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남기고 무언가를 가져가는 아버지들
궁금할 때마다 밤이다
결국 아버지 죽었다
평생 병든 채 살았고
반전 없이 마지막도 병들어 죽었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왠지 나의 일부를 끌고 간 느낌이 든다
그게 무언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 죽을 때 가지고 간 게 도대체
뭐예요?
죽으면서 저승에 뭐 들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제삿날 아버지 잠깐 왔다
닭갈비만 먹고 간다
가끔 내가 올려놓은 도넛을 먹기도 하지만
한입만 먹고 갔는지 반쪽은 달지 않다
살다보면 바쁜 일도 많고
잊고 지내는 것도 많아서
세상에 대한 불만도 피곤해서 갖지 못하지만
아버지, 도대체 뭘 가지고 간 거예요?
궁금할 때마다 웃는다
궁금할 때마다 밤이다
안주철 『불안할 때만 나는 살아 있다』# 078 - 079
슬픔의 감정도 없이 정리하듯 나열된 문장들.
하지만 가까운 이의 죽음은 단순히 기록될 수 없다.
“죽으면서 저승에 뭐 들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남겨진 이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내야 하지만 틀림없는 상실을 지니게 된다.
”궁금할 때마다 웃는다 /궁금할 때마다 밤이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다.
시를 읽으면 어쩔 수 없이 내 기억들도 소환된다.
평생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내는 법이 없었던 내 아버지는 그 시절 무뚝뚝한 다른 아버지들보다 조금 더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온기는 대학 합격 소식을 듣던 날 “한번 안아보자” 했던 짧은 한순간이 전부다.
"부풀어 오른 수술자국
가슴팍에 아직 선명한데,
도색작업 중인 길 위에서
경광봉 흔들던 내 아버지
애달프다 말 못하고
고생사서 한다 모진 타박만
홀로 돌아온 텅 빈 집 서랍 속,
이천만 원 든 통장
나처럼 고아 되어
말 없는 시간 속에
홀로 남아 있더라”
떠나는 사람은 가끔, 무언가를 가져가기도, 무언가를 남겨놓기도 한다.
궁금할 때마다 밤이 온다.
밤은, 남겨진 사람에게만 온다.