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사람

by p id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위협받을 때, 예를 들어 누군가 무례하게 군다거나 직장에서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거나 부하 직원의 행동이 기대에 못 미칠 때, 통제 행동은 개인이 가진 내면의 특성과 맞물려 여러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하게 통제력을 회복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태도를 갖추어야 할까?


통제력을 잃는다는 말은 상황에 휘둘린다는 말이다. 휘둘린다는 말은 그만큼 강한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상황, 그러니까 환경이나 타인에게 잘 영향받지 않는 태도를 기본으로 지니고 있다. 이 말은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는 말이다.


항상 화나 있는 직장 동료가 업무와 무관한 내용으로 남들을 비난하고 다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런 사람의 공격에 영향받는 사람은 그 말에 상처 입고 자신이 정말 그런 사람인지 고민하며 우울해한다. 동료의 공격이라는 상황에 휘둘리고 곧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쉽게 영향받지 않는 사람은 그 동료가 단순히 화를 풀 곳이 필요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므로 공격적인 언행에 영향받아 상처 입지 않고, 되려 차분히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며 잘못을 짚어줄 수 있다.


이는 곧 자존감과 연결되는데, 자존감이 높고 정서가 건강한 사람은 매사에 여유를 가지고, 운동하고, 좋아하는 여가 활동과 취미에 돈과 시간을 쓰면서 건강하게 삶의 통제력을 확보한다. 이들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급하게 차도에 뛰어들지 않는다. 급한 차들을 먼저 보내고 여유 있게 길을 건너는 태도를 보인다. 예전에 들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사람은 마음에 드는 펜을 사모으는 취미가 있다. 남들이 보기에 별거 아닌 행동으로 보일지 몰라도 사실 통제감을 회복하는 소소한 수단과도 같다. 고된 육아와 전쟁 같은 직장 생활 속에서 낮은 비용만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행위를 일상에 끼워 넣음으로써 통제감이 무너지지 않게 조절하는 일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쉽게 통제력을 잃는다. 자존감이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감정이며 자신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통제력도 확보할 수 없다. 이들은 자기 파괴 행위에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과음, 흡연, 피어싱과 문신의 도배 등을 쉽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요소들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적정한 정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왜 이런 요소들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 장기적으로 신체를 훼손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면 타인에게도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상황을 통제할 수도 없다. 누구나 살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오기 마련인데, 이럴 때 반드시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말아야 한다.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가벼운 자기 비하 행동이라도 쌓이다 보면 자신의 내면을 갉아먹는다.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는 일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통제감을 훼손하지 않는 것들로 채우는 일은 더 중요하다. 인간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종류의 관계에 취약한 존재다. 아무리 정신을 강하게 무장해도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지하기 어렵다. 자신을 아끼고 건강한 정신을 통해 상황을 더 쉽게 통제하려면 우리 주변에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요소들을 두어야 하며 그런 것들을 찾아다녀야 한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통제력을 무너뜨리지 않는 소비를 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좋다고 해도 자신의 기준에 불편한 물건은 아무리 값싸도 사지 않고, 무례한 관계는 끊어내고 즐거운 관계를 구축다. 쉽고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사용하고 기만을 내버려 두지 않으며 정직한 것들을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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