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사슴
소나무를 그렸다.
소나무를 그리다가
깊은 산골짜기에 봉긋 솟아오른 산봉우리도 그리게 됐다
산 중턱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나무도 그린다.
그리다 보니 소나무가 외로울까 염려되어 사슴 한 마리를 그린다
사슴이 심심할까 봐 사슴 한 마리를 더 그린다.
직장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쉽게 생각하며 시작했던 그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한 번에 뚝딱 그려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쉽게 말한다.
"나도 그림 하나 그려줘"
나도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일은 굉장한 육체적 노동이기도 하고 정신적 노동이기도 했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기쁨이 크기에 그 노동은 행복한 노동이기는 하다.
붓을 들면 캔버스에만 집중하다 하루가 간다.
그 집중력에 스스로 놀랜다.
경직된 관절이 나무라듯 여기저기서 삐그덕 거린다.
그때서야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그만큼 몰두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뭔가 괴로운 일이나, 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림을 그리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그림에 몰두할 수 있다.
그림에는 나의 생각과 에너지가 투영된다. 마음 상태에 따라 색의 느낌도 다르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는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긍정적인 생각, 발전적인 생각, 주위 사람들에 대한 행복의 염원.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등등.
나는 소나무를 좋아한다.
곧게 뻗은 소나무도 좋지만 구불구불 세상풍파 다 겪은듯한 굽은 소나무가 더 정감이 간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면서 세찬 바람도 거뜬히 받아주는 강인함과 포용력을 본받고 싶다.
그런 마음을 담아 푸르름을 색칠한다.
이 그림을 보는 이가 건강하게 행운과 장수를 누리길....
그 의미로 솔잎은 더 풍성하고 밝게 표현해 본다.
사슴은 장수, 길조, 행운을 상징하고, 불로장생의 의미로 그려진다.
어느 책에선가 사슴의 울음소리인 녹명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사슴은 먹이를 발견하면 먼저 목 놓아 울어 동료를 부른다.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동료들을 불러 함께 먹기 위해 내는 소리를 '녹명'이라고 한다.
중국의 시경에도 등장하는 '녹명'은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울며 풀을 뜯는 풍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상생과 나눔의 마음을 상징 하는 사슴의 울음소리는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비유된다.
그것 말고도 사슴은 이쁘다. 다리가 길어서 이쁘고 하얗고 동그란 무늬가 이쁘고 뿔은 멋지다.
무엇보다 커다란 눈망울이 어여쁘다.
깊은 산의 소나무와 사슴이 바라보는 산하처럼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마음으로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