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스타벅스가 배달되나요? 02화

퍼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by 김맑음

***

정신병동의 제2 규칙


나는 다른 사람의 병을 추측하지 않는다.

이상한 행동을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이상해보이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나아지는 것만 생각한다.


***


식사시간은 조용히 이루어졌다. 음식 씹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공간에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다. 정신병동은 드넓고도 장애물이 없었는데, 그곳에서 다치거나 상처 입는 일은 도전에 가까웠다.


"말하면서 먹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런 거 싫어해요?"


내 물음에 오전에 만났던 두 청년 외에도 어느새 늘어난 청소년 환자 하나가 내 쪽을 응시하면서 괜찮다고 했다. 수다를 떨기 전에 나를 저지한 것은 보호사였다.


"식사 시간에는 식사에만 집중하셔야 해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으니까요."


정신병동엔 교수, 간호사, 환자 외에도 보호사라는 직종이 존재하는데 무력으로 난동을 부리는 환자들을 저지하는 역할을 가진 직업이다. 이 조용한 정신병동에서는 그들이 나설 일이 별로 없었는데 주로 안된다는 말을 전달했다.


저녁을 먹고 나니 금방 약 시간이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2인 1조로 씻어야 하는데 여자 환자가 없기 때문에 나는 옷을 다 챙겨 입은 학생 간호사와 짝을 이루어야 했다. 수치스러울 수도 있지만 샤워 중 극단적 시도를 할 수도 있기에 존재하는 규칙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씻는 도중 간호사와 이야기했는데 나는 내 재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간호사는 이제 나는 내가 '환자.'임을 인정하고 환자라는 인식 안에서 치료받겠다는 내 말에 이렇게 말했다.


"정신병은 맞다, 아니다가 아니라 요즘은 스펙트럼의 일종으로 진단해요. 이런 증상이 이 정도, 저런 증상이 이 정도 있다의 차이니까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도 약 먹어요."


이제 3학년이 되었다는 학생 간호사의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줄 없이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씻기에 불편했다. 나를 지켜보는 감시자는 거추장스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안에서 낭만을 찾았다.


빗속에서 샤워를 하는 기분이었다. 낯선 병원의 냄새가 내 몸에서 풍겼으며 감시라기보단 보호로 생각하기로 했다.


샤워줄도 훌륭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내 말에 다른 학생 간호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모든 안전규칙은 피로 쓰였어요."


그래. 위험하다면 이유가 있겠지.


씻고 나오니 퍼즐을 맞추고 있는 두 환자가 보였다. 밥을 먹는 동안 이상한 기합을 넣던 청년도 있었는데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 청년이 나에게 왜 그러는지 이야기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이유를 아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듣기에는 그에겐 병실 내에 세 가지 구역이 존재하고 있어서 각 구역을 넘어서 자유롭게 행동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일도 걷는 일도 쉽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때엔 아직 알지 못했다.


"누나, 이거 같이 할래요?"


나는 퍼즐을 보다가 문득 눈물이 뚝뚝 떨어졌는데 아마도 두 번째 입원에서 온 심리적 압박과 내가 결코 나을 수 없으면 하는 걱정에서였다. 퍼즐은 나에겐 늘 불가능의 영역에 가까웠다.


"나도 환자야. 나 그거 못해."


펑펑 쏟아지는 눈물에 간호사들이 달려왔고 나를 상담실로 데려가서 달래주었다. 내가 나의 기질, 소설가라는 기질과 망상이란 증상이 연관되어 있어서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섭다고 말하며 울었다.


재밌는 사실은 나는 잘 울지 않는 사람인데 병실에서 여러 번 울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입원하신 거고 우리 여러 가지 해볼 거잖아요. 내일부터 하나씩 같이 해볼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병실에서 배운 가장 좋은 대화법이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 생각이 맞거나 남의 생각이 틀리지도 않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을 입원하고야 나는 배웠다.


눈물을 그치고 밖으로 나오자 그곳에 있던 환자 셋은 나를 위해서 퍼즐 맞추는 법을 알려주었다. 결국 하기 싫고 구경만 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그들은 일주일 내내 1000피스 퍼즐을 맞추면서도 나를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았다.


각자 맞춰가던 나에겐 불가능처럼 어려워 보이던 그 퍼즐. 어벤저스가 그려진 다 똑같이 생긴 1000피스의 퍼즐은 결국 그 주에 완성되어서 맞추는 것보단 파괴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퍼즐을 파괴하는 기회를 주었다.


"고마워. 이거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힐링된다."


"하고 싶은 것만 해요. 맞추기 싫으면 안 해도 되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요."


나에게 그보다 쉬운 말은 없었다.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결코 하지 않는 성미를 지닌 여자였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나를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기꺼이 해주었다. 내가 놀자면 놀아주었고, 이야기하자면 이야기해 주었다.


직접 그린 조명입니다. 딸깍 하고 생각을 꺼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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