 '아이, 자식'이다. 어미 모(母), 아비 부(父)처럼 기본적인 뜻을 가진 글자가 아니다. 무엇보다, 子息이라는 한자에서  '부모가 낳은'이라는 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전의 풀이는 그저 꿈보다 해몽, 눈가리고 아웅이다. 개떡같이 설명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능력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다.     


하나만 살펴보고 넘어가면 섭하다. 사전에서 子가 들어간 말을 더 찾아봤다. 자부(子婦), 자손(子孫)이 보인다.      


자부(子婦)     


아들의 아내

[다음]     


아들의 아내를 이르는 말

[네이버]     


며느리

[한자사전/1990년 4쇄 발행 ]     


세월의 흐름이 보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며느리였으나 인터넷 시대엔 며느리 부 자를 쓰면서 아들의 아내란다. 아들의 아내인데 왜 자처(子妻)가 아닐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들과 며느리, 아들의 며느리는 한자로 어떻게 설명할까?          


자손(子孫)     


(1) 자식과 손자

[다음]     


1. 자식과 손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

[네이버]     


(ㄱ)아들과 손자

[한자사전/1990년 4쇄 발행 ]     


마찬가지로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예전엔 대놓고 '아들과 손자'였으나 요즘엔 '자식과 손자'로 승진했다.

          

자녀(子女)의 녀(女)는 ‘계집’을 뜻한다. 물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여자 녀'로 승진을 하긴 했다. ‘딸 녀’라고도 풀이되어 있지만, 1차적인 뜻은 ‘계집’이다. 학교 다닐 때 단 한번도 ‘딸 녀’라고 배운 적도 없다. ‘녀(女)’에 대응하는 말은 ‘남(男)’이다. ‘딸’에 대응하는 말은 ‘아들’이다. '녀'는 성별을 나타내는 말이다. 부모가 낳은 여자아이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자녀(子女)’라는 조합은 부자연스럽다. 자녀(子女)는 사람과 계집, 아들과 계집이라는 뜻이니까 이 말에도 ‘딸’의 모습은 들어있지 않다. 한자에는 온전히 딸만을 가리키는 글자가 없다. 계집 녀(女)에서 꾸어다 쓰는 것뿐이다.     


딸에게 ‘여식’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여식(女息)’이 성립하려면 ‘남식(男息)’이라는 말도 같이 등장해야 한다. '딸'이라는 뜻이 1번에 등장하는 한자는 없다. 아빠, 엄마, 아들을 뜻하는 한자는 있는데 딸은 '女'자를 쓴다. 이 글자의 1번 뜻은 '계집'이다. 한자에는 아들만 있지만, 한국말에는 아들과 딸 둘 다 존재한다.      


자제(子弟)는 한자대로라면 ‘아들과 아우’라는 말인데, 네이버 사전에는 ‘남의 아들을 높이는 말’이라고 나와 있고, 다음 사전에는 ‘남을 높여 그의 자녀를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한자 자체에는 높인다는 뜻이 없다. 도무지 딸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는데도 사람들은 “자제분은 몇이나 두셨습니까?”라고 물어보고, 아들과 딸의 숫자를 더해서 대답한다. 정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아들과 아우’ 아니 ‘사람과 아우’라는 이 이상한 조합은 굳이 왜 필요했을까?      


자식, 자녀는 높여부르는 말이 아닌데 왜 자제라는 말만 높여부르는 말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제라는 말 자체가 높여부르는 말이라니까 여기에 을 붙일 필요가 없는데, 자제분이라고 쓰니까 이중높임이 되었다. ‘분’은 사전에 ‘의존 명사’라고 풀이되어 있다. 의존 명사는 띄워 써야 맞다. 의존 명사는 보통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다. ‘자제’는 ‘분’을 꾸며주는 관형어가 아니다. ‘자제분’이라는 말은 그래서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는 말이다. 그나마도 “자제는 몇 분이나 되나요?” 이런 식이어야 말이 되겠지만 이런 지적은 엄숙한 문법주의자 취급받기 딱이다. 입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아주 익숙해서 오히려 이런 지적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자녀분, 자제분이라고는 하지만 자식분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분’을 붙이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받침이 있냐없냐?      


자식, 자제, 자녀 이렇게 한자를 빌려서 표현하면 아들과 딸이 몇 명이냐고 물어볼 수 있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단지 익숙함에 기대서 그렇게 접수하는 것뿐. “아들과 딸이 몇이나 되나요?” “아드님과 따님은 몇이나 두셨어요?” “아이들은 몇이나 두셨습니까?”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될 걸 왜 굳이 저런 이상한 말을 써야하는지 모르겠다. 한국말로 아들과 딸을 표현할 수 있는데, 딸의 부재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한자를 빌려서 표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독자 : ?, 독남 독녀     


3대 독자, 4대 독자 이런 말은 있어도 3대 독녀, 4대 독녀 이런 말은 없다. 독녀는 무남독녀처럼 쓰이고, 독남은 무녀독남처럼 쓰이는 걸로 봐서 독녀는 독남이랑 짝이 맞다. 독자는 짝이 없다. 아들은 딸과 짝이 맞는데, 한자에는 이 없으니 짝이 있을 리 없다. 외동아들, 외동딸이 있는데 왜 굳이 한자를 고집할까? 3대 독자니 4대 독자니 해봤자 아들만 대를 잇는다는 개념에서 몇 대 독자 타령이 나온 거니까 이 말은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단어다. 여자를 애낳는 도구로 여기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말이다.          



()를 잇다     


아들이나 딸이나 아빠 +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긴 마찬가진데, 아들을 못 낳으면 대가 끊긴다고 걱정을 하던 세월이 불과 얼마전까지 이어졌다. 라는 건 '아들만 이을 수 있고, 딸은 잇지 못한다'는 한국 사람들의 자의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실재의 문제이다. 한국 사람들의 해석과는 달리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딸에게도 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대가 끊긴다는 말은 아들과 딸 둘 다 없는 무자식? 무자녀? 무자제?인 집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딸 앞에서 대가 끊겼다고 한탄하는 부모님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숨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사람은 남녀를 떠나 누군가의 대를 잇고 있는 것이다. 아들만 대를 잇는다고 여기는 건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한국의 과학 세계만 특혜를 받았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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