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가치와 도덕성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
지은이: 서머싯몸
W.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한 남자가 자신의 모든 안정된 삶을 버리고 예술을 향해 돌진하는 이야기다. 스트릭랜드는 인간적 미덕을 상실한 ‘괴물’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은 예술의 목소리에 100% 충실한 순수의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예술가의 일대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을 흔들어 놓는 질문 그 자체에 가깝다.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혹은 6펜스를 잠시라도 내려놓을 용기가 있는가?"
제목인 ‘달과 6펜스’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다. 달은 인간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이상과 예술, 그리고 자유를 의미한다. 반면 6펜스는 일상과 안정된 직업, 가족, 책임 같은 현실적 가치들을 대표한다.
결국 이 소설은 달을 좇느라 발밑에 있는 6펜스를 무시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6펜스를 기꺼이 내려놓고 달만 바라본 남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경악하거나 멀찍이 떨어져 지켜볼 뿐이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인간적으로 보면 결함이 너무 많은 인물이다. 그는 가정을 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예술을 위해서는 도덕적 기준조차 무시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행동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는 예술이 주는 내면의 충동을 억누르지 않았고, 사회적 기대와 책임보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우선시했다. 그의 무책임함은 어쩌면 창조의 본질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격렬한지를 상징하는 장치일지도 모른다. 스트릭랜드의 잔혹함을 통해 ‘위대한 예술은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어야 나오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줄거리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예술과 현실의 간극, 그리고 자기 성취의 진정한 의미다. 대다수 사람들은 안정된 직업과 가족을 지키는 것을 성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자신이 그리는 그림 속에서 완성을 찾는다.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그는 실패한 인생을 산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내면적 목소리를 끝까지 따랐다는 점에서 그는 누구보다 온전한 삶을 산 인물이다. 그의 마지막 벽화는 그러한 자기실현의 극치이며 동시에 그가 왜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달과 6펜스』는 나에게 간단한 교훈이 아닌,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모두 6펜스를 움켜쥔 채 달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의 무게에 눌려 꿈을 비틀어버리거나, 감히 달을 향해 손을 뻗어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것을 버릴 용기는 없지만, 적어도 마음속에 있는 ‘달’을 한 번쯤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에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다시 생각하게 했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조용히 되묻게 해 주었다.
예술의 가치가 도덕성보다 우위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