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벚꽃은 보여요
1화 정신병동에도 벚꽃은 보여요
누군가 폐쇄병동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나는 감옥 같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어떠한 자극도 재미도 힐링도 없는 공간이 본래 그곳이다.
그 삭막한 풍경 너머로 넓은 창이 있긴 하지만 꽃향기를 맡을 수도 햇볕을 느낄 수도, 심지어 환기를 할 수도 없다. 창문 너머로 뛰어내릴 수 있으니 창문은 늘 굳게 닫혀있고 우리는 공기청정기 너머로 정제된 공기만으로 숨을 쉰다.
처음 입원했던 날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삼일이라는 시간을 통틀어 나는 겨우 세 시간을 잤다. 증상이 시작되면서 지독한 각성상태가 지속됐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입원해서 쉬고 싶었지만 한 시간 거리의 병원에서 집까지 돌아와 입원 짐을 꾸려야 했다.
이미 한번 입원해 봤기 때문인지 짐을 챙기는 것은 간단했다.
그러나 처음 입원하는 사람에겐 모든 게 혼란스러울 것이다. 뾰족한 볼펜, 스피링 노트, 그리고 수건까지도 위험 품목이다. 우리의 속옷에도 와이어는 허락되지 않는다.
자해도구가 되기 때문이었다.
입원하자마자 잠들고 싶었지만 긴 인터뷰와 입원검사가 뒤따랐다. 그러다 겨우 잠에 들었는데 잠들기 전, 확인한 환자는 고작 둘이었다.
둘 다 남자였고,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나는 나중에 설명할 일련의 경험들로 인해서 남자를 무서워하는 편이라서 처음부터 무척 긴장되었다.
그리고 나는 짧은 낮잠에 들어갔다. 소리가 울리는 감옥 같은 구조 때문인지 그 삭막한 풍경 너머로 잠든 동안 나지막이 이어진 그들의 이야기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수면 ASMR처럼 들렸다. 이어진 목소리들은 나에게 호감을 주었다.
그래서 바깥으로 나갔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만나게 된 청년들은 앳되었고 20대 초반의 나이가 맞았다. 아직 실습 중인 학생간호사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대화밖에 없는 그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던 청년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요?”
둘은 프로 환자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를 경계하지 않았으니까. 본래 폐쇄병동에서 제일 무서운 건 낯선 다른 환자이다.
낯선 내 말에도 겁먹지 않은 채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이야기해 줬는데, 어찌 들으면 시시하고 어찌 들으면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였다.
첫날 입원한 내 손톱에는 벚꽃이 그려진 네일아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와, 누나는 벚꽃 봤겠네요? 바깥에 벚꽃이 많이 폈죠?”
입원한 지 2주, 그리고 3주가 지났다는 청년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즈음이면 벚꽃이 피기 전이었다. 그러나 증상이 한창이던 나 또한 벚꽃을 보았으나, 즐기지 못했다. 내 손에 그려둔 네일아트도 이미 3주가 지나서 손톱 뿌리가 보이고 있었다.
“응. 봤어. 너희는 벚꽃 못 보고 입원했어?”
“네. 우린 못 봤어요. 좋겠다~. 나도 벚꽃 보고 싶어!”
그렇구나. 삭막한 풍경 너머로 꽃을 상상하는 두 청년의 말이 색달랐다. 이 광활하고도 낯선 공간에는 냄새조차 없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자리를 이탈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줄지어 도심을 채우는 자동차와 그 너머의 산. 그리고 산등성이의 벚꽃이 보였다. 그제야 여자환자 방으로 이동해 보니 역시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이 보였다.
바깥으로 나오니 잘생긴 청년 하나가 테이블에 엎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최푸름(가명)이었다. 배우를 꿈꾸는 그 청년의 이름이다.
“창밖으로 벚꽃 보이는 거 알아요? 우리 같이 벚꽃 보러 갈래?”
“진짜요? 어디요?”
심심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친근했기 때문인지 그는 강아지처럼 뒤를 따라왔다. 거실 창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풍경 속 벚꽃 무더기가 작게 보였다.
우리의 병실은 최상층에 있었는데 그 탓에 벚꽃이 작고 그림처럼 보였다.
“아, 누나. 저거 벚꽃 아니에요. 저기 군부대인데 제가 거기 군인이라서 알아요. 저건 벚꽃이 아니라 목련이에요.”
아, 머리가 짧더니 군인이었구나. 그의 사연이 궁금했지만 폐쇄병동의 제2 규칙이 있다. 다른 사람의 병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다. 오직 나만 생각한다. 내가 나아지는 것이 이곳에서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온통 벚꽃밭인데 군부대에만 벚꽃이 없네. 그럼 여자방에서 보이는 건? 그것도 벚꽃이 아닌가?”
여자방은 나 혼자 쓰고 있었다. 당연히 금남의 구역이었다.
6인실을 혼자 쓰는 호사를 누리고 있던 내 호사는 그를 초대하게 했다. 그는 꼭 포복하듯이 자세를 낮추고 나를 뒤따랐다.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간호사실의 시선이 우리를 더 긴장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선명한 벚꽃을 함께 나눠보았다. 여자 방, 그 창 너머로 반짝이는 벚꽃더미와 하나의 투썸플레이스. 그 투썸플레이스는 오래도록 카페인이 부족한 우리를 약 올렸다.
“와! 저건 벚꽃 맞아요! 행복해! 여한이 없다! 나 벚꽃 봤다!”
산 등성이 이어진 벚꽃보다도 활짝 핀 미소였다. 구경시켜 준 내가 다 뿌듯할 정도로 맑아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입원 첫날 함께 벚꽃을 구경했다.
그렇게 짧았던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위험하다는 이유로 내 벚꽃을 담은 손톱은 잘려나갔다.
잘려나간 손톱을 보면서 세상을 등진 사람들에게 위험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였다. 그리고 최푸름은 나보다 더 속상해하며 내 옆에서 손톱을 다듬어주었다.
그래서 이 글을 본다면 이야기하고 싶어. 내 손톱을 지켜주고 싶어 하던 네가 참 고맙고 듬직했어.
많은 분이 들러주셨네요. 정말 감사해요 :)
우울하다기보다 감동적인 일이 더 많았던 일주일이었어요.
그래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함께 즐겨주세요.
댓글과 라이킷 다 감사해요!
+ 댓글을 보고 나서야 왜 제 감동을 부족하게 전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폐쇄병동의 삭막한 풍경을 묘사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추가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