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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Nov 08. 2024

복자씨의 별사탕

은수와 은석의 이야기 12

은수는 윗뜸에 사는 형섭이와 정미와 함께 학교를 향해 앞서 걸었다. 엄마는 형섭이네 아주머니와 정미네 아주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을 하는 것이 마치 '형님' 그룹의 일원이 되는 통과의례라도 되는 것인 양 어깨를 폈고 보무당당히 걸었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들과는 달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적응은 제대로 할지, 오줌 눌 시간을 못 맞춰 낭패를 보지는 않을지,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태산 같다.


은수는 일 학년 이반이 되었고, 정미와 형섭이는 일 학년 육반이 되었다. 선생님은 은수의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였고, 매우 까다로워 보였다. 처음에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단체로 꾸중이라도 들은 듯이 조용했던 아이들이 눈치 빠르게 적응을 하고 금세 긴장이 풀리자 조금씩 떠들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신경질적으로 막대기로 교탁을 탁탁 내려치며 앞으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죽 늘어놓았는데 이를테면  질문을 할 때는 한 짝 팔을 번쩍 올리고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나서 해야 하고, 대답할 때는 일어나서 큰소리로 또박또박, 공부 시간에는 절대로 떠들거나 돌아다녀서는 안 되고, 복도에서는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 등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또한 선생님은 선생님이 "주목!"하고 말을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선생님을 바라보고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를 때마다 고개를 들어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아이들은 키에 맞춰 선생님이 정해주신 자리에 가 앉았다. 인실이가 은수의 짝꿍이 되었다. 인실이는 은수보다 키가 컸고 긴 머리에 옥색 리본을 예쁘게 묶고 있었으며, 짧은 체크무늬 빨간 치마에 옥색 마이를 걸치고, 새하얀 타이즈에 빨간 털부츠를 신었는데  수네  반에서 그런 옷차림을 한 아이는 아무도 없었고, 아이들은 인실이의 얼굴과 차림새를 보며 감탄했다.

  

선생님이 눈이 나쁘거나 앉은키가 작은 친구들의 자리를 이리저리 바꿔주실 때 은수 뒤에 앉은 승환이가  은수의 어깻죽지를 콕콕 찔렀다. 뒤를 돌아본 은수에게 승환이는 자리를 바꾸자고 하였다. 은수가 선생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래도 되는지 몰라 아무 대답도 못하고 어정쩡한 표정을 짓자 승환이가 은수에게 주먹을 들이밀며 인상을 썼다. 은수는 순순히 자리를 바꿔주었다.


은수는 학교 생활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은수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생겼고, 학교 친구들이 생겼다. 지금까지 은수에게 친구란 은석이가 전부였고, 그나마 은석이는 은수보다 한 살이 적었다. 문득 은수는 교실 어딘가에 은석이가 앉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은석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은석이는 혼자서 햇살아래 자신의 그림자를 달고 다니며 참으로 재미없고, 심심하고, 하릴없는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은석이가 이사오기 전의 은수처럼. 은수는 학교를 마치면 얼른 돌아가 은석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들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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