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상담소 1

by 이삼오

초등학생 중학생은 대게 취미 때문에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간혹 진로를 일찍 선택하여 중1, 2 때 진로를 정하여 오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생 경우에는 대부분 대학에서 음악 전공을 하고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공을 희망하고자 하는 학생의 부모님은 다들 정말 다른 개성을 갖고 계신다. 어떤 부모님은 어린 나이에 자기 진로를 빨리 발견했다면서 대견스럽다며 뿌듯해하시면서도 어떤 부모님은 네가 딴따라 짓거리를 하려는데 왜 이런 곳에 돈을 갖다 바쳐야 하냐면서 대놓고 면박을 주는 부모님도 계신다. 나나 상담하시는 선생님의 배려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뭐, 괜찮다.



많은 부모님들이, 특히 보수적인 지방 동네에서는 음악 전공을 반대하시는 경우가 많다.



마지못해서 학생과 방문 상담 오신 부모님은 이런 상황이 흔하다.




"우리 애는요, 선생님, 음악에 재능이 하나도 없는 아이입니다. 게다가 현실성이 없어요. 자기가 무슨 연예인인 줄 안다니까요. 한 번 테스트해 보시고 따끔하게 현실을 말씀해 주세요."


(여기는 음악을 가르치고 음악적으로 도움을 주는 곳입니다. 현실은 뭘 하든 쉽지는 않죠.)




"저도 어릴 적 그룹사운드 멤버였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든 개무시한다니까요. 제 아이한테 굳이 그런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70년대 랑 지금이랑은 조금, 아니, 많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때든 지금이든 실력이 있다면 무시는 안 당할 텐데요?)




"얘가 이 머리로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되지도 않는 노래를 하겠다 하니까... 정말 미치겠습니다."


(흠, 어머님의 말씀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우선 성적은 바닥권인데... 노래는 제법 잘하네요? 우선 다른 선생님들도 그리 생각하니 따님과 다시 한번 상의해 보세요.)




"저도 히밥 (힙합) 좋아합니다. 그런데 얘가 그런 거 할 애는 아니라니까요? 얘는 저를 닮아서 그냥 회사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사는 게 더 나을 거 란 말이죠."


(랩 메이킹이나 실력을 보니까 제법 괜찮네요. 그냥 재미 삼아, 추억 삼아 '쇼미더머니'에 한 번 참가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이 녀석이 드럼 같은 거 두드린다고 밥벌이하겠습니까? 아니, 저같이 그냥 기술이나 배우던가 아니면 열심히 공부를 해서 대학 갈 생각을 하던가... 이딴 거를 돈 주고 배운다는 놈이 불효자가 아니고 뭡니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를 비롯하여 다른 선생님들 포함, 이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못난 인간들이네요.)




"차라리 야구 선수를 한다고 하면 제대로 뒷바라지를 해주겠다만 (상담 중 에도 야구 중계를 켜 놓으심) 무슨 음악을 하겠다고 나대는지 원..."


(아버님이 야구를 좋아하시는 만큼 이 친구도 음악이 좋을 수 있습니다.)




"저희 형편에 음악은 못 시킵니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 원하니까 해줘야겠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수강료가 너무 비싼 거 같습니다. 조금 싸게 시작해서 실력이 좀 늘면, 그때 가서 원래 가격대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는 교육청에 명시되어 있는 수강료만 받습니다. 아까 우연히 1층 주차장, 차에서 내리시는 거 봤는데... 요새 아우디 신차 가격은 얼마죠?)




"저도 소싯적 기타를 쳤는데, 이 녀석 하는 거 보니까 영 재능이 없습니다. 그래도 고집을 피우길래 데리고 왔습니다. 이 녀석 기를 한 번 확 눌러 주세요."


(여기는 학생들 기 죽이는 곳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자극이 돼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아니더라도 대학을 갈 수 있다고요? 그럼 무조건 시켜야죠! 얘가 대학을 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니, 이제 사람 구실 하겠네요."


(돈만 주면 받아 줄 대학 많습니다. 그런데 꼭 대학을 나와야지 사람 구실 하나요?)





이 외에도 답답한 경우가 수두룩 하지만 이쯤에서 줄여본다.



자식 생각 안 하는 부모가 어딨겠냐만은, 처음 보는 타인 앞에서 자기 아이를 한 없이 깎아내리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자기 자식을 두고 계속 얘가 엇나간다, 삐딱하다, 사고 뭉치다 같은 발언들을 생판 모르는 내 앞에서 하는 걸 보면 오죽 답답했겠냐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같이 온 아이들도 다 억울한 입장이냐, 그것도 아니다.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고 학교에서도 사고뭉치로 유명한 아이들도 온다. 부모의 말이 사실일 때도 많다.



부모님의 하소연이 답답하고 어이없을 때도 있지만 학생들 말에 귀 기울여 보면 부모님 발언 못지않게 황당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학원은 금쪽 상담소로 변모할 때가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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