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비애 2

by 이삼오

학원에 파트타임/ 풀타임 강사로 지낸 지가 거의 9년, 취미로 레슨을 오고 간 직장인들이 아마 100명은 족히 넘을 거다.



차세대 김광석, 토미 임마누엘, 지미 페이지, 스티브 바이, 폴 길버트, 잉베이 맘스틴, 넥스트 김세황을 꿈꾸었던 직장인들은 대부분 롱런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레슨을 그만두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보다 어렵다'가 아닐까 한다.



그럴 만도 한 건, 솔직히 기타가 만만해 보이기는 하다.



티브이에서, 라이브 카페에서, 길에서 버스킹... 기타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보이고 그만큼 친숙한 악기가 아닌가. 휴대성도 좋고 무게도 그리 무겁지도 않고, 앉아서 치면 내가 악기를 따스하게 안고 있으니 더더욱 친숙한 느낌이다.



그러나 처음 기타를 잡는 순간, 거의 절반 이상의 사람은 당황해한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맑게 나온다. 드럼은 두드리면 소리가 난다. 노래는 그냥 내 몸이 악기다. 베이스는 보통 한 줄씩 튕기는 주법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간단해(절대 아님) 보인다.



그럼 기타는? 정확한 위치를 정교하게, 고른 힘으로 눌러(잡아) 줘야 제 구실을 하는 소리가 난다.





처음 온, 완전 울트라 캡짱 왕 초보의 첫 수업은 항상 긴장된다.



기타의 넥을 잡은 모습과 프렛에 가져다 댄 손가락 마디를 본다. 손 모양만 대충 봐도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다. 레슨을 하면서 어려울지, 아니면 순조롭게 진행이 될지를.



어떤 사람은 한 코드를 한 달 넘게 해도 소리가 옳게 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이는 마치 보여주는 족히 자연스럽게 따라 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극히 드물지만.



손의 각도를 바꿔본다던지 기타 잡는 자세를 바꾼다던지 온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소리가 제대로 나게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연주는커녕 맑은 소리 자체가 안 나오니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 본인은 소질이 너무 없다고 자신을 비난하는 등의 자책을 한다. 처음부터 쉬운 게 어딨냐며 달랜다.





일반적으로 레슨 시작 후 첫 두 달 정도가 가장 고비이다. 이 시기를 지나서도 어떠한 결과가 없으면 대게 포기하고 돌아선다. 대부분 연습을 안 하는 게 제일 크긴 하지만, 악기 자체를 너무 어렵게 생각, 혹은 너무 만만하게 보는 마인드도 무시 못한다.



어떤 이는 가르쳐주면, 안 되면 스스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한다.



반면에 오로지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저렇게도 함 시도해 보셨어요?"



"아니오. 그렇게 하란 말이 없으셔서..."



"자, 그럼 이거 스무 번, 이거 스무 번, 이거 삼십 번씩 하세요."


(일주일 후)


"선생님, 이거 스무 번, 이거 스무 번, 이거 삼십 번씩 했는데도 아직 잘 안 되네요."



"그럼 좀 더 해보시지 그랬어요?"



"아... 그러게요..."



왜 이렇게 수동적인 사람들이 많을까? 본인이 좋아해서 하는 거 아닌가? 그냥 폼나 보이고 싶어서인가? 어려서부터 교육 방식이 문제인가? 내가 능력이 없는 선생인가? 직장에서의 수직적인 환경과 분위기에 절어 있어서 그런 건가?



나 혼자 푸념을 하다가 다른 선생님들과 얘기를 해봐도 다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을 절대 흉보거나(적어도 기본 매너가 있는 사람들은)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연습을 못 한 이유도 다양하다.



회식이 잦아서, 업무가 많아서, 파견 근무 및 출장, 컨디션이 안 좋아서, 기타 줄이 끊어져서, 이웃집이 시끄럽다고 해서...



솔직히 다 큰 어른들이고, 본인들이 벌어서 내는 수강료이니 연습을 안 한다고 해서 뭐라 하는 일은 없다. 어떻게든 동기를 심어주려 하고 레슨 온 거 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말한다. 뭐, 시작이 반 이니까.



악기를 배우러 올 때 모두의 기대치가 다르다.



실제로 레슨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잘 치게 될 거란 기대를 갖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이해는 된다. 솔직히 그러라고 레슨을 받는 거다. 그러나 레슨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효율적인 방법, 어려운 길을 쉽게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뭐가 되는 게 아니다.



막상 악기는 본인이 다루는 것이다. 헬스장 pt 받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운동도 본인이 움직이고 식단도 자기가 관리해야 하니까.




글을 써갈수록 그때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손 끝으로 계속 전해져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본질은, 결국 스스로 연주를 하여 만족할 만한 소리를 내고 듣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잘하려고만 하는 게 아닌.






"선생님, 저는 전공생도 아니고 프로도 아닌, 취미로 배우는 겁니다. 그렇게 까지 연습을 할 필요가 있나요?"



"본인이 어느 정도 만족하신다면 원하시는 만큼 하시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더 하셔야죠."



"더 하는데도 안 되네요. 어느 순간 스트레스로만 다가오네요. 빠르고 쉬운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러려고 레슨 받는 거 아닙니까?"



"죄송하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본인의 열정과 연습 밖엔 없습니다."



"선생님은 책임감이 없으세요. 학생이 뭐가 안 되면 되게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공무원 시험 국사 과목 전한길 쌤의 말씀이 떠오른다...



"마! 걍 때려치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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