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 전성시대

by 이삼오

(한 참 뜸을 들인다)


"60초 후에 뵙겠습니다!"


한 때 가장 핫했던, 모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멘트...




2009년 여름에 시작된 슈퍼스타K, 미국의 American Idol을 한국 성향에 맞게 구성한 이 프로는 정말 센세이셔널 했다. 그만큼 말도 많았고 논란도 많았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방구석 뮤지션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프로이기도하다.



학원도 예외 없이 슈스케 열풍으로 생기가 돌았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선 온 관심사가 여기에 쏠려있다.



"길학미도 반전이 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서인국이 유리할 거 같아."



"조문근도 있잖아. 그런데 뭔가, 좀 갈수록 임팩트가 떨어지는 거 같아."





많은 오디션 참여자들은 기타를 메고 나왔다. 이 시기쯤 천재 소년 기타리스트 정성하 도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고 일본 핑거스타일의 대가 코타로 오시오의 붐도 일고 있을 때다. 기타의 열풍은 다른 악기들로 번져나가 오카리나 및 우쿨렐레도 성황을 이루었다.



하루에 몇 명은 등록하고 갔으니 지방 학원에서는 드물게 세 자릿수 학생수를 찍었다. 선생님들이 유능한 탓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슈스케 돌풍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대학에서 실용음악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제법 늘었다.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초반에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음악시장에 기여를 한다.



슈스케+유튜브의 조합은 중년 층에게는 소싯적 추억과 다시 직장인 밴드가 활성되었고 어린 친구들에게는 꼭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 산업과 분야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직장인 수강생과 전공생, 취미로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어린이, 주부가 한 데 모인 학원은 작고 다양한 생태계가 구성되었다. 오랫동안 서로 봐왔던 수강생들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잘 어울리고 소통했다.



실제로 동네가 좁아서 그런지 같은 아파트 사는 아버지 친구는 직장인 밴드 때문에, 본인은 작곡 전공, 아버지 상사 되는 분은 노래를 배우러 오신다. 한 다리 건너면 서로서로 다 엮여있는, 학원은 나름 재밌는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슈스케를 시작으로 다른 경연 프로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몇몇 대학들은 무리해서라도 실용음악과 개설에 발 벗고 나섰다. 이 중 일부 학교는 오디션이고 시험도 없이 입학신청만 하면 합격시켜 주는 곳도 있었다.



일부 전공생에게는 굉장히 혹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부류에게? 대학은 가야겠고, 연습은 하기 싫고, 그런데 주변 친구들에게는 자기가 벌써 프로가 된 마냥 자랑하고 다니는 그런 부류다. 한 켠으로 이해가 된다. 그럴 수 있는 나이다.



이런 친구들 몇에게는 당부한다. 연습하기 싫고 대학은 가야겠고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라면 빨리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막말로 하면 어느 이름도 못 들어보고 어디 있는 동네인지도 모르는 학교에 돈 갖다 바치지 말라고. 네 인생이 달린 문제일 수 도 있다고. 이런 학생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음악을 반대하시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는 경우다. 부모님에게도 똑같이 말씀드려 보지만 역시나, 자식 이기는 부모란 없다.





개인적인 생각에 슈스케 2, 3가 제일 임팩트가 크지 않았나 싶다. 다른 오디션 프로에서도 스타들을 많이 배출하고 실제로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잇는 아티스트들도 제법 있다.



학원에서도 서로 평가하고, 학생들도 선생님으로부터 평가가 궁금한지, 우리만의 '슈스케'도 만들어본다. 일종의 월말 평가 개념이지만 무대 매너나 제스처 등 실제 오디션처럼 더 신경 쓰도록 주문한다.



나도 심사위원석에 앉는다. 뭔가, 굉장히 어색하다. 그냥 박자나 음정 정도만 지적하고 그 외엔 짤막하게 "수고했다"가 전부다. 그렇다. 김 빠지는 평가다.



누구에게 평가하고 지적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그럴 수 있어야 한다? 꼭 그렇게 생각은 안 한다. 학생이 나름 최선을 다 했다면 그걸로 된 거다. 꼭 아닌 것 만 얘기해 준다. 그 외엔 알아서 해야 한다. 예체능이 원래 그렇다.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일일이 이래라 저래라는 안 된다.





시즌이 거듭 될수록 임팩트가 줄고 사람들의 관심사도 줄어든다. 밴드, 트롯 그 외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온다. 하도 이것저것 많아서 따라가기를 포기한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일인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막을 연다. 굳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우르르 나와서 나의 존재감을 알릴 필요가 없다. 내 음악에 자신 있고 소질이 있다면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나를 알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다.





그래도 슈스케는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경연 대회, 프로그램의 막을 열었다.


뭐든 다 평가하고 급을 나누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이보다 더 재밌는 형태의 프로그램은 없을 터...


이런 류의 콘텐츠들이 한편으론 살짝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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