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날의 시

절반을 잃은 상심

by 이서

「반달」


희멀끔하여 떠돈다, 하늘위에.

빛 죽은 반달이 언제올랐나!

바람은 나온다, 저녁은 춥고

흰 물가엔 뚜렷이 해가 드누나.


어둑컴컴한 풀 없는 들은

찬 안개 위로 떠 흐른다.

아, 겨울은 깊었다. 내 몸에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는 이 설움아!


가는 님은 가슴에 사랑까지 없애고 가고

젊음은 늙음으로 바뀌어든다.

들가시나무의 밤드는 검은 가지

잎새들만 저녁 빛에 히끄무레 꽃 지듯 한다.


김소월, 『진달래꽃』


오래도록 가라앉는 정적의 울림이 느껴진다.

겨울 저녁의 고요한 풍경. 흐린 달빛 아래,

슬픔도 그리움도 하늘에 올라 앉은 달처럼 소리 없이 마음 깊숙이 내려앉는다.

단조롭게 그려낸 풍경은 오히려 강한 잔상을 남긴다.

시 속에는 절정이 없다. 감정을 무분별하게 쏟아내지도 않는다.

황량한 자연과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른 절망을 마치 빛바랜 사진을 보며 추억하듯 읊조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더 아프다.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는 이 설움아!”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거칠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시 전체가 차분한 정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를 읽는 내 가슴은 동시에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하다.

왜 이렇게 아플까?

달이라는 이미지는 완전함의 상징이자 동시에 결핍의 상징이다.

반달은 무엇인가가 사라지고 난 후 남은 흔적이다.

젊음이 늙음으로 바뀔만큼이 시간이 흘러도 ‘가는 님’이 남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남은 이의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상실이다.

마치 반달처럼 나의 일부도 함께 사라지는 일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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