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통제감을 보존하고 훼손하는 물건과 서비스와 관계와 소비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것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기준을 갖추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모호한 불편함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잘 선택할 수 있다.
먼저,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이론에 지식이 있다면 물건을 고를 때 아주 좋은 기준을 세울 수 있다. UX디자인의 창시자인 도널드 노먼은 제품을 만들 때 행위 지원성, 기표, 제약, 대응, 피드백, 개념 모형이라는 6개의 원칙을 통해 '발견 가능성'이라는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복잡한 개념 같지만 단순히 얘기하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자가 쉽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얘기이다.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여섯 개의 원칙을 간단하게 알아보자.
행위 지원성은 사용자가 제품을 통해 할 수 있는 잠재된 행위를 뜻한다. 키오스크는 사용자가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고 번호표를 받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숨겨진 구멍에 키를 꽂고 덮개를 열고 제품을 짚고 들고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표는 실제로 어느 위치에서 어떠한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지각하게 하는 표시이다. 결제하려고 하는데 어디에 카드를 대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면, 이는 사용자가 미숙한 탓이 아니라 기표의 설계가 잘못된 탓이다.
제약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막는 요소이다. 위험하거나 파손을 일으킬 여지가 있을 때처럼 만든 이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막는다. 키오스크 기계에 아무나 관리자 모드로 접속할 수 있다면 가게 입장에서나 소비자 입장에서나 곤란하므로 관리자 모드로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은 잘 보이지 않게 숨겨서 사용자의 접근에 제약을 둔다.
대응은 스위치와 전등, 다이얼과 가스레인지의 화구처럼 원인과 결과의 연결이 충분히 보이는지를 의미한다. 조작 장치의 배열이나 위치를 잘못 설계하면 스위치가 어떤 전등을 켜는지, 다이얼이 어떤 화구의 불을 조절하는지 알 수 없어 사용자는 혼란을 겪는다.
피드백은 사용자의 행위에 보이는 반응이다. 어떤 장치든 버튼을 눌렀는데 소리도 나지 않고 작동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제품이 정상 작동하는지 알 겨를이 없다. 또는 너무 많거나 잘못된 피드백도 문제가 된다. 경고음이 약하고 단조롭게 오래 지속되면 사용자는 해당 소리가 경고를 뜻하는지 평소에 나는 소리인지 혼동하거나 자극에 무뎌져 경고로 인식하지 못한다.
개념 모형은 사용자가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제품 작동의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는 1번 버튼을 누르면 1번 기능이 작동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기술자는 1번 버튼에 1번 기능과 2번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는 게 당연한 개념 모형일 수 있다. 제품이 사용자의 사고 중심이 아니라 작업자에 치우치면 사용자는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여섯 개의 원칙을 살펴보면 모두 사용자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고 예상하고 의도한 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사용자 경험이란 결국 사용자의 통제감을 보존하기 위한 원칙인 셈이다. 좋은 제품은 디자이너가 이러한 원칙을 이해하고 녹여낸 결과이다. 사용 방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즉 발견 가능성을 위한 이 여섯 개의 원칙은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 서비스,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등 모든 대상을 소비할 때 좋은 것을 고르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기준이 녹아든 소비재는 설계자가 그만큼 고민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에게 언제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어떤 행동을 해선 안 되는지 명확하게 드러낸다. 자신의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상대의 행동에 반응을 보인다. 우리가 시간을 소비해 가며 만들어야 할 인연은 내가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다 받아주고 싫어도 싫은 티 안 내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경우 상대와 관계에서 통제감을 갖기는커녕 불안해진다. 정작 상대의 진솔한 마음은 감춰져 있는데 어떻게 상대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전자기기를 살 때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글로 된 설명을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사용 방법이 쉽게 드러나는지 고려하면 이상한 버튼을 누르느라 수고할 일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을 만큼 어지러운 공간은 놔두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옮겨지는 공간을 찾아다닐 수 있다. 시인성 좋은 이정표와 가이드라인과 빛이 기표가 되고 벽과 단차와 어둠이 제약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경험할 때 불쾌감을 느끼는 상황의 공통점은 대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다. 주문 방법이 일반 식당과 다른데 서비스 제공자 측의 안내가 없을 때, 그런데 그 공간의 규칙과 다르게 행동했다고 무안하게 만들 때를 떠올려보자. 이는 기표의 설계가 잘못되고 피드백도 잘못된 경우와 같다. 사용자의 시점을 무시한 결과이다.
우리는 무언가에 불편함을 느낄 때 질문해 볼 수 있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가?" 그러면 문제는 명확해지고 우리는 소비할지 말지 확신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