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 백총
지금까지(2024년 말) 『월간 문익환』은 두 차례의 시즌 동안 총 24회 발행됐다. 시즌1은 2022년 3월호를 시작으로 2023년 2월호까지였고, 시즌2는 2023년 5월호부터 2024년 4월호까지다. 시즌1과 시즌2는 내용과 구성면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시즌1은 사료에 집중했고, 시즌2는 사람에 집중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
시즌1의 대전제는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결국 시즌1의 모든 콘텐츠는 철저하게 늦봄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출발했다. 그달의 주제가 정해지면 늦봄과 봄길의 사료들, 특히 편지글과 사진 등 기존의 자료를 조사하고 재해석하며, 발제를 통해 글쓰기 주제를 정하고 필자를 정해 글을 완성했다. 창간호인 3월호는 <시인 문익환>이었고 12번째 마지막 주제는 <인간적인 문익환>이었다.
향긋한 잉크 냄새를 품고 2022년 3월 창간호가 인쇄되어 나왔을 때 “해냈다”는 가슴 벅참이 있었다. 산고를 치른 각자의 기사들이 타블로이드판 지면 위에 당당히 뽐내는 모습은 처음 느껴보는 작은 감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기쁨은 잠시. 월간지이기 때문에 곧바로 다음 달 호 <청년 문익환> 편을 준비해야 했다. 한 달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창간호는 어찌어찌 마감할 수 있었지만 ‘매달 다가오는 마감의 그림자’는 우리들을 짓누르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저 12번의 발행을 무사히 마치자.”
그랬다. 잉크도 안 마른 타블로이드 지면을 보면서 한숨 돌릴라치면 곧바로 또다시 사료를 뒤적여 쓸거리를 찾아야 했다. 엄습해 오는 마감이란 공포 때문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헤쳐나갔다. 그렇게 약속했던 12번을 발행하고, 우린 시즌2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12번의 출간을 모의했다. 심지어 시즌1과는 다른 모습으로 접근하자며….
애초 시즌2는 계획에 없었다. 처음 『월간 문익환』을 창간할 때 12번의 발행을 약속했지만, 그조차도 가능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시즌1과 시즌2라는 단어조차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12번의 발행을 마치고, 우린 그동안의 결과물을 시즌1이라 칭하고, 새로운 12번의 발행을 결의하면서 시즌2라고 칭하기로 했다.
시즌1의 마지막 호인 2023년 2월호를 마치고 우린 석 달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발행만 중지되었을 뿐 시즌2를 위한 물밑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시즌1과는 뭔가 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의가 진행됐다. ‘사람’에 집중하자는 편집장 백총의 의견이 힘을 얻고 모두 다 흔쾌히 동의했다. 시즌1이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정적인 활동이었다면, 시즌2는 현장을 찾고 사람을 만나는 동적인 활동이 되는 것이었다.
곧바로 아이템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매주 커버스토리 형식으로 인터뷰를 주된 콘텐츠로 하고, 격동의 현장을 찾아가는 <그때 그곳>, 현재도 늦봄과 함께하는 <나와 늦봄> 수기를 싣기로 했다. <과거로부터 온 편지>, <이달의 사건>, <늦봄의 서재>, <이웃 아카이브 탐방> 등 새 연재물이 기획되었고 <시 속의 인물>, <수장고 통신> 등 코너는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인터뷰 등 일련의 활동은 새로운 아카이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기존의 아카이브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록들, 증언들, 자료들을 창출하는 과정이었고, 그 자체로 새로운 아카이빙이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문익환’. 그것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마음들이 여전히 늦봄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이유이겠지요. 자원봉사 활동가들로 구성된 ‘콘텐츠플러스’가 ‘뜨거운 마음’ 하나로 시작한 『월간 문익환』 프로젝트는 이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합니다. 많은 어려움도 있고 한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벽 앞에 섰을 때 그것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월간 문익환, 2023년 4월호 1면)
시즌2 마지막 호에 실린 편집위원들의 소감문처럼, 벽 앞에 섰을 때 그것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간 『월간 문익환』은 그래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_백총
전직 편집기자. 조직의 장이 되길 한사코 거부하는 I형 인간이지만, 조판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편집장을 떠맡았다. “안 해도 된다”라며 편하게 해 주는 척 하지만 알고 보니 원고 떠맡기기의 고수다.
● 아카이브에서 『월간 문익환』 인터뷰 기사 읽기
https://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ArchiveCollectionView.do?con_id=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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