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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야기

그들 말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길…


남들과 공유하기 싫은 그들만의 리그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었을 거다. 

발레를 시작하기 전에는 전공이든 취미든 발레를 하는 그들이 신기하고도 특별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발레를 시작하고 나서는 발레를 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사람과는 이야기를 해도 별로 재미도 없고 시들해지는 기분? 

하지만…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럴 마음은 아니었을 거다.




필자만 느낀 감정은 아닐 듯하다. 직접 발레를 하든 발레에 관심이 많아서 공연을 주로 보는 애호가이든 발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묘할 정도로 한 편이 되기 쉽다. 어떤 분야의 애호가들끼리 관심 주제를 공유한다는 것은 참 좋은 현상이다. 필자 역시 발레라는 매개체로 예전에 모르던 많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또, 여러 작업을 할 때 수많은 발레리나(리노)들과 발레 애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진심으로 이 점은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발레’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만 간단히 설명한다면 발레로 인해서 좋게 되어가고 있는데 굳이 이번 칼럼의 주제가 논쟁거리나 될까 싶다.

이번 주제에 대해 쓰고 싶었던 이유는 필자가 발레를 처음 알게 된 몇 년 전에 비해서 현재는 그 시장 규모가 놀라우리만큼 확장되었다. 주변에 취미 발레, 성인 발레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도 아니고, 아이들도 전공이 아니더라도 취미나 운동 삼아서 중고등학교까지 발레를 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발레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발레 시장의 확장은 어느 정도 대중적 인기와 트렌드에 맞아떨어져 붐을 탄 요인도 있다. 그러나 만약 시장의 확장에 비해 대중적인 이해도의 깊이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것은 한시적인 붐으로 그칠 확률이 농후하다


사진 : 김윤식 (copyright.2018 김윤식)


우리나라 국민은 뭐든지 빠르다. 결정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고, 집단행동도 잘하고, 금방 좋아했다가 금방 싫증을 내기도 한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인정하기 싫은 ‘냄비근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것도 의미한다. 절대적 수치로 봐도 적은 인구에 작은 국토 면적에 불구한데 각 분야가 골고루 발달되어 있다. 발레도 마찬가지다. 짧은 역사에 비해 우리나라의 많은 발레 무용수는 전 세계 각지에서 훌륭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 이미 활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 후진 양성에 힘쓰는 사람도 많다. 이런 바람직한 붐이 취미발레까지 영향을 끼친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요즘 성인들이 취미로 발레를 한다고 할 때 “뭣이라? 발레를 한다고?”라고 할 사람보다 “아… 그거 요즘에 취미로 많이 하던데 할만한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더욱 흔해졌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 현실이지만, 여기서 반전을 하나 말하고자 한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발레의 대중화가 우리보다 약 10여 년 앞서 간 상황이다.  

취미로 발레를 하는 것은 기본이요, 아마추어가 공연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심지어는 전막 작품을 오롯이 아마추어들의 힘으로 처음부터 전부 준비해서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지난번 독자와의 북토크 간담회에 초청 게스트로 온 김세종 발레리노(도쿄시티 발레단, 前 유니버설 발레단)가 일본 발레 문화의 다각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하고 가 본 일본의 발레 문화는 이미 포화 상태여서 초창기에 굉장히 당혹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본에서 발레가 한때 스쳐 지나가는 붐에 그치지 않고, 예술과 취미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경우 양적인 증가도 있었지만, 그저 양적 팽창에 그치지 않고 그와 더불어 다각적인 관점으로 꾸준히 깊이 있게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필자도 취미로 발레를 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에는 발레가 너무 좋아서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나만의 세계로 누리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저 혼자만의 유니크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었던 심보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가만있어도 좀 까칠해 보이는데 무용실에서 처음 와서 어리바리한 신입회원들에게 은근 도끼눈을 치켜뜨지 않았나 싶다.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설명도 하지 않는 까칠한 회원의 모습을 탑재하고 열심히 발레만 했다. 


 

모델 : Radka příhodová (체코국립발레단) / 사진 : 김윤식 (copyright.2018 김윤식)



그러다가 이렇게 글을 쓰고, 출간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영역을 확대하면서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 혼자만 힘쓴다고 발레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재능이 발레를 좀 더 알려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친밀한 예술이라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 SNS를 통해서 알게 된 재능 있는 많은 취미발레인들의 다각적인 활동이 반갑고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다. 그림이나 만화, 제품, 공연, 글, 연습 동영상, 발레 사진 촬영, 프로필 촬영 시도, 콩쿠르 출전, 공연 리뷰 등 모든 것에 대한 발레 관점에서 시작된 여러 가지 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현재  각자의 재능에 맞게 영역을 넓혀 활동하고 있는 취미발레인, 발레애호가들의 SNS.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감사드린다 ^^ (직업, 하는 일은 모두 제각각이다)


아마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 보면 발레를 모르던 많은 사람들도 친숙하게 발레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발레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연 보러 가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거울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어떤 형태로든 발레와 한참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혼자서만 누리지 말고, 많은 사람과 공유해보도록 하자. 당장은 어색하고 부끄러울지 몰라도 앞으로 탄탄하고 발전된 발레 분야를 누리고 싶다면 지금 발레에 빠져있는 당신의 노력과 시도가 소중한 상황이다. 필자 역시 발레 에세이에 불과하지만 작은 글쓰기로 인해 좀 더 많은 사람이 발레를 편안하게 알게 되었으면 한다. 한 분야의 깊이 있는 발전은 결국 꾸준히 쌓인 다각적인 데이터베이스에 기인할 것이다.  


 

아직도 발레 하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이는가? 발레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발레를 모르는 사람이 낯설어 보이는가? 물과 기름처럼 둥둥 떠있지 말고, 예쁜 여러 가지 색의 빛이 합해져서 더욱 환하고 화사한 빛이 탄생할 것을 기대하며…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 그들만의 세상으로 국한되지 말고 우리 모두 함께 하는 이야기가 되길 희망한다.



*특별히 이번 칼럼을 위해 SNS 사진 사용과 계정 링크에 동의해주신 경엽님, 도아님, 미나님, 진영님, 지민님, 이랑님, 원경님, 윤호님,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발레와 사랑에 빠진 모든 취미발레인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대한민국

사진 : 김윤식 작가 @체코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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