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바지를 정리하면서 버렸는데도 사진처럼 많다. 여기에 청바지, 면바지, 치마까지 더하면.. 옷장에 공간이 없을 법도 하다. 막상 못 입은 채로 계절이 지나가기도 해서 절반은 버릴 각오로 큰 마음먹고 한 번씩 다 입어 봤다. 생각보다? 버릴 게 많지 않다. 아직 좀 작아도 입을 만 해, 같은 검정이어도 핏이 다 다르게 예쁜 것이 왜 또 못 버리겠노.. 회사 안 다니면 못 입을 바지들인데 복직하라는 신호인가 보다. 올해도 안 입는 바지는 버린다는 각오(?)로 잘 돌려 입을 계획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 2개월 간 의류 소비 없이 잘 살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도 옷은 안 사기로 다짐했던 터라, 행사장이라도 지나칠라 하면 아이들이 먼저 내 양손을 잡아 끈다. "엄마, 안 돼, 거기 가면 안 돼!" 무슨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 마냥. ㅎㅎ 내 눈빛이 변하는 걸 목격하나 보다.; 이런 주변의 도움(?)과 의지로, 애정하는 유니클로도 구경만 하고 나오고, 아울렛 가서도 눈길은 줬을지언정 소비하지 않은 나를 아주 칭찬하며 지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이 글을 빨리 쓸 걸 그랬다. 원래 생각했던 이번 글의 맺음은 '앞으로 1년 간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XX개월 째 실천 중!'이었는데 그새 옷을 사 버리고 말았다. ^^;
사실, 운동복 산 건 개수로 치지도 않았었다.; 원하는 운동복 색상이 없어서 한 달 만에 찾으러 갔는데.. 아니, 멀리서도 보이는 저 마크는?! 80% 세일?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세일하는 거 기왕 나한테 들켰으니 구경하고 가야겠다. 왜 예쁜 옷은 80%가 아니라, 40% 일까.. 그래도 정상가에 산 건 아니니, 또다시 합리적 소비라는 덫에 걸려 버렸다.
소비욕을 참다 보면 폭발하는 시기가 오는데 그때는 예쁜 것만 눈에 보이는 날이다. 그날을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 그날은 오지 않았다.
남편이 카톡으로 패밀리세일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한다. 시험하는 건가?ㅎ 참아야 하느니.. 저번에 산 것도 한 번도 안 입어서 당근에 올렸다. 분명히 내가 안 입을 스타일임에도 남편이 예쁘다고(남편 스타일) 할인 많이 하니까 계속 사라고 해서 못 이기는 척(?) 샀다. 택에는 120만 원이 붙어 있고, 70% 할인해서 36만 원이라니까 싸 보이는 이건 또 뭣이냐.. 유니클로 8,000원 팬티도 할인 안 해서 못 사고 아직 버티고 있는데. 나라는 인간..ㅎ
어떤 옷인지 궁금하실 수도 있으니,
혹시 사실 분 있으시면 연락 부탁 드립니다아 ~~ ㅎ(실크에 해골 자수에요, 소곤소곤ㅎ) 구매가의 반값 넘게 내려도 안 나간다 ㅠ 남편아, 당신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당근 올려 보면 안다. 남편이 사준 옷은 잘 안 팔리고, 내가 고른 무난한 옷들은 성적이 좋다는 것을.ㅎ 사실 애초에 당근 할 옷은 안 사면 되는데 여기서 이렇게 또 자기 위안을 시도해 본다.;
미니멀은 실천하지 못할지언정 미니멀 카페를 구경하다가 아래 문구를 봤다. 너무 명쾌하지 않은가. 할인에 휘둘리는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인 것 같아 기록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엄마에 대해 소개했다고 자랑스럽게 글쓰기 한 것을 갖고 왔다. 나한테는 엄마 요리 잘한다고 했다고만 말했는데 제일 첫 번째 소개 문구가.. '엄마는 옷을 좋아해요'라니, 엄마 글감 주려고 그런 거지?ㅎㅎ 반성할게. 그 와중에 '엄마는 눈이 좋습니다.' 도 웃김. ㅋㅋㅋ 시력 좋은 것도 자랑거리긴 한데 그렇게 할 말이 없었니,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