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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althy 웰씨킴 Dec 23. 2024

번아웃 테라피- 지나고 보면 이 또한 의미 있는 날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나는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의 가사의 첫 소절을 좋아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

나만 그런 것인지, 

인간이기에 누구나 그러할 수 있는 것인지.

나이가 더해가는 것을 절감하는 때가 온 것인지,

나라는 사람이 삶에 대해 자주 회고하는 경향이라 그런 건지,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겠냐 묻는다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아니'라고 답할 텐데도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가진 것 없어도 패기와 오기가 있었던 그 시절.

마음의 안정감이 없었기에 성공을 더 갈망했던 그 시절.

내게는 힘든 시간이 아니라 삶에 있어 가장 열정을 보였던 시기였다. 


치열하고 지난했기에 두 번은 같은 삶을 반복하기는 싫지만, 그 시절의 나를 한 번 만나보고는 싶다.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자신감을 쌓아 갈 거야. 그러나 언젠가는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인생의 무상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때가 오더라도 다시 자신감을 쌓기 위해 길을 찾고 나아가라고. 너무 오래 방황하지는 말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옛날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그 아이는 나의 말도 새겨듣지 않았을지 모른다.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에 익숙한 그때의 그 아이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과거의 그 아이가 내게 와서 조언을 해주어야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어리고 세상을 몰라 혹한의 청소년기를 버텨낸 나, 그럼에도 진흙 속 연꽃처럼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잘 살아냈으니, 그 사실만 기억한다면 세상에 더 힘들 일도 못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과거 어린 시절의 나보다 현재 어른의 내가 더 방황하고 있는 아이러니함.

그러나 나의 본질은 소멸되지 않았고, 모래폭풍에 뒤덮인 고대 흔적처럼 내 안에 남아 있는 본질을 조금씩 털어내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다시 일어서고 오늘을 살아 낸다면, 훗날 나이가 든 나의 어느 날에 또다시 고통 속에 방황하는 내가 있다면, 지금의 나를 떠올려 보면 될 것 같다. 그때도 열정으로 살아냈다고. 


자신의 불꽃과 자주 접하지 않으면, 

자신을 잃을 수 있다.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외부에서 뭔가를 찾아 그것을 보충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결코 오랫동안 만족을 주지 못한다. 그런 것들로는 사라진 불꽃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안의 불꽃과 다시 연결되는 방법은 창조하는 것이다. 창조자가 되어 삶을 예술로 만들 때, 우리는 깊은 연결 그리고 우리가 불꽃이라 부르는 그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 로버트 프리츠의 <삶을 예술로 만드는 법> 중에서 -




내 삶의 창조자가 되어 살아 보자.


번아웃 이전까지는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도,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철학자들은 한결같이 고독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러한 기회의 순간이 왔고 기나긴 고독과 사색을 통해 나를 알아갈수록 나의 인생에 대해서 가장 깊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진심의 위로와 격려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도 자신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육신의 나와 정신의 내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은 그렇게 길러진다는 것을 깨달으며. 


내가 나에게서 배우는 것만큼 큰 배움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삶이 고단하다면 나를 만나서 묵언의 대화를 나눠야 한다. 지금은 보이지 않을 그 열정과 의지가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 아는 것보다 젊은 날이 젊다는 것을 알고, 순간의 고통보다 현실의 감사함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불꽃을 다시 마주 하면서 새로운 삶을 창조해야 한다. 

'내 안의 나'는 자신을 그렇게 이끌어 줄 힘이 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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